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영국의 극우 성향 포퓰리즘 정당 영국개혁당(Reform UK)이 22일(현지 시간) 다음 총선에서 승리해 집권에 성공할 경우 영주권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또 영국 시민권자 이외의 모든 외국 출신 이민자에 대해 복지 혜택 제공을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혁당은 이 같은 정책 변화로 향후 수십 년에 걸쳐 2340억 파운드(약 440조원)의 예산을 절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
나이절 패라지 영국개혁당 대표. [사진=로이터 뉴스핌] |
나이절 패라지 개혁당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이민 정책을 발표하면서 "영국이 세계의 식량 은행이 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에서 오는 사람들에게 복지를 제공하는 게 우리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패라지 대표가 이날 발표한 이민 정책의 이름은 '영국이 우선'이었다.
영국은 통상 적법한 비자로 5년 이상 체류한 외국인에게 영주권(ILR)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영주권을 받으면 무기한으로 거주와 학업, 취업이 가능하다. 영주권 취득 이후 추가 요건을 충족하면 1년 후에는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다. 영주권자는 선거 출마와 투표권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권리와 혜택이 시민권자와 동일하다.
현 노동당 정부는 영주권 신청 요건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개혁당의 구상은 영주권을 아예 폐지하고 5년마다 새로 갱신해야 하는 비자로 대체한다는 것이다. 이 비자의 신청 요건도 급여 수준과 영어 능력 등 기준을 기존보다 높이고 복지 수당을 신청한 적이 없어야 한다는 등 대폭 강화하겠다고 했다.
개혁당은 이 정책이 유럽연합(EU) 국적자에게는 해당하지 않으며 비(非)EU 시민이 대상이라고 했다.
옥스퍼드대 이민관측소에 따르면 2024년 말 현재 ILR을 보유한 비EU 시민은 43만명 정도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영국 BBC는 "이번 개혁당의 발표는 '보리스 웨이브'라고 부르는 사람들에 대한 새로운 공격을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보리스 웨이브'는 보수당의 보리스 존슨 전 총리 정부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결정 이후 비자 규정을 완화해 영국에 380만명이 대거 유입된 것을 가리킨다.
개혁당은 영주권을 폐지하면 그 대안으로 기업가와 투자자의 이민 경로를 늘려 "창업자와 혁신가, 우리 경제에 상당한 자본을 투자할 의향이 있는 사람들의 유입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위기에 처한 일자리를 위한 급성 기술 부족 비자(ASSV)라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이 제도에 따라 기업은 국내에서 한 명을 교육하는 경우에만 해외 인력 한 명을 고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영국개혁당에서 이민 정책을 맡은 지아 유수프는 이 같은 정책으로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새로 비자를 신청을 해야 할 것이고 결국 영국에서 정착 자격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주권을 잃을 사람들 중 다수는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게 돼 자발적으로 영국을 떠날 것"이라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대량 추방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민법 집행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레이철 리브스 재무장관은 개혁당이 추산한 복지 예산 절감 규모가 "현실적으로 근거가 없다"며 "정부는 이미 이주민의 복지 혜택 제한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이민을 줄이고 있다"며 "영국 체류 권리가 없는 사람을 가장 많이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제1 야당인 보수당도 "개혁당이 보수당의 아이디어를 다시 한번 모방했지만 그 방식은 엉성하고 실행 불가능하다"며 "그들의 무모하고 좌익적인 경제 정책은 더 많은 부채와 더 많은 지출, 더 많은 세금을 뜻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