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中 , 조단위 투자 속도
LGD, 투자 시점 아직 미정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LG디스플레이가 차세대 8.6세대 OLED 투자 시점을 확정하지 못하면서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경쟁력 약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중국 기업들이 잇따라 대규모 투자를 발표하며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지만, LG디스플레이만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어 시장 내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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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 파주사업장 전경 [사진=LG디스플레이] |
16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현재 8.6세대 OLED 투자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당초 업계에서는 광저우 LCD 공장 매각 이후 신규 투자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지만, 매각이 마무리된 지금까지도 별다른 발표가 없다.
8.6세대 OLED는 기존 6세대보다 유리 원장(원판) 면적을 키운 기술로, 하나의 원장에서 생산할 수 있는 패널이 최대 2.5배(14.3인치 기준) 늘어난다. 원가 절감과 생산 효율성 측면에서 강점이 크며 모바일과 노트북, 태블릿 등 중소형 IT 기기 고객사들의 수요를 끌어낼 수 있는 차세대 기술로 평가된다.
LG디스플레이는 아직 시장 불확실성이 존재하며 6세대 디스플레이를 통해 8.6세대 생산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월 진행된 콘퍼런스콜에서 "8.6세대 OLED는 아직 시장 수요에서 불확실성이 꽤 있다고 판단한다"며 "대외 환경에 불확실성이 많고 수요 변동성도 높아진 상황에서는 사업 체질 개선과 재무 건전성 강화, 안정적 수익성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반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산캠퍼스에 8.6세대 IT용 OLED 라인 구축을 위해 4조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애플을 비롯한 글로벌 IT 고객사들이 차세대 대형 OLED 패널을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선제적인 움직임을 통해 시장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도다. 공장은 내년 초부터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BOE, 비전옥스 등 중국 업체들도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히는 등 글로벌 OLED 공급 지형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BOE는 내년까지 약 11조원, 비전옥스는 2027년까지 대규모 투자를 예고했다.
LG디스플레이가 투자를 미루는 데는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우선 재무 건전성 회복 기조가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024년부터 인력 및 사업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지만, 올해 2분기엔 다시 적자(영업손실 1160억원)로 돌아섰다. 3년간 이어진 적자 고리를 완전히 끊기 위해 당분간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이어가는 것으로 관측된다.
또 다른 이유로는 고객사 확보 문제가 지적된다. 8.6세대 OLED 투자가 본격화되려면 대형 세트업체의 패널 채택이 뒷받침돼야 한다. 구체적인 공급선 확보 없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다는 의미다.
디스플레이업계 한 관계자는 "OLED는 스마트폰에서 이미 주류로 자리 잡았듯 노트북과 태블릿으로도 확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자금이 있으면 무조건 진입해야 하는 시장"이라며 "뒤늦게 투자할 경우 2~3년은 시간을 허비할 수밖에 없고, 고객사 확보에서도 불리해질 수 있어 선진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업계 전반에서는 글로벌 OLED 전환 속도가 빠른 만큼 LG디스플레이의 고민이 길어질수록 타이밍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특히 삼성디스플레이와 중국 진영이 먼저 판을 키우는 가운데 후발로 뛰어들면 투자 회수 기간이 늘어나고, 수요 선점에서도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디스플레이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는 재무 안정화와 미래 먹거리 확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당장 투자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겠지만, 내년까지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OLED 시장 내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a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