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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아프면 엄마가 병가내는 현실…"양질의 돌봄 인프라·문화 구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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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여성경제회의 개최…의장국으로서 여성분야 장관급 회의 처음
해외 실무자들 "韓, 돌봄 정책 우수하지만 '눈치 보여서' 활용 못해"
여가부 "돌봄, 사회 전체가 책임질 문제…함께 돌보는 사회구조 마련"

[서울=뉴스핌] 송주원 기자 = 아시아태평양 21개국 여성정책 리더들이 여성의 지속가능한 경제활동 참여를 위해서는 양질의 돌봄 인프라 구축과 '돌봄 노동'의 가치 인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정책이 잘 구성돼 있는 편이지만, 문화가 이를 따라가지 못해 경력단절과 여성 빈곤으로 이어진다는 경고도 나왔다.

신영숙 여성가족부 차관(장관 직무대행)은 12일 인천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APEC 여성경제회의 고위급 정책대화에서 "인구구조의 변화 속에서 돌봄의 가치가 존중받고 돌봄의 노동이 존엄을 온전히 누리는 기준이 되도록 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신영숙 여성가족부 차관(장관 직무대행)이 12일 오후 인천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APEC 여성경제회의(WEF) 고위급정책대화(HLPDWE)에서 참석자들과 공식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여성가족부]

신 차관은 "돌봄은 누군가의 희생이 아니다"라며 "돌봄은 사회 전체가 함께 책임져야 할 문제이며, APEC 전체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직결된 과제"라고 강조했다.

김권영 여성가족부 정책기획관 역시 "돌봄 부담이 여성에 집중되며 여성의 경제참여를 제약하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돌봄은 더 이상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전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함께 돌보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사회구조를 마련해 지속가능하도록 실현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양질의 돌봄 인프라를 확충, 돌봄 노동의 가치를 제고, 일·생활 균형이 가능한 노동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해외 실무자들은 한국의 우수한 돌봄 정책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돌봄의 가치를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분휘 이(BoonHuey Ee) 머크 헬스케어 외부전략협력 및 파트너십글로벌 총괄 부사장은 "한국은 학령기 아이들의 방과후돌봄 등 돌봄 시스템이 잘 구비돼 있다고 들었다"며 "기존 사항을 어떻게 더 발전시키고 우수하게 만들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크리스토프 하만 한국머크 헬스케어 대표이사는 "아이가 아프자 본인이 아프다고 병가를 낸 여성 고위급 관료를 본 적이 있다. 고위 관료인 만큼 자신에게 필요한 시간을 할애할 수 있었을 텐데 눈치가 보여서 자신의 권리를 사용하지 못한 것"이라며 "한국은 정말 우수한 정책을 많이 가지고 있고, 또 준비돼 있지만 문화적으로 직원들이 그 혜택을 사용하기를 주저한다. 모든 직원이 필요한 것을 편안하게 이용하고 기존의 정책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신영숙 여성가족부 차관(장관 직무대행)이 12일 오후 인천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APEC 여성경제회의(WEF) 고위급정책대화(HLPDWE)에서 회의 어젠다를 채택하고 있다. [사진=여성가족부]

돌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가정을 넘어 직장과 사회까지 악영향이 갈 것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OECD 선임 경제학자인 발레리 프레이 박사는 "일과 가정의 조화가 무너지면 여성의 경우 자녀를 선택해야 하는 일이 많이 생긴다"며 "사회적으로는 출산율 저하로 이어지고, 직장에서는 인재가 유출되는 등 직장과 사회까지 미칠 리스크가 많다"라고 짚었다.

프레이 박사는 돌봄 문제 해결을 통해 고령화 사회에 따른 여성빈곤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4년 기초생활수급자의 43%가 65세 이상의 노인인 것으로 집계됐다. 성별로는 여성 수급자가 143만3945명으로 남성(113만9833명)보다 많았다. 인구수 대비 수급자 비율은 여성 노인에서 12.1%, 남성 노인에서 9.0%였다. 여성 노인이 남성 노인보다 경제적 어려움이 더 큰 것이다.

프레이 박사는 "OECD 국가 평균을 봐도 여성빈곤이 남성보다 더 심각하다. 이를 위해서는 천재적인 사고가 필요하다"며 "여성들이 나이가 들어도, 어머니가 되더라도 노동시장에 남아서 자신의 소득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 남녀 성별에 따른 소득 격차는 결국 사회에서 마이너스적 요소가 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성들의 무급 돌봄 노동 역시 사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여성과 노년, 이 두 가지가 합쳐졌을 때 문제는 더욱 커진다"라고 했다.

APEC 여성경제회의는 아시아태평양 21개국의 여성정책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여 여성의 경제적 역량 강화와 성평등 촉진을 위한 정책 사례를 공유하고 국제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로 2011년 시작됐다. 특히 이번 회의는 한국이 처음으로 APEC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주최하는 여성 분야 장관급 회의라는데 의미가 있다.

회의에는 일본·인도네시아 등 APEC 회원국 장관급 수석대표와 실무자 120여 명이 참석했다. 회의 주제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여성의 경제 참여 확대'다.

jane9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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