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율 0.292, 홈런 19개로 불을 뿜는 타선
선발진 평균자책점 2.03, 불펜도 탄탄
[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LG의 후반기 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14승 2패라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승률 8할을 넘긴 LG는 불과 2주 전까지 5.5경기 차로 뒤처져 있었던 선두 싸움에서 역전에 성공, 52일 만에 한화를 밀어내고 단독 1위에 올라섰다.
이 같은 상승세의 중심엔 '완벽한 투타 밸런스'가 자리하고 있다. 후반기 LG 타선은 팀 타율 0.292로 리그 전체 1위를 기록 중이다. 특히 몇몇 스타 플레이어에게 의존하지 않고 전 포지션 타자들이 고르게 활약 중이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구본혁은 타율 0.396(48타수 19안타)로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문성주(0.375), 문보경(0.333), 박관우(0.316), 신민재(0.310), 김현수(0.305) 등 중심-하위타선 가릴 것 없이 방망이가 살아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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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LG 야수들이 지난 2일 대구 삼성과의 경기에서 승리 후 세리머니 하고 있다. [사진 = LG] 2025.08.02 wcn05002@newspim.com |
홈런 또한 LG를 이끄는 힘이다. 후반기 동안 LG는 19개의 아치를 그리며 '홈런 군단' 삼성을 제치고 리그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문보경이 가장 많은 7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1위로 올라서는 지난 5일 경기에서도 문보경은 결정적인 홈런을 쏘아 올렸다. 그는 팀이 1-2로 뒤진 7회 1사 1, 2루에서 두산 고효준을 상대로 우측 담장을 넘기는 역전 결승 3점홈런을 때렸다. 경기 후반 중요한 순간에 나온 귀중한 홈런포였다.
홈런이 터지는 시점도 다양하다. 경기 초반 기선 제압에 성공하는 상황이든, 중반 이후 경기 판도를 바꾸는 홈런이든 팀에 도움을 주는 '영양가 있는 홈런'이 연이어 나온다. 홈런 1위, 2루타 부문 2위(24개), 3루타 부문 2위(5개)를 기록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장타율도 0.459로 리그 1위를 질주하고 있다.
더욱 무서운 점은 단 76경기를 뛰고도 20개의 홈런으로 팀 내 2위인 오스틴 딘도 돌아왔다는 것이다. 오스틴은 지난 7월 2일 사직 롯데전 직전 왼쪽 옆구리 통증을 호소한 뒤, 3일 왼쪽 옆구리 내복사근 손상으로 1군에서 말소됐다. 그 후 한 달간의 재활을 거친 오스틴은 5일 잠실 두산과의 경기에서 3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 1볼넷으로 식지 않은 타격감을 보여줬다. 이번 시즌 OPS(출루율+장타율) 0.919의 오스틴이기에 그의 복귀는 LG에게 날개를 달아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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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LG 선수들이 지난 2일 대구 삼성과의 경기에서 9회 오지환의 달아나는 홈런이 터진 후 더그아웃에서 환호하고 있다. [사진 = LG] 2025.08.02 wcn05002@newspim.com |
투수진 역시 후반기 들어 위력을 더하고 있다. 시즌 평균자책점 3.69로 리그 3위에 올라있는 LG는 후반기 들어 이 수치를 2.98까지 끌어내리며 안정적인 투수력을 뽐내고 있다.
요니 치리노스-임찬규-손주영-송승기로 이어지는 선발 투수진은 리그 최강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이 4명의 투수들이 선발로 등판한 후반기 12경기에서는 선발진 평균자책점이 2.03으로 급격하게 떨어진다. 특히 손주영은 후반기 4경기에 등판해 2승 무패를 질주했으며, 24.1이닝 동안 단 3실점만을 내줬다. 선발 투수진이 큰 기복 없이 제 역할을 다하다 보니 어느새 4명의 선수 모두 9승째를 올려 단일 시즌 선발 4명의 10승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LG는 여기에 또 하나의 승부수를 던졌다. 외국인 투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를 웨이버 공시하고, 새 외국인 투수로 앤더스 톨허스트를 영입한 것. 에르난데스는 정규시즌에서 14경기 4승 4패 평균자책점 4.23으로 기대에 못 미쳤지만, 작년 가을 야구에서 무실점 호투를 펼친 '가을의 남자'였다. 그러나 LG는 올 시즌 정규리그 1위 탈환에 방점을 찍으며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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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지난 5일 잠실 두산과의 경기에서 LG의 문보경이 7회 역전 3점 홈런을 기록한 뒤 더그아웃에서 팀원들과 환호하고 있다. [사진 = LG] 2025.08.05 wcn05002@newspim.com |
여기에 전반기에 기복이 있었던 불펜진도 어느덧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후반기 LG 불펜 평균자책점은 3.52로 4위지만 위기 상황에서 무너지지 않는 강한 집중력을 보이고 있다. 2005년생의 영건 김영우는 최근 9경기 9.2이닝 무실점, 함덕주는 7경기 8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이번 시즌 자유계약(FA)으로 영입한 장현식도 최근 10경기 12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뒤를 받치고 있다. 베테랑 김진성과 마무리 유영찬도 든든하게 버팀목 역할을 해내고 있다.
이처럼 타선의 폭발력과 안정된 마운드 덕에 LG는 역전승을 자주 연출하고 있다. 후반기 14승 중 8승이 역전승이며, 역전패는 단 한 차례뿐이다. 1~3회 타율이 0.265(리그 4위)지만, 경기 후반(7~9회) 타율은 무려 0.310으로 1위에 오르며 역전 드라마의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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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지난 5일 잠실 두산과의 경기에서 완벽한 수비를 보여준 LG의 박해민(왼쪽)과 문성주. [사진 = LG] 2025.08.05 wcn05002@newspim.com |
염경엽 LG 감독은 팀의 최근 흐름에 대해 "감독은 못했다. 선수들이 잘했다"라며 웃었다. 그는 상승세의 배경으로 구단 고위층, 프런트, 코칭스태프, 그리고 선수단이 함께 만들어낸 '합심의 분위기'를 꼽았다.
염 감독은 "돌이켜보면 부진했던 선수들도 많고, 답답한 경기들이 이어졌지만 그 시간을 잘 버텨낸 게 결국 지금의 반등으로 이어졌다"라고 말했다. 이어 "구단이 어려움에 처한 선수들을 문책보다 배려와 소통으로 감싸주면서 책임감을 부여했고, 고참들이 중심이 되어 선수단이 하나로 뭉쳤다. 그 문화가 좋은 흐름의 원동력이 됐다"고 강조했다.
LG의 반등은 단순한 '좋은 흐름' 이상의 무게를 지닌다. 남은 정규 시즌 동안 이 기세가 이어진다면, LG는 단순한 선두 경쟁을 넘어 시즌 최종 승부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크다.
wcn050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