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도심 공실률 심화 속 상가→주택 활용 추진
상가 구조, 아파트보다 쾌적성 부족하고 방음도 취약
복잡한 절차·동의 문제 넘어야 실효성 확보 가능할 전망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정부가 주택공급 확대 방안의 하나로 공실 상가·업무시설을 주거용으로 전환하는 제도 개선에 나선다. 도심 상권 침체와 상가 공실 증가 문제를 해결해 공급 확대와 도시 활력 회복을 동시에 꾀하려는 구상이다. 절차의 복잡성과 소유자 동의 등 제도적 한계가 많아 실효성을 높일 후속 조치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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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전국 집합상가 공실률 상위 10개 상권 [그래픽=김아랑 미술기자] |
◆ 지방 혁신도시·수도권 신도시 공실률 고공행진… 주택 전환 가능할까
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일 발표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에 공실 상가와 업무시설 등 활용을 활용한 비아파트 공급 방안이 포함됐다.
올 4월부터 건축공간연구원이 건축물의 탄력적 용도전환 방안 연구 용역을 추진 중이다. 내년 1월 연구가 끝나면 2월 중으로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비대면 수요 확대와 경기변동 등으로 도심 공실 상가가 증가하고 있어 내부적으로 탄력적 용도전환을 통한 주거시설로의 활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준 전국 집합상가 공실률은 10.5%로 2년 전 같은 기간(9.3%) 대비 1.2%p(포인트) 뛰었다. 경북·전남·울산 등 지방 일부는 40%를 넘어섰다. 지방 혁신도시나 수도권 신도시도 상황은 비슷하다. 경북 김천혁신도시와 충북 충북혁신도시 내 집합상가 공실률은 각각 43.2%, 29.5%로 집계됐다. 인천 영종신도시는 29.5%였으며 부산 명지국제도시는 25.5%를 기록했다.
서울도 다르지 않다. 2분기 공실률은 전 분기(9.14%) 대비 0.13%p 오른 9.27%였다. 용산역(37.5%)과 논현역(15.5%), 홍대·합정(11.7%), 신촌·이대(11.5%) 등 전통 상권으로 이름을 날렸던 곳도 이제는 빈 상태로 남아있는 모습이다.
업계에선 오프라인 상권의 쇠퇴는 예견된 양상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김수경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C&W) 코리아 리서치 팀장은 "고물가와 고환율이 지속되고 가계부채 부담이 커지면서 소비 지출이 전반적으로 위축됨에 따라 특히 여가와 쇼핑 등 비필수재 소비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가의 주택 용도 전환은 해외에서도 고심하는 방안이다. 미국의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이후 업무용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상업용 부동산 수요가 줄어들면서 공실률이 치솟았다. 동시에 주거 공간 부족과 임대료 상승이 맞물려 상가의 주택 전환 사업이 신속하게 진행됐다.
미국 전역에서 2018~2024년 총 2만8500가구가 완공됐고, 올해 이후 7만700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연방정부와 주정부, 도시별로 세제 혜택과 보조금 지급, 규제 완화 등 전환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오는 2035년까지 상업용 부동산을 주거 용도로 바꾸는 경우 재산세를 최소 10%에서 최대 90%까지 경감한다. 민간사업자에게 용적률과 이격거리 완화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해 주택 공급 확대와 함께 도심 활력 증진을 모색하려는 시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 절차 까다로워 한계 명확… 업계 "제도적 보완 시급"
다양한 장점에도 그동안 상가를 주택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던 이유는 절차가 과도하게 복잡하기 때문이다. 상가로 허가받은 건물을 주택 용도로 바꾸려면 우선 건축물대장과 토지이용계획 확인서를 통해 변경 자체가 가능한지를 확인해야 한다. 지역에 따라 용도 변경이 제한되는 일도 빈번하다.
용도 변경이 가능하다면 구청에 신청서를 제출하고 승인을 기다리면 된다. 이 과정에서 기존 건물에 불법 증축된 부분이 있는 등 '건축법'을 위반했음이 드러나면 시정해야 한다. 설계 변경 요청을 받을 수도 있다. 주거용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화장실, 창문, 환기, 난방 등 주거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데다 주차 공간과 소방·방화 시설 등도 확보해야 할 의무를 진다.
집합상가는 용도변경이 더 어렵다. 전용 부분만 주택으로 바꾸더라도 공용 부분의 변경을 수반하거나 다른 구분소유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구분소유자 4분의 3 이상(공용 부분은 5분의 4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해서다.
허자연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주거나 업무에서 상업용도로의 변경은 많이 발생하나 그 반대 사례는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며 "토지 활용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시장이 자율적으로 용도를 변경할 수 있어야 하는데 상업공간은 다른 용도로 쉽게 변경하기 어려워 정책·제도적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LH는 서울 역세권에 위치한 향후 5년간 비주택 총 2001동의 용도변경을 진행, 총 4600가구의 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준공 15년 이내 건축물을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계획처럼 진행될 가능성이 높지만은 않다. 난방이나 욕실 설치에 따른 구조변경 부담이 크고 주거시설 건축 제한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이나 기존 입주자와 구분소유자 동의, 이주대책 수립 등 행정업무도 과다한 탓이다.
송상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연구위원은 "정부 주도로 비주택의 주택 전환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 의사결정이나 사업계획, 건축계획 등 주요 단계에서 사업자와 매입기관의 부담을 경감하는 방안이 수반돼야 한다"며 "주택 건설 기준 관련 주거성능 저하 우려나 해체·리모델링 과정의 하자에 대한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하는 것도 급선무"라고 제언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