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우리나라에 25% 관세 부과…8월 1일 시행
산업부 "농축산물 비관세장벽 협상 테이블로"
농식품부 "아직 결정된 바 없어" 선긋기 해명
농식품부 '패싱' 분위기…농업계 일제히 반발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한미 관세협상이 막바지로 치닫는 가운데, 농축산물 비관세 장벽이 협상 테이블에 오르면서 농림축산식품부가 패싱을 당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주도하는 협상 과정에서 쌀 시장 추가 개방,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 허용 등이 논의되자, 농식품부는 '결정된 것 없다'는 해명만 반복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농업의 민감성을 고려하지 않은 '전략적 판단'이 자칫 식량주권을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 "전략적 판단 필요"…농축산물까지 한미 관세협상 테이블에 올라
16일 정부에 따르면 미국은 우리나라에 대해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는 오는 8월 1일부터 적용되며, 한미 양국은 관세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14일 기자들과 만나 한미 관세 협상과 관련해 농산물 분야의 비관세 장벽 문제 해결에 대해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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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본부장이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방미 결과에 대해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2025.07.14 dream@newspim.com |
그는 "우리가 미국뿐 아니라 동남아나 어느 나라와 통상 협상하든 농산물이 고통스럽지 않은 협상이 없었고, 그러면서 우리 산업 경쟁력은 또 강화됐다"며 "농산물 부분도 전략적 판단을 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본다"고 재차 강조했다.
실제로 한미 관세협상 과정에서 미국은 한국에 대해 ▲쌀 시장 추가 개방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 허용 ▲유전자변형(LMO) 감자·사과 검역 완화 등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품목은 과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때도 거론됐던 '뜨거운 감자'였다. 특히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문제는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를 탄생할 정도로 사회적 파장이 매우 크다. 미국은 이번에도 쇠고기 시장 전면 개방과 더불어 검역 절차 간소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여 본부장은 "분명 우리가 지켜야 할 부분이 있지만 또 우리의 제도 개선이나 경쟁력 강화, 어떻게 보면 소비자 후생 측면에서도 유연하게 볼 부분은 분명히 있다"며 "민감한 부분은 지키되 그렇지 않은 부분은 협상의 전체 큰 틀에서 고려해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부연했다.
여 본부장의 발언은 농축산물 비관세 장벽 문제를 한미 관세협상에서 실질적 협상 카드로 검토 중인 단계로 해석된다.
김한호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됐던 사태가 왔다"며 "그런데도 미국을 끝까지 설득할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수입 소고기 시장 점유율의 90%가 미국산인데 그 기저에는 '안전하다'는 소비자 인식이 있다"며 "만약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 시 점유율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걸 미국 측에 주장하며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한미 관세협상에서 배제된 농식품부…농업단체 "신중하라" 반발
다만 농식품부는 산업부가 농산물 비관세 장벽을 협상 카드로 검토한다는 소식에 즉각 해명했다. 농식품부는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제한 완화, 쌀 관세 철폐 등은 정부가 결정한 사항이 아니다"라며 "농식품부는 우리 농업의 민감성을 최대한 반영하고,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신중히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농정당국의 해명에도 패싱 논란은 확산하고 있다. 정부 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이번 한미 관세협상단에 배석하긴 했지만, 주요 협상 전략 수립이나 결정 과정에는 사실상 관여하지 못했다.
한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식품부 관계자들이 관세 협상단과 함께 미국을 방문한 것은 농업 분야 양보가 아니라 '대응'을 위해 소관 부처가 참석해 함께 노력해달라는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의 요청에 따라 배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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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형마트의 미국산 쇠고기 진열대 모습 <뉴스핌 DB> |
이 같은 상황은 과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때와 유사하다. 당시에도 농식품부는 협상 국면에서 산업부에 비해 영향력이 미미했고, 결과적으로 쌀 관세 유지와 일부 검역 강화 정도의 성과에 그쳤다. 이번에도 농식품부가 핵심 현안에서 배제될 때 농민단체의 반발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는 성명을 통해 "우리나라 근간산업인 '농업, 축산업'과 주식인 '쌀'을 관세협상 대상품목으로 취급하려는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을 규탄한다"며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30년간 양허제외 대상인 우리의 주식 '쌀'에 대한 관세협상 시도를 즉각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전국한우협회도 "농축산업의 고통과 희생 속에 타 산업들은 성장했지만 농축산업은 퇴보해 갔다. 그중 특히 한우산업은 가장 큰 피해를 입었지만 지금까지 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했는가"라며 "각국과의 통상협상에서 한우산업은 매번 희생양만 되어 왔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로 국민 건강과 기후위기 대응, 식량주권을 포기한 정권으로 낙인될 것"이라며 "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쌀 시장 개방과 쇠고기 수입 제한 완화가 현실화될 경우 지방 소규모 농가에 미치는 파장은 심각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김상효 농촌경제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국익의 관점에서는 미국 측의 비관세 장벽 완화 조건을 일부 수용해야 하겠지만, 농업을 반복적으로 희생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농업인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우선이고 그 후에 희생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예산 지원 등의 보상이 있어야 한다"며 "단기적인 생계 지원이 아닌, 구조적 전환과 생산성 향상을 도울 범부처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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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5.06.25 pangbin@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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