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전시 관람 65.2%, 영화 초월
온라인 문화 콘텐츠 소비율 81.5%
[서울=뉴스핌] 이경화 기자 = 지난 한 해 서울시민이 지출한 1인당 문화비는 평균 21만4000원으로 2년 전인 2022년 16만8000원과 비교해 지속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문화·예술 관람 횟수도 평균 7.2회로 2년 전 4.6회 보다 1.5배 늘었다. 문화예술관람 경험률도 76.1%로 팬데믹 이전인 2018년 75.6% 수준을 회복했다.
서울문화재단은 서울시민 1만2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 서울시민 문화향유 실태조사' 결과를 11일 이 같이 내놨다. 올해 조사에는 장애인 지체·청각·시각장애인 등 '문화약자' 계층을 지난해 313명에서 755명으로 확대, 세밀한 조사를 진행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외로움 고위험군'과 '사회적고립 고위험군'에 대한 문화예술 관람과 참여율 등에 대한 심층적인 조사를 실시해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문화예술의 역할 모색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로 감소 추세를 보였던 서울시민의 문화예술관람 경험은 팬데믹 이전인 2018년을 넘어서면서 상승회복세를 보였다. 관람 형태는 영화에서 공연예술과 전시로 다양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 문제에 대한 문화예술의 역할, 고령 인구에 대한 문화 활동 지원 확대, 장애인 맞춤형 관람 인프라 마련 등의 시사점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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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예술·전시 관람률 증가 추이 [자료=서울시] |
먼저 서울시민 문화예술 관람률은 2018년 75.6%, 2020년 63.1%, 2022년 69.1%에서 2024년 76.1%로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지난해 오프라인 문화예술 관람 경험이 있는 서울시민이 평균 21만4000원의 문화비를 지출하며 연간 7.2회 정도 문화 관람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조사에서는 연평균 16만8000원의 문화비를 지출하고, 연평균 관람횟수는 4.6회에 그쳤다. 이번 조사에서는 처음으로 공연예술·전시 관람이 65.2%를 기록하며, 영화 관람 47.9%를 초과했다.
이는 OTT 서비스 확대로 영화관 관람은 감소했지만, 팬데믹 이후 시민들의 문화적 욕구 증대와 콘텐츠의 다양화가 오프라인 기반의 공연·전시 관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작년 온라인 매체를 활용한 문화예술 디지털 콘텐츠 소비 경험 비율은 81.5%로, 2022년 대비 8.0% 증가했다. 세부적으로는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이 65.3%로 가장 높았으며, 음원이 44%, 웹툰과 웹소설이 각각 25.7%로 뒤를 이었다.
오프라인 관람과 디지털 콘텐츠 소비를 동시에 하는 비율은 68.9%였고, 디지털 콘텐츠만 소비한다는 응답은 12.6%, 반면 오프라인 관람만 한다는 비율은 7.1%로 나타났다. AI로 만든 전시, 공연, 행사에 대한 참여 의향은 45.7%, 관람료 지불 의향은 35.9%로 확인됐고 각각 '보통'이라는 응답도 31.7%, 31.2%로 나타났다.
50세 이상의 서울시민을 분석한 결과, 55세에서 64세 인구가 문화예술 활동이 가장 많았으며, 50세 이상의 고령 인구의 문화예술 관람률은 79.5%, 참여율은 36.6%로 가장 높았다. 디지털 콘텐츠 소비율은 50-54세가 83.7%로 나타났지만, 75세 이상은 문화예술 관람·참여가 각각 32.3%, 10.8%로 가장 낮았다.
장애인의 문화예술 관람률은 일반 시민에 비해 낮은 수준이었다. 일반 시민 중 23.9%가 문화예술 관람 경험이 없다고 응답한 반면, 장애인은 64.5%로 나타났다. 월 1회 이상 관람하는 비율도 일반 시민이 13.3%인 반면, 장애인은 0.7%에 불과했다.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즉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문화예술시설 조성시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도 장애 유형에 따라 달랐는데, 공통적으로는 장애물에 방해 없이 이동할 수 있는 '접근성' 요구(45.3%)가 가장 많았다. 유형별로는 지체장애인이 '접근'(52%)을, 청각·시각 장애인은 공연·전시 관람의 편의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장애인 중 배리어 프리 시설 이용 의향이 없는 이들은 접근성(31.2%) 불편, 프로그램·공연 참여 어려움(28.4%), 정보 부족(12.8%), 보조 기술·서비스 부족(11%) 등을 이유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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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사회학적 외로움·사회적 고립 고위험군 연령대 [자료=서울시] |
이번 조사에서는 외로움·사회고립 고위험군에 대한 심층 조사가 최초로 진행됐다. 국립정신건강센터의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 척도'에 따르면 응답자의 39%가 '외로움 고위험군'으로 분류됐고, 10명 중 1명(11.4%)은 '사회적 고립 고위험군'으로 나타났다. 외로움 고위험군은 주로 젊은 층에서, 사회적 고립은 중장년층에서 많이 발생했다.
문화예술 관람률은 '사회적 고립 고위험군'과 '외로움 고위험군' 둘 다 낮은 편으로, 사회적 고립 고위험군의 41.2%는 문화예술 관람 경험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로움 고위험군도 24.5%에 달했다.
문화예술 활동 참여경험을 묻는 질문에는 '사회적 고립 고위험군'의 73.2%가 없다고 답했고 '외로움 고위험군'은 절반에 해당하는 52.1%가 참여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사회적 관계 형성과 외로움·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문화예술 관람·활동 참여 의향에 대한 질문에서는 외로움 고위험군의 60.1%, 사회적 고립 고위험군의 41.1%가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서울문화재단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서울시민의 문화향유 경향을 문화예술 정책에 반영할 계획이며, 문화예술이 단순한 여가를 넘어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조사 결과 보고서는 서울문화재단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송형종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이번 조사 결과는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 인구고령화 등에 따른 문화예술의 사회적 역할이 필요함을 보여준다"며 "재단은 향후 서울시의 약자동행 정책과 발맞추어 문화약자를 위한 세밀한 지원을 지속해나가겠다"고 전했다.
kh9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