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경제 경제일반

속보

더보기

[로컬이 기회다] 리옹 도시재생의 원천 '협동조합'…"로컬상생 사랑방"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프랑스 리옹 7구 지역 '르 쿠흐 시르뀌' 협동조합 카페 방문
'자율 운영·노동자 행복' 강조…사장 없는 평등 관계 유지
지역 생산품·주민 네트워크로 지속 가능 로컬 생태계 구축

◼ 로컬이 기회다 - 로컬올래 <프랑스 리옹②>

현재 대한민국에서 지방 소멸은 그다지 충격적이지 않다. 지역 균형 발전, 지방 소멸 대응 기금, 지방 시대 등 소멸 위기 대응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 왔지만, 지방 소멸은 오히려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이에 뉴스핌은 지역의 특성에 가치를 더해 혁신을 이끌어내고 있는 로컬크리에이터에 주목한다. 로컬크리에이터는 전국 곳곳에서 경제적 활성화와 새로운 생활 문화를 창출하고 있다. 특히 청년에게는 새로운 기회와 성장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로컬 전문가' 채지민 성신여대 교수가 함께하고 있는 뉴스핌의 <로컬이 기회다 - 로컬올래> 시리즈는 한 사람에서 마을 공동체, 지역 공동체로 확산되면서 지역의 활력을 이끌고 있는 로컬크리에이터의 도전과 성장기를 담아낸다. 바로 지역의 가치와 사람, 혁신과 창조의 이야기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도 따져본다. 현장과 학계, 로컬 전문가 등의 제언을 들어 로컬 상생의 실질적인 해법을 모색한다. 또한 미국 포틀랜드, 프랑스 리옹 등 해외 로컬크리에이터 선진지의 현실과 전략, 미래 비전을 조명해 지속 가능한 로컬 생태계의 모델을 제시하고자 한다.

[프랑스=뉴스핌] 김기랑 기자 = 프랑스 리옹은 고대 로마 제국이 세운 갈리아의 수도로, 중세 이후 프랑스 왕국이 들어서며 수도가 파리로 자리잡은 이후에도 상업 도시로 발전해 왔다. 현재 리옹은 프랑스의 '미식의 수도'로 불릴 만큼 풍성한 음식 문화를 자랑하는 도시이자, 여러 문화 유산을 갖춘 역사·예술의 장으로 손꼽힌다. 지리적으로도 손강과 론강이 만나는 지점에 자리잡고 있어 어디로 향하든 아름다운 경관을 볼 수 있다.

리옹이 이러한 고유의 정체성을 갖기까지 과정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과거 리옹은 구도심 공동화와 산업 쇠퇴 등을 겪으며 활력을 잃었지만, 청년 창업자와 예술가 등 지역 주민들이 발휘한 '로컬의 힘'이 침체된 도시를 되살려냈다. 지역 특색과 연계한 협동조합과 시장 등은 리옹만의 독창적 도시 문화를 형성했고, 오늘날 들어서는 유럽의 대표적 도시 재생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뉴스핌>은 지난 8월 20일(현지시간) 로컬 전문가인 채지민 성신여대 교수와 함께 리옹 내 청년들이 운영하는 협동조합 카페인 'Le Court-Circuit(르 쿠흐 시르뀌)'를 찾아 지역을 다시 일으켜 세운 주역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었다. 지역 생산자와 소비자들을 이어주는 이들의 공간은 리옹이 어떻게 로컬의 힘으로 다시 살아났는지를 생생히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프랑스=뉴스핌] 김기랑 기자 = 프랑스 리옹 7구에 위치한 청년 협동조합 카페 'Le Court-Circuit(르 쿠흐 시르뀌)' 전경. 2025.08.20 rang@newspim.com

◆ 청년들이 만든 '사장 없는 직장'…"모두의 가치 섞인 독창적 모습으로"

르 쿠흐 시르뀌는 리옹 7구 내 론강 동쪽 지역에 자리잡고 있다. 리옹의 대표적 관광지이자 구시가지인 '비유 리옹(Vieux Lyon)'이 손강 서쪽에서 과거의 역사를 보여준다면, 르 쿠흐 시르뀌는 강을 건너 현재의 일상을 담아내는 공간이다. 지역 주민과 청년들의 삶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생활 로컬의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골목길 사이에 서 있는 오래된 건물로 가까이 다가서면 벽 한쪽 면에 가득 채워진 알록달록한 벽화를 볼 수 있다. 이 벽면 앞에는 철제 의자와 식탁들이, 이들 위로 넓은 그늘을 드리우는 커다란 나무와 천막들이 놓여있다. 가게의 입구는 이런 그림 같은 풍경 속에 마치 벽화의 일부처럼 그려져 있다. 안으로 들어서면 오랜 시간 공을 들인 것이 분명한 아기자기하고도 감각적인 인테리어를 구경할 수 있다. 한눈에도 젊은 개성이 느껴지는 배치는 분명 '청년'들의 손길이다.

[프랑스=뉴스핌] 김기랑 기자 = 프랑스 리옹 7구에 위치한 청년 협동조합 카페 'Le Court-Circuit(르 쿠흐 시르뀌)' 전경. 2025.08.20 rang@newspim.com

이날 가게에서 만난 줄리엣은 협동조합의 운영자 중 한 명으로, 서빙을 하다가 흔쾌히 취재진을 맞이했다. 가게 안에는 줄리엣을 비롯해 여러 명의 청년들이 같은 '동업자'로서 평등한 호칭과 태도로, 친구를 대하듯 가벼운 웃음으로 바쁘게 움직였다. 이런 수평적인 관계가 가게 전체의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음이 분명해 보였다.

줄리엣도 르 쿠흐 시르뀌의 시작점은 이렇듯 '위계 없는 공간'을 향한 희망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15년 전의 창립자들은 위계 없는, 집단적인 의사결정 방식으로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했다. 기존의 직장 문화가 너무 강압적이고 때로는 폭력적이기도 했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던 것"이라며 "이에 대안적 일터로 '사장이 없는 직장'을 실험해 보자는 취지로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협동조합은 말 그대로 사장이 없이 모두가 평등한 권리와 책임을 나눠지고 운영되는 형태다. 구성원들은 새 식탁과 의자를 살지 말지, 산다면 어떤 디자인을 택할지 등 아주 사소한 문제들도 함께 결정한다. 이런 방식은 효율성 면에서 보다 부족하고 때로는 갈등을 낳기도 하지만, 이 과정 자체가 곧 르 쿠흐 시르뀌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이곳의 청년들은 사소한 논의부터 큰 방향성까지 모든 것들을 함께 결정하면서 주체적 일터를 만들어낸다.

줄리엣은 "르 쿠흐 시르뀌는 우리 모두의 공간이라 애착이 크다. 의사결정이 집단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장소 자체가 우리 각자의 성격과 가치가 섞인 독창적인 모습이 된다"며 "구성원들은 급여와 근무 시간, 휴가 등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런 운영 방식 일면에는 단점도 존재한다. 이에 대해 줄리엣은 "의사결정이 굉장히 느리다는 단점이 있다. 합의가 안 되면 회의가 길어지고,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며 "사장이 없어서 책임과 정신적 부담 등을 모든 직원들이 나눠지게 된다. 집에 가서도 '내 가게' 걱정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프랑스=뉴스핌] 김기랑 기자 = 프랑스 리옹 7구에 위치한 청년 협동조합 카페 'Le Court-Circuit(르 쿠흐 시르뀌)' 내부 전경. 2025.08.20 rang@newspim.com

의사결정은 회의를 통해 이뤄진다. 르 쿠흐 시르뀌의 구성원들은 매주 목요일마다 정기 회의를 열어 실무 논의를 진행하고, 매달 한 번씩 주제 토론을 열어 특정 사안에 대한 심화 논의를 이어간다. 연 1회 열리는 총회에서는 협동조합의 정체성과 비전 등 큰 틀에서의 방향성을 점검한다.

이에 관해 줄리엣은 "결정은 항상 만장일치여야 한다. 한 사람이라도 거부하면 통과되지 않고, 합의를 이룰 때까지 논의를 진행하게 된다"며 "이를 위해 포스트잇 작성과 익명 투표 등 다양한 방식을 활용한다"고 소개했다.

이들은 역할 분담에도 수평적인 방식을 적용한다. 서빙·조리 등 기본적인 업무는 모두가 같이 하는 한편, 가게 운영은 분야별로 팀을 나누되 1년마다 순환 근무를 하는 방식이다. 구성원들의 목표는 '모든 사람이 모든 일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한 사람이 특정 일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지는 구조를 탈피하려는 취지다.

줄리엣은 "가게 운영은 인사팀과 공급팀, 공간 운영팀 등 세 팀으로 나눠 운영하되 1년마다 순환 근무를 한다"며 "이밖에 서빙과 조리 등 기본적인 업무는 모두가 같이 하고 있다. 우리는 셰프와 서버의 구분 없이 모두 다방면으로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 지역 생산품으로 전부 조달…공동체 지탱하는 '사랑방'으로 자리매김

르 쿠흐 시르뀌의 중요한 정체성 중 하나는 '로컬'이다. 이곳은 카페 운영에 필요한 식재료를 가능한 한 모두 인근에서 조달한다. 채소는 리옹 인근의 소규모 농가에서, 맥주는 드롬과 생테티엔의 지역 브루어리에서 들여온다. 커피처럼 어쩔 수 없이 수입해야 하는 품목도 현지 로스터리에서 직접 볶아내 지역과의 연결 고리를 이어간다.

이런 원칙은 단순히 '가까운 곳에서 들여온다'는 차원을 넘어선다는 평가다. 협동조합은 지역 농가·양조장 등과 꾸준히 거래하면서 서로의 생계를 지탱하는 파트너가 된다. 또한 손님에게는 '이 커피는 리옹에서 볶은 원두로 내렸고, 이 맥주도 옆 동네에서 만든 것'이라는 이야기가 곧 상품의 가치가 된다. 소비가 곧 지역과 연결되는 경험이 만들어지면서, 르 쿠흐 시르뀌는 카페를 넘어 지역 공동체를 묶어내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줄리엣은 "우리 가게에서 사용하는 제품들은 대부분 지역 생산품이다. 커피처럼 프랑스에서 재배할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수입하지만, 이 경우에도 원두는 리옹의 로스터리에서 직접 볶는다"며 "야채와 곡물, 육류, 맥주 등도 모두 지역에서 공급받는다. 최대한 근거리 생산자와 협력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뉴스핌] 김기랑 기자 = 프랑스 리옹 7구에 위치한 청년 협동조합 카페 'Le Court-Circuit(르 쿠흐 시르뀌)'에서 주문한 음식들. 메뉴들은 모두 로컬 생산품들로 요리됐다. 2025.08.20 rang@newspim.com 2025.08.24 rang@newspim.com

실제로 이날 가게에서 맛본 음식들에는 이들의 로컬 철학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총 세 가지로 이뤄진 코스 요리를 주문하자 테이블 위에는 토마토 수프와 병아리콩으로 만든 바삭한 스틱이 먼저 올랐다. 이어 메인 요리로는 채식 라구와 신선한 계란, 가지 등에 밥이 곁들여졌다. 마지막으로는 고소한 견과류 케이크와 수박 주스가 디저트로 제공됐다. 모든 재료가 지역에서 조달된 신선한 농산물이었고, 채식 메뉴도 별도로 마련돼 있어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다. 지역과 연결된 이야기가 담겨있는 특별한 식탁이었다.

르 쿠흐 시르뀌는 이런 특색을 바탕으로 지역과도 긴밀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단골 손님들뿐만 아니라 이웃 가게·구청 등과도 꾸준히 교류하며 동네의 일부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일반적인 카페가 아니라 생산자와 소비자, 행정과 주민이 연결되는 플랫폼으로 기능하면서 로컬 생태계 속에서 신뢰와 유대감을 형성해냈다.

줄리엣은 "리옹 7구는 전통적으로 이민자와 학생, 지식인 등이 섞인 다채로운 동네다. 협동조합은 오래 전부터 이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다른 상점이나 호스텔 등과 네트워크를 만들어왔다"며 "구청 등과도 좋은 관계를 맺고 있어 행사를 할 때면 늘 허가를 받아왔고, 거의 거절 당한 적이 없다"고 언급했다.

르 쿠흐 시르뀌의 존재감은 7구에도 좋은 영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곳에서의 작은 소비와 만남이 지역 경제와 공동체를 지탱하는 힘으로도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줄리엣은 "지역 가게들과 거래를 하며 경제적 교류를 이어가고 있고, 학생층 손님들을 불러모아 동네 분위기에도 기여하고 있다"며 "단골 손님들도 많아 동네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뉴스핌] 김기랑 기자 = 'Le Court-Circuit(르 쿠흐 시르뀌)'의 운영자 중 한 명인 줄리엣과 로컬 전문가인 채지민 성신여대 교수가 가게 앞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2025.08.20 rang@newspim.com

이들은 가게 운영에 있어 단순한 수익 창출을 넘어, 적정한 마진을 남기되 소비자를 속이지 않는 '정직한 가격'을 원칙으로 삼는다. 이를 바탕으로 한 고객 충성도를 핵심 자산으로 키워가겠다는 복안이다. 아울러 구성원의 개인 사정까지 존중하는 배려도 중요한 가치로 두는데, 육아로 근무 조정이 필요한 직원에게 유연성을 보장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무엇보다 이들이 강조하는 철학은 '노동자의 행복'이다. 줄리엣은 "우리는 가게이므로 수익을 내야 하지만, 이익을 직원들의 희생 위에 둘 수는 없다"며 "돈이 아니라 사람이 중심"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런 철학은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충돌이 불가피하지만, 가능한 한 절충점을 찾고 다수가 함께 책임을 나누면서 때로는 불편한 타협도 받아들이는 것이 지속 가능한 방식이라는 설명이다.

그렇기에 르 쿠흐 시르뀌의 최우선 목표는 확장이 아닌 '존속'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외식업 환경이 급격히 흔들린 상황에서, 이들은 충성 고객과의 관계를 지켜내면서도 '사장이 없는 직장'과 '노동자의 행복을 우선하는 일터'라는 본래 취지를 유지하고자 한다. 지역 주민과 더 긴밀히 연결되고, 친절한 이웃으로 남아 있는 것 역시 앞으로도 변치 않을 비전이다.

줄리엣은 "우리의 목표는 무엇보다 존속이다. 코로나 이후 외식업 환경이 불안정해 살아남는 것 자체가 과제가 됐다"며 "손님들과 충성도 높은 관계를 만드는 동시에, 우리의 원칙인 '자율 경영'과 '노동자의 행복'을 지켜낼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이 지역의 일부이며, 지역 주민들에게 한결 같은 이웃으로 남아있고 싶다"고 강조했다.

[프랑스=뉴스핌] 김기랑 기자 = 프랑스 리옹 7구에 위치한 청년 협동조합 카페 'Le Court-Circuit(르 쿠흐 시르뀌)' 전경. 2025.08.20 rang@newspim.com

rang@newspim.com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쿠팡 로저스 대표, 17일 국회 청문회 출석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쿠팡은 오는 17일 예정된 개인정보 유출 사태 관련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청문회에 대해 신임 대표 해롤드 로저스를 증인으로 내세운다고 밝혔다. 김범석 의장의 출석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 10일 쿠팡 관계자는 "고객불안 해소와 위기 수습에 적극적으로 나선다고 한만큼 해롤드 로저스 신임 쿠팡 대표가 청문회에 출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해롤드 로저스(Harold Rogers) 미국 쿠팡 Inc 최고관리책임자. [사진=쿠팡 제공] 이날 박대준 대표가 3370만 명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 책임을 지고 물러난 뒤 쿠팡은 미국 모회사 법무 담당 최고관리책임자인 로저스를 임시 대표로 선임했다.  청문회 증인 명단에는 당초 박 대표를 포함해 김범석 쿠팡Inc 의장, 북미사업개발 총괄, 정보보호 최고책임자(CISO) 등 관계자 6명이 채택된 바 있다. 이날 국회 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쿠팡의 개인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한 청문회 증인으로 로저스 신임 대표를 채택했다. 다만 김범석 의장과 박대준 대표의 출석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이는 쿠팡 측의 상황 변경이 생긴 것에 따른 후속조치"라면서 "박 전 대표의 증인 신분은 유지된다"고 말했다. mkyo@newspim.com 2025-12-10 17:52
사진
[단독] KF-21, 내년 3월 양산 1호기 출고식 [서울=뉴스핌] 오동룡 군사방산전문기자 = 한국형 전투기(KF-21) 양산 1호기 출고 행사가 내년 3월 경남 사천 KAI 본사에서 열리는 방향으로 검토되고 있다. 뉴스핌이 단독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당초 2026년 연말로 잡혔던 일정이 약 10개월 앞당겨지는 '조기 실전배치 시나리오'가 가시권에 들어온 것이다. KF-21(당시 KF-X) 사업은 2015년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가 약 8조원(70억~80억달러 수준) 규모의 체계개발을 승인하면서 본궤도에 올랐고, 인도네시아가 개발비 20% 분담을 약속하며 공동개발 파트너로 참여했다. 이후 설계안 확정(2019년)과 2020년 9월 최종조립 착수 과정을 거쳐 2021년 4월 시제 1호기(001번기) 출고 및 명명식에서 공식 제식명 'KF-21 보라매'가 부여됐다.​​ 지난해 11월 29일 1000소티 비행을 달성한 한국형 전투기 KF-21. 이로써 전체 약 2000소티 중 절반을 완료하며 반환점을 돌았다. [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 2025.12.09 gomsi@newspim.com 시제기는 단좌 4대·복좌 2대를 포함해 총 6대가 제작됐고, 2022년 7월 첫 비행에 성공한 뒤 2023년 초음속 돌파, 야간·무장분리 시험을 포함해 2024~2025년까지 누적 2000회 수준의 시험비행을 소화하면서 블록Ⅰ(공대공 중심) 체계개발 막바지 단계에 올라와 있다. 방위사업청과 공군은 이 시험 데이터를 토대로 2026년까지 '초도양산+작전운용시험·평가'를 동시에 진행해 공군 F-4E, F-5 등 노후 3세대 전투기를 순차적으로 대체한다는 이정표를 세워왔다.​ 당초 KF-21 양산기 전력화 로드맵은 2024년 양산계약, 2025년 최종조립, 2026년 하반기 대량 양산 출고 및 전투적합 판정, 2026~2028년 초도 대대급 배치 순으로 짜여 있었다. 실제로 방추위는 2025년 3월께 '올해 20대·내년 20대' 방식의 1·2차 양산계약(20+20대)을 의결했고, 1조9000억원 안팎(1차 20대 기준 약 1조9000억원)의 초도 물량 계약이 체결되면서 사천 KAI 공장은 2025년 5월부터 양산 1호기 최종조립에 들어간 상태다.​ 이 기본 시나리오에서 2026년 연말로 잡혀 있던 '양산 출고식'을 10개월가량 당겨 2026년 3월 사천에서 여는 방향으로 급선회한 것이다. 업계에선 "양산 1호기·2호기를 포함한 초기 물량의 기체·엔진·전장 계통 신뢰성 검증이 예상보다 순조롭고, 공군의 F-4E 조기 퇴역·북한 핵·미사일 위협 고도화에 따른 전력 공백 우려가 일정 단축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2015년 개발 승인 이후 만 10년 만에 양산형을 내놓는 만큼, 대통령 참석을 전제로 한 '국가급 이벤트'가 될 것이란 전망이 업계에 확산되는 분위기다.​ KF-21 시제 1호기 출고식은 2021년 4월 경남 사천 KAI 본사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고, 그 자리에서 "2032년까지 120대 실전배치" 목표가 공개되면서 한국의 '8번째 초음속 전투기 개발국' 도약을 대내외에 과시한 바 있다. [사천=뉴스핌]문재인 대통령이 9일 경남 사천시 고정익동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열린 한국형전투기 'KF-21 보라매' 시제기 출고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2021.04.09 photo@newspim.com 내년 3월로 예고되는 이번 출고행사는 시제기가 아닌 '양산형 1호기'가 주인공인 만큼, 시제기 롤아웃 이후 약 4년 만에 현직 대통령이 다시 사천을 찾는 장면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아랍에미리트(UAE)를 포함한 중동 순방 과정에서 KF-21을 한국 방산 수출 패키지의 핵심 품목으로 전면에 내세우며, 향후 수출형 블록Ⅱ·블록Ⅲ 개발과 현지 공동생산·부품 협력 구상을 함께 홍보해 왔다. 대통령실과 국방부, 산업부 안팎에선 "양산형 출고식이 사실상 '수출형 보라매'의 첫 공개 무대가 될 수 있는 만큼, 대통령 주관 행사로 격상할 명분이 충분하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현 시점에서 군·방산업계가 그리는 '3·6·9 시나리오'의 뼈대는 비교적 선명하다. 내년 3월 사천 출고식을 통해 양산 1호기를 공개하고, 6월까지 공군·방사청 공동의 전투적합 판정(전투운용능력 평가)을 마친 뒤, 9월 전후로 공군 작전부대에 초도 인도를 시작한다는 시간표다.​ KF-21 블록Ⅰ양산기는 2026년 상반기 대량 출고 이후 강릉 제18전투비행단과 예천 제16전투비행단에 각각 1개 전투비행대대(20대 안팎) 규모로 나뉘어 초도 배치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어 2028년 이후 공대지·다목적 능력을 강화한 블록Ⅱ 80대는 횡성 제8전투비행단, 충북 지역 제19전투비행단 등으로 확산 배치돼 공군의 F-5, 구형 F-16 전력을 단계적으로 완전히 대체하는 계획이다. 지난 11월 5일 국산항공기 FA-50와 함께 비행하는 손석락 공군참모총장의 KF-21. [사진=공군 제공] 2025.12.09 gomsi@newspim.com KF-21 사업은 개념연구 착수(2000년대 초) 이후 예산·기술 이전 문제로 수차례 좌초 위기를 겪었지만, 2015년 개발 승인 이후 10년 만에 양산형 출고 단계에 진입했다. 방산업계에서는 "전투기 체계개발-양산-수출까지 독자 사이클을 돌리는 소수 국가 반열에 올랐다"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방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KF-21 양산형 출고는 단순히 새 전투기를 들여놓는 차원을 넘어, 한국이 10년 주기의 전투기 개발·개량 사이클을 스스로 설계해 가는 수준으로 성장했음을 보여준다"며 "2015년 개발 승인에서 2025년 양산 1호기, 2032년 120대 전력화로 이어지는 연표는 한국이 명실상부 '전투기 개발·수출국'으로 올라섰다는 증표"라고 했다. gomsi@newspim.com 2025-12-09 11:38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