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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이 기회다] 포틀랜드가 '로컬 성지'인 까닭…"행정은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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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카트·파머스마켓·트램까지…생활 속에 자리한 로컬
한국식 '지자체 성과주의' 한계...해법은 '시민 주도'와 '지속성'
"로컬은 건물이 아니라 시민 스스로 '생활 방식' 만드는 과정"

◼ 로컬이 기회다 - 로컬올래 <미국 포틀랜드·시애틀②>

현재 대한민국에서 지방 소멸은 그다지 충격적이지 않다. 지역 균형 발전, 지방 소멸 대응 기금, 지방 시대 등 소멸 위기 대응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 왔지만, 지방 소멸은 오히려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이에 뉴스핌은 지역의 특성에 가치를 더해 혁신을 이끌어내고 있는 로컬크리에이터에 주목한다. 로컬크리에이터는 전국 곳곳에서 경제적 활성화와 새로운 생활 문화를 창출하고 있다. 특히 청년에게는 새로운 기회와 성장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로컬 전문가' 채지민 성신여대 교수가 함께하고 있는 뉴스핌의 <로컬이 기회다 - 로컬올래> 시리즈는 한 사람에서 마을 공동체, 지역 공동체로 확산되면서 지역의 활력을 이끌고 있는 로컬크리에이터의 도전과 성장기를 담아낸다. 바로 지역의 가치와 사람, 혁신과 창조의 이야기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도 따져본다. 현장과 학계, 로컬 전문가 등의 제언을 들어 로컬 상생의 실질적인 해법을 모색한다. 또한 미국 포틀랜드, 프랑스 리옹 등 해외 로컬크리에이터 선진지의 현실과 전략, 미래 비전을 조명해 지속 가능한 로컬 생태계의 모델을 제시하고자 한다.

[미국 포틀랜드·시애틀=뉴스핌] 오종원 기자 = 늦은 저녁 노을이 지고있는 포틀랜드 다운타운 거리 전경. 2025.07.27 jongwon3454@newspim.com

[미국 포틀랜드=뉴스핌] 오종원 기자 = 전 세계 로컬도시들이 경기침체와 글로벌 자본의 압력에 흔들리는 가운데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는 '로컬 생태계'라는 해법으로 '도시 활력'의 길을 지키고 있다. 대형 쇼핑몰과 글로벌 체인점 대신 시민들의 일상 속에 뿌리내리며 도시 경쟁력의 원천이 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파머스마켓, 푸드카트, 독립서점, 트램까지 이어지는 포틀랜드의 로컬 공간들은 단순한 상업시설이 아니라 시민 공동체의 삶을 지탱하는 생활 기반이다. 행정의 전략과 시민 참여가 맞물리며, '로컬이 곧 도시 경쟁력'이라는 공식을 입증하고 있다. 행정의 전략과 시민 참여가 맞물리며, '로컬이 곧 도시의 경쟁력'이라는 공식을 입증하고 있다.

한국의 지방정부도 이른바 '포틀랜드 모델'을 벤치마킹하며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의 행정수도 세종시는 20분 도시 구상을 내세워 생활권 단위의 기반시설을 확충하고 있고, 전북 군산은 청년뜰을 통해 청년들이 직접 창업과 공간 운영을 실험하고 있다. 부산의 푸드트럭 제도화, 성남과 광주의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도 로컬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행정적 실험들이다. 그러나 여전히 '행정 주도-시민 수동 참여'라는 구조적 한계가 뚜렷하다.

최근 속초시가 포틀랜드와 우호교류 협약을 맺고 관광·문화·청년 창업 분야 협력을 선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포틀랜드의 성공 사례를 직접 연결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보하려는 시도지만, 결국 핵심은 시민이 일상 속에서 주도하는 지속성을 어떻게 담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포틀랜드는 한국 지자체들이 '어떻게 로컬을 도시의 힘으로 만들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던지고 있다.

포틀랜드에서의 현장은 한국 지자체가 현실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할 수 있었다. 이는 단순히 해외 성공사례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로컬 생태계가 어떤 조건에서 지속될 수 있는지, 또 한국적 맥락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변용되어야 하는지를 짚어내는 데 목적이 있다. '로컬이 곧 도시 경쟁력'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지금, 한국 지방정부가 포틀랜드에서 배워야 할 것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시민의 생활 방식 속에서 자라나는 '지속성'이라는 점이다.

[미국 포틀랜드=뉴스핌] 오종원 기자 = 포틀랜드 시내를 달리는 트램. 2025.09.07 jongwon3454@newspim.com

◆ 포틀랜드식 로컬 전략, 왜 주목받는가

포틀랜드는 미국 내에서도 '로컬의 수도'로 불린다. 대형 쇼핑몰이나 글로벌 체인점 대신, 동네 단위의 상점·푸드카트·독립서점이 도시 경제의 중심을 차지한다. 경기침체와 온라인 소비 확산이라는 이중의 도전에 직면했음에도 포틀랜드는 오히려 로컬 브랜드를 강화하며 도시 경쟁력을 키워왔다.

도시 전역에 퍼져 있는 푸드카트는 그 자체가 하나의 경제 생태계다. 음식 판매를 넘어 새로운 메뉴와 문화를 실험하는 공간으로 기능하며, 성공한 창업자들은 이후 독립 레스토랑이나 전국적 브랜드로 성장하기도 한다. 파머스마켓은 단순한 농산물 직거래 장터가 아니라, 음악 공연·공예품 판매·지역사회 모임이 함께 열리는 생활문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로컬 소비'가 곧 지역 공동체를 묶는 끈이 되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20분 도시 전략'이 있다. 자전거·보행자 친화적 도로망과 트램·라이트레일(MAX) 등 대중교통 체계가 생활권을 촘촘히 연결하고, 그 안에 파머스마켓과 같은 로컬 소비 거점이 자연스럽게 배치된다. 시민들은 차 없이도 일상에서 지역 가게를 이용할 수 있고, 이는 다시 지역 상권을 지탱하는 순환 구조로 이어진다.

특히 포틀랜드의 교통 인프라는 로컬 생태계를 뒷받침하는 핵심 자산이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트램과 라이트레일은 시민들의 발이자, 소규모 상권으로의 접근성을 높이는 수단이다. 차 없이도 생활이 가능한 구조 덕분에, 시민들은 자연스럽게 로컬 가게를 찾고 소비한다. 이런 생활 패턴이 쌓여 도시의 정체성 자체가 '로컬 지향성'으로 굳어진 것이다.

[미국 포틀랜드=뉴스핌] 오종원 기자 = 늦은 저녁 포틀랜드 시민들이 트램을 이용하기 위해 대기 중인 모습.2025.09.07 jongwon3454@newspim.com

◆ 한국 지자체의 현실...'하드웨어' vs '소프트웨어'

한국 지자체들도 로컬 생태계 조성을 위해 다양한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도시 포틀랜드의 모델을 벤치마킹하며, 각 지역 특성에 맞는 정책과 사업을 내세우는 모습이다. 그러나 시도 자체는 활발하지만, 정착 과정에서 한계도 함께 드러나고 있다.

세종시는 국내 최초로 '20분 도시'를 내세우며 공공도서관, 보육시설, 체육시설 등 생활 SOC를 반경 20분 안에 배치하려 하고 있다. 군산시는 '청년뜰'을 조성해 청년 창업자들이 직접 공간을 운영하도록 하고, 성남·광주 등은 주민 협동조합 중심의 마을기업 모델을 실험하고 있다. 부산은 관광특구 중심으로 푸드트럭을 제도화해 상시 영업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틀을 마련했다.

이처럼 한국 지자체들도 로컬 생태계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대부분의 정책이 여전히 '행정 주도'라는 한계에 부딪힌다. 시설과 공간은 빠르게 조성되지만, 운영 주체가 시민이나 청년에게 온전히 넘어가지 못해 지원사업 종료와 함께 중단되기 일쑤다. 세종의 20분 도시도 실제 시민 체감도는 낮고, 군산 청년뜰도 지속 가능한 수익구조 마련이 현 상황에서의 과제로 꼽히기도 한다. 포틀랜드가 시민 주도의 생활 문화로 로컬 생태계를 정착시킨 것과는 결이 다르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의 정책은 '하드웨어 중심 성과주의'에 치우쳐 있다. 예산을 투입해 건물과 시설을 세우는 데는 속도가 빠르지만, 그 안에 담길 콘텐츠와 운영 구조는 미흡한 경우가 많다는 점이 눈에 띈다. 지역 주민이나 청년의 참여가 제한적이다 보니, 공간은 '지원사업 종료 후 방치되는 건물'로 전락하기도 한다. 이는 행정기관의 성과주의와 맞물려 단기적인 홍보효과에는 기여하지만, 장기적인 생태계 구축에는 한계를 드러낸다.

시민 사회의 역량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지 않는 점도 문제다. 포틀랜드의 경우, 시민들이 협동조합·비영리단체·자율적 커뮤니티를 통해 공간을 운영하면서 행정은 뒤에서 지원하는 구조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여전히 지자체가 주도하고 시민은 수동적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행정이 기획부터 운영까지 개입하다 보니, 시민의 자율성과 창의성이 발휘될 여지가 좁아진다.

결국 한국 지자체가 안고 있는 과제는 '소프트웨어'다. 하드웨어 투자를 넘어, 주민 주도적 거버넌스와 장기 운영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협동조합 운영, 사회적기업 육성, 장기 임대 지원 등 다양한 방식이 검토될 수 있다.

[미국 포틀랜드·시애틀=뉴스핌] 오종원 기자 = 주말 이른 오전 시간임에도 파머스마켓을 향한 지역민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았다. 2025.07.21 jongwon3454@newspim.com

◆시민 주도의 로컬 생태계...소규모 창업·실험공간 활성화

포틀랜드의 파머스마켓은 단순히 농산물 직거래 장터가 아니다.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운영하며, 음악 공연·플리마켓·커뮤니티 모임이 함께 열리는 생활문화 공간이다. 푸드카트 역시 행정이 땅과 기본 인프라를 마련하면, 나머지는 시민 창업자들이 스스로 채워 넣는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지역민의 주체성이 강화되고, 공간은 공동체를 잇는 허브로 자리잡는다.

한국의 경우 군산 청년뜰처럼 청년이 공간 운영을 맡는 사례도 등장했지만, 여전히 행정기관이 프로그램과 예산을 통제하는 경우가 많다. 주민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되는 성남·광주의 일부 마을기업은 예외적 사례다. 이 때문에 성과는 단기간 화제가 되더라도 장기적 지속성이 떨어진다. 포틀랜드 모델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지자체는 하드웨어를 열어주되, 소프트웨어는 시민이 채워야 한다."

포틀랜드의 푸드카트는 전 세계 도시들이 벤치마킹하는 모델이다. 초기 창업자가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불과한 비용으로 가게를 열 수 있고, 실패해도 재도전이 가능하다. 이렇게 시작한 카트가 나중에는 로컬 레스토랑이나 전국적 브랜드로 성장하는 경우도 많다. 시민들이 부담 없이 창업을 시도하고, 실패가 곧 학습으로 이어지면서 도시 전체가 창업 생태계로 작동하는 셈이다.

한국의 푸드트럭 제도화는 여전히 축제·행사 위주다. 서울 청년창업푸드트럭존, 부산 푸드트럭 거리 같은 시도들이 있지만, 공간이 상시적으로 운영되지 못해 '실험의 장' 역할은 제한적이다. 창업자가 일상적인 생활공간에서 실패와 성공을 경험하도록 돕는 제도가 필요하다. 포틀랜드의 푸드카트가 보여주듯, '작게 시작해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사다리'가 로컬 생태계의 지속성을 뒷받침한다.

[미국 포틀랜드=뉴스핌] 오종원 기자 = 포틀랜드 길거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푸드카트 거리 전경. 2025.09.07 jongwon3454@newspim.com

◆교통과 로컬의 결합...국제 교류 기반 확대도

포틀랜드 로컬 생태계의 또 다른 비밀은 교통이다. 트램과 라이트레일은 시민이 차를 두지 않고도 생활권 안에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든다. 이는 곧 동네 단위 상권을 활성화시키는 토대다. 교통 인프라가 단순히 이동수단을 넘어 지역 상권으로의 접근성을 보장하는 구조로 작동하는 것이다.

한국 역시 세종시는 BRT를 운영하며 도보·자전거 중심 교통망을 실험하고 있고, 대전은 오는 2027년 개통을 목표로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교통 인프라가 상권·문화·시민 생활과 연결되지 않으면, 단순한 교통수단에 그칠 위험이 있다. 시민들이 교통망을 따라 이동하며 자연스럽게 로컬 공간을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포틀랜드가 보여주듯 교통체계는 로컬 생태계의 '순환혈관'으로 작동해야 한다.

포틀랜드는 이미 1987년 울산과 자매도시를 맺고 문화·경제 교류를 이어왔다. 여기에 올해 6월 속초시가 포틀랜드와 우호교류 협약을 체결하며 관광·문화·청년 창업 분야 협력을 약속했다. 속초는 포틀랜드를 '글로벌 로컬 모델'로 인식하고, 이를 기반으로 지역 발전 전략을 세우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는 한국 지자체들이 포틀랜드를 단순한 벤치마킹 대상으로 보는 수준을 넘어, 국제 교류를 통한 공동 발전을 모색하는 흐름으로 읽힌다. 많은 전문가들은 "한국 지방정부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대하면서도, 자국 내 지역 현실에 맞는 변용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단기적 행사 교류를 넘어서, 청년 교류·문화 예술 협력·스타트업 네트워크 확장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국 포틀랜드=뉴스핌] 오종원 기자 = 포틀랜드 도심을 달리는 유가선 트램. 2025.09.07 jongwon3454@newspim.com

◆포틀랜드 '모델' 도입...지속성에 답이 있다

포틀랜드 모델의 본질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시민의 주도성과 생활 속 지속성이다. 파머스마켓, 푸드카트, 트램은 모두 시민들이 쓰고 운영하며 지켜낸 인프라다. 한국 지자체가 진정으로 배워야 할 것은 화려한 건물이 아니라, 시민이 스스로 로컬을 '생활 방식'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한국의 많은 지자체는 여전히 건물과 제도, 즉 '형태'를 따라잡는 데 주력한다. 하지만 로컬은 단기간에 완성되는 정책이 아니라, 시민이 일상 속에서 쌓아가는 문화라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포틀랜드의 푸드카트가 세계적 성공 모델이 된 것도, 초기 실패를 용인하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구조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 지자체들이 놓치고 있는 '지속성의 힘'을 보여준다.

결국 한국 지방정부가 배워야 할 포틀랜드의 교훈은 '지속성'이다. 시민 참여와 자율성이 누적될 때 로컬은 뿌리내리고, 행정은 이를 뒷받침하는 울타리로 남아야 한다. 국제 교류와 제도적 혁신이 더해진다면, 한국의 로컬 정책도 새로운 도약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jongwon3454@newspim.com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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