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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곡미술관 30주년…"보이는 것이 다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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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인의 작가를 통해 미술관의 현재를 담아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성곡미술관이 개관 30주년을 맞아 국내외에서 활동 중인 14인의 작가를 통해 미술관의 현재를 담아냈다.

이수균 성곡미술관 부관장은 16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성곡미술관에서 열린 개관 30주년 기념전 '미술관을 기록하다' 언론간담회에 참석해 "개관 30주년을 어떻게 기념할지 고민했는데, 과거에 머무르지않고 미래를 향해 나가가고자 했다. 이에 성곡미술관의 지금까지 모습을 다큐멘터리처럼 기록한 전시를 선보이려고 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성곡미술관 '미술관을 기록하다' 전시 전경. [사진=성곡미술관] 2025.09.16 alice09@newspim.com

성곡미술관은 1995년 개관해 올해로 개관 30주년을 맞았다. 미술관 설립에는 기업인이자 교육자, 정치가였던 고 성곡 김성곤 선생의 철학을 바탕으로, 그의 신념이 오늘날 미술관 운영의 뿌리가 됐다. 이후 아들인 고 해옹 김석원 이사장의 주도로 성곡미술문화재단의 설립으로 이어졌고, 미술관 개관으로 실현됐다.

이번 개관 30주년 기념전 '미술관을 기록하다'는 '성곡미술관'이라는 구체적인 장소에 축적된 시간과 기억, 감각의 결을 예술적 언어로 탐색하는 실험적 프로젝트로 구성됐다. 회화와 사진, 설치, 영상, 사운드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국내외 14인의 작가들이 미술관과 그 주변의 풍경, 계절, 삶의 흔적을 독창적으로 재해석했다.

이날 이수균 부관장은 "김성곡 회장은 문화예술이야말고 교육의 기초라고 생각을 하셨다. 교육의 근간으로 문화예술의 가치를 미리 아셨던 만큼, 지금과 같이 어려운 시기에 30년을 돌아보고자 한다. 성곡미술관이 자리잡은 곳은 조선시대에는 경복궁과 경희궁을 잇는 길목이었고, 근대에는 '신문로'라는 이름으로 언론과 출판, 교통과 문화의 중심지로 자리했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 관료들의 주거지로 변모했고 오늘날에는 한옥과 적산가옥, 현대 건축이 뒤섞인 복합적인 도시 풍경을 이루고 있다"고 소개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송예환 작가의 '풍수 수확'. [사진=성곡미술관] 2025.09.16 alice09@newspim.com

이어 "성곡미술관이 자리 잡은 후 30년간의 모습을 이번 전시에서 보여드리고자 한다. 첫 전시 공간에는 그동안 성곡미술관이 해왔던 전시 250편 이상의 포스터나 도록을 김태동 작가가 아카이브로 준비를 해주셨다"고 설명했다.

김태동 작가의 '성곡미술관 전시 아카이브 1995-2025'는 미술관 개관 30주년을 기념하는 아카이브 프로젝트이다. 일반 관객들은 볼 수 없었던 숨겨진 공간들에 주목하며, 관람객에게는 공개되지 않은 낯선 공간의 풍경들, 미술관 정원의 2024년 봄 풍경, 이 공간을 사용한 사람들, 또 미술관을 방문했던 관객들의 포트레이트 사진 등, 다양한 사진들을 수집하고 작가적 시선으로 선별하여 정서적인 사진 스크럼을 제작했다.

조르주 루스 작가는 성곡미술관의 공간을 활용한 '서울, 성곡Ⅰ'과 '서울, 성곡Ⅱ'을 선보인다. 작가는 기억이 스민 장소에 특정한 시점에서만 온전한 이미지가 보이는 '아나모르포시스' 기법을 활용해 3차원의 공간에 가상의 2차원적 도형을 그리고, 이를 사진으로 촬영한다.

이 부관장은 "'서울, 성곡Ⅰ'의 경우 한 지점에서 보면 완벽한 원을 그리고 있는데, 그 지점을 조금만 벗어나면 이 원은 다 해체가 된다. 이는 사각형의 '서울, 성곡Ⅱ'도 마찬가지"라며 "이는 우리가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질문이 담긴 작품"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조르주 루스 작가의 '서울, 성곡Ⅰ' 전경. 2025.09.16 alice09@newspim.com

특히 조르주 루스 작가는 '서울, 성곡Ⅱ'가 전시된 공간에 대해 "작업을 위해 성곡미술관에 왔을 때, 이 공간에 관심이 많았다. 공간을 둘러보는데 굉장히 기념비적으로 느껴져서 이곳을 강렬한 페인팅과 컬러로 사라지게 하고 싶었다. 그리고 회화적인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전시장에는 참여 작가 14인이 바라본 성곡미술관의 모습이 각기 다르게 담겨 있다. 장지애 작가는 한지에 수묵을 활용한 '도시·전시·정원'을 선보였다. 작가는 브라운관 TV의 주사선과 닮은 가로획을 활용해 서울의 일상적 도시 풍경을 담아내고 있으며, 이번에는 몇 년 전 성곡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장소에 대한 기억과 정서를 회화로 재구성했다.

또한 윤정미 작가는 성곡미술관의 조각정원을 사진으로 담아냈다. 조각정원은 100년이 넘는 고목들과 국내외 조각·설치 작가들의 작품이 함께 자리잡고 있으며,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공간이기도 하다. 윤 작가는 지난 6월부터 7월 사이 정원을 촬영했다. 그는 "단지 여름 풍경을 담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결이 쌓인 공간의 호흡과 식물과 조각이 함께 만들어내는 감응의 순간을 포착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주르주 루스 작가와 그가 작업한 ''서울, 성곡Ⅱ'. 2025.09.16 alice09@newspim.com

전시에서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이세경 작가의 '접시 위의 머리카락_성곡미술관 개관 30주년 기념접시'이다. 작가는 머리카락이라는 낯선 재료로 몸과 감정, 기억, 상징이 교차하는 지점을 탐구해왔다. 그리고 이번에는 박문순 성곡미술관장의 머리카락을 사용해 미술관 전경과 설립자의 흉상, 정원과 카페 풍경을 담았다.

이수균 부관장은 "이번 전시에 참여해주신 14인의 작가는 성곡미술관의 '지금'을 잘 표현해주실 분들에게 부탁을 드렸다. 이번 전시는 국내외 유명 작가들과 작업을 했지만, 그동안 성곡미술관은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을 발굴해 전시를 열고 소개하고, 키워 나가는 일을 해왔다. 이번 전시 이후 앞으로도 여러 작가들을 발굴하고 소개면서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미술관이 되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성곡미술관의 개관 30주년 기념전 '미술관을 기록하다'는 이날부터 오는 12월 7일까지 진행된다.

alice0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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