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관세와 보조금 폐지로 흔들리던 전기차 업계에 부담 가중"
AP "수백 명 한국 근로자 감금 소식에 한국사회, 배신감 느껴"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미국 이민 당국의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 대한 단속으로 미국내 첨단 산업계에도 새로운 위험 부담이 가중되는 등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라는 미국 언론의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구금됐던 한국인들이 곧 석방돼 한국행 비행기에 오를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번 사태가 외국 첨단 산업의 미국 진출에 장애물이 될 가능성에 주목하는 분위기이다.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 대한 급습이 업계에 새로운 위험을 더했다고 보도했다.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 등 외국 전기차 관련 제조사들은 이미 관세와 전기차 보조금 종료 문제로 타격을 입고 있는데, 이번에는 근로자들의 이민 신분에 대한 엄격한 감시라는 새로운 위험이 추가됐다는 것이다.
NYT는 전기차 업계의 투자 흐름이 위축되는 분위기 속에 이번 사태가 발생한 데 주목했다. 실제 최근 전기차 수요가 예상을 밑돌고 올 해 들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장벽을 높이면서 원자재 비용이 늘어난 데다 화석연료 중심 에너지 정책 강화로 사업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 다음 달부터 전기차 구매 때 제공되던 7500달러(1040만 원) 보조금도 폐지될 예정이다.
여기다 미국에 공장을 설립할 때 본사에서 숙련된 기술자를 직접 파견해 생산 라인을 구축하던 관행도 타격을 받게 됐다. 배터리 기술은 특수한 데다 복잡하고 작은 오류조차 공장 가동에 치명적이라는 이유였는데 이러한 외국 인력 투입 관행이 미국 노동조합의 반발을 사왔다. 베토니 존스 전 에너지부 일자리국장은 NYT에 "배터리 업체들이 지적재산권을 이유로 기계 설치와 유지보수 과정에 자국 인력을 고집했고, 이에 대해 미국 노조들은 강하게 반발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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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민 단속 당국이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벌인 불법체류자 단속 현장 영상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사진= 이민세관단속국 홈페이지 영상 캡쳐) |
하지만 다른 주요 산업 분야들 역시 미국 내 공장 건설 과정에서 해외 노동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며 대만의 글로벌 반도체업체 TSMC 역시 피닉스 외곽에 위치한 생산공장 건설 과정에서 타이완에서 데려온 숙련 기술자를 대거 투입했다고 덧붙였다. NYT는 이번 단속의 여파로 향후 한국 기술자들이 미국 출장 또는 단기 파견에 나설 경우 부담과 불신이 커질 전망이라며 이는 결국 미국 내 신규 배터리 공장 건설 비용 상승과 지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AP도 지난 주 조지아 공장에서 일하던 수백 명의 한국인 근로자가 구금된 이후, 한국 사회에서는 배신감이 퍼지고 있다고 이 날 보도했다. 미국 정부의 대규모 이민 단속이 벌어진 직후 한국 정치권이 크게 술렁였으며 많은 한국인들은 미국의 공장 급습 소식에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AP는 조지아주는 많은 한국 대기업들이 이미 공장을 운영하거나 향후 투자를 예정하고 있어 양국 경제 협력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지역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태의 파장이 더욱 크다며 내년 초로 예정됐던 배터리 공장 가동이 미뤄져 현대차의 미국 내 전기차 사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NYT는 조지아 배터리 공장이 수개월 전부터 지역 TV 방송의 탐사 보도를 통해 열악한 안전관리와 광범위한 불법 인력 사용 문제가 꾸준히 지적돼 왔다고 전했다. 사법당국에 따르면, 공사 현장에서는 지금까지 최소 3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는 데 이 중에는 지난 3월 배 모씨가 운전하던 지게차에 치여 사망한 유 모씨가 포함돼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최근 미시간주 홀랜드의 배터리 공장에서 협력업체 직원이 기계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는가 하면 지난 주말에는 같은 공장에서 화학물질 유출로 15명이 병원에 이송되는 일이 벌어졌다고 NYT는 전했다.
dczoom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