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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EU 탈퇴 결정 이후 9년… 영국엔 지금도 '브렉시트'라는 유령이 떠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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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2016년 6월 23일 밤 10시 영국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1732년 이후 영국 총리의 관저로 사용되고 있는 이 건물에는 '승리 예감'의 분위기가 넘쳤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부인 서맨사 여사와 함께 홀가분한 마음으로 저녁을 즐겼고, 측근들은 화기애애한 가운데 개표 결과를 지켜봤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실시한 출구조사 결과 유럽연합(EU) 잔류 쪽에 표를 던졌다는 사람은 52%에 달했다.

EU 탈퇴 진영을 이끌었던 나이절 패라지 영국독립당(UKIP) 대표도 "잔류 쪽이 승리한 것 같다"며 패배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가 지난 2023년 11월 13일 외무장관에 임명된 뒤 총리 관저를 나오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캐머런 총리는 다음날 아침 승리 선언 때 무슨 말을 할까 생각에 잠겼다. 유령처럼 떠돌며 영국 사회를 갈갈이 찢어놨던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라는 악몽에서 벗어나 이제 가능한 한 빨리 온 국민이 화해와 통합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나라를 이끌겠다는 열정이 담긴 메시지를 생각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캐머런 총리는 이후 며칠 내로 당과 나라를 분열시킨 리더가 아닌, 국가 현대화의 선구자로서의 유산을 확고히 하는 '인생 기회(life chances) 전략'을 발표할 계획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개표 초반부터 이변의 조짐이 조금씩 나타났다. 자정이 지나자 전국 곳곳에서 예상을 빗나가는 개표 결과가 발표됐다. 흐름이 심상치 않았다.

24일 새벽 4시25분쯤 총리실 소식통은 기자들에게 EU 탈퇴파가 승리할 것이라는 가정을 상정하고 준비를 해야 할 때라고 전했다.

영국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이자 가장 드라마틱한 장면 중 하나인 브렉시트 국민투표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하지만 그건 끝이 아니었다. 브렉시트를 둘러싼 갈등과 소용돌이는 또 다른 챕터를 이제 막 열어놓은 것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 브렉시트 결정 이후 9년… "영국이 세계 무대에 돌아왔다"

"신사 숙녀 여러분, 영국이 세계 무대에 돌아왔습니다(Britain is back on the world stage)."

지난 5월 19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런던 랭카스터 하우스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안토니오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런던 로이터=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안토니오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1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랭카스터 하우스에서 열린 정상회담에 앞서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05.19 ihjang67@newspim.com

이날 영국과 EU는 2020년 1월 영국이 EU를 공식 탈퇴한 이후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열고 안보·국방과 어업권, 검역 간소화, 인적 교류 등 분야에서 협력 관계를 대폭 강화하는 협정을 체결했다.

브렉시트 결정 이후 거의 정확히 9년 만이었다.

EU 정상들도 협정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번 합의로 EU와 영국의 관계에 새로운 장을 열게 됐다"고 했고, 코스타 상임의장은 "영국과 EU는 함께 뭉칠 때 더욱 강해진다"고 했다. 

협정은 양측 이해 관계가 딱 맞아 떨어지는 타협의 산물이었다. 

①우선 영국으로선 EU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유럽 재무장'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가디언은 "새 안보·방위 협정 체결을 계기로 영국은 1500억 유로 규모의 '유럽 재무장'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며 "이는 영국 방산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했다. 

유럽 재무장 프로젝트는 기본적으로 EU 내 방산업체가 생산한 무기·장비를 우선 구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본격 참여하려면 EU와 개별적인 안보·방위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 

유럽 대륙 입장에서도 러시아의 군사력 위협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핵 무기를 보유한 군사 강대국 영국과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②어업권은 EU 측 주장 내용을 영국이 통 크게 받아들인 모양새었다. 브렉시트를 계기로 양측은 영국 해역에서 EU 어선들이 조업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첨예하게 갈등을 빚어왔다. 기존 협정은 내년 만료될 예정이었는데, 연장 문제를 둘러싸고 양측 입장이 엇갈렸다. EU는 무기한 연장을 주장했고, 영국은 4년 연장안을 제시했다. 

결국 양측은 오는 2038년까지 EU 어선들이 영국의 6~12마일(약 11.1~22.2km) 해역에서 조업할 수 있게 하자는 데 합의했다. 

③검역 간소화는 농·수·축산물을 수·출입할 때 까다로운 검역 기준과 절차를 적용하지 않기로 하는 내용이다. 앞으로 양측 농·수·축산물은 상대 시장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고 가격도 저렴해질 전먕이다. 

④18~30세 청년들의 자유로운 이동과 학습 기회 제공 문제는 향후 협상을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당초 EU 측은 이 사안을 "영국이 달라졌는지 확인할 수 있는 척도"로 봤다. 성의를 보이라는 압력이었다.

하지만 영국 측 사정을 외면하기도 어려웠다. 사람들의 자유로운 이동은 영국에서는 브렉시트라는 국가적 결정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예민한 문제였다.

브렉시트를 주도했던 영국의 극우 성향 포퓰리스트 정당이 갈수록 위세를 떨치고 있는 상황에서 EU 측 사람들이 자유롭게 영국에 들어올 수 있게 허용한다면 그렇지 않아도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스타머 정권에게는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 지금 EU 재가입 투표를 한다면… 영국인들은 과연 지지할까

올 1월 유고브가 브렉시트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을 물었다. 응답자의 55%는 "잘못 떠났다"고 답했고, 30%는 "떠나는 게 올았다"고 했다. 이 상태로라면 다시 EU 가입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한다면 압도적인 찬성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영국 정치권 누구도 이런 가능성을 일축한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때 EU 잔류를 강하게 주장했던 현 집권 여당 노동당도 마찬가지다. 엄두를 내지 못한다.

작년 7월 4일 총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이끈 뒤 총리에 오른 스타머는 첫 연설에서 "지금 이 나라는 거대한 재설정(reset)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EU 재가입 추진과 관련해서는 "내 생전에 EU에 다시 들어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지금 당장 EU 재가입 국민투표가 실시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유고브가 최근 실시한 정당별 지지도 조사에서 나이절 패라지 대표가 이끄는 극우 성향의 포퓰리스트 정당 영국개혁당(Reform UK)은 29%를 얻어 전체 1위를 차지했다. 영국 역사에서 처음 나타난 현상이다. 영국개혁당은 브렉시트 때 탈퇴 진영의 가장 선두에 섰던 사람들이 뭉친 정당이다.

여당인 노동당은 22%로 2위로 처졌고, 자유민주당과 보수당은 각각 17%와 16%에 그쳤다. 

개혁당은 지난달 1일 실시된 영국 지방선거·보궐선거에서 노동당의 '텃밭' 선거구에서 승리했다. 첫 시장 당선자도 냈다. 

영국 정치권 안팎에서는 현 판세가 유지된다면 다음 총선에서 개혁당이 원내 1당을 차지하면서 집권당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영국의 민심은 여론조사 결과와 달리 브렉시트 결정을 여전히 지지하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쯤에서 영국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유럽 대륙을 보는 영국인들의 아주 오래된 철학과 시선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초상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영국 역사상 최고의 리더로 손꼽히는 윈스턴 처칠 전 총리의 말은 꼭 새겨둘 만하다. 1953년 5월 11일 하원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린 우리만의 꿈과 과업이 있습니다. 우린 유럽과 함께 하지만 그들의 일부는 아닙니다. 만약 영국이 유럽과 열린 바다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우린 언제나 열린 바다를 선택해야 합니다."

ihjang67@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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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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