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사망사고 원인으로 코헤일 관리 미흡 지적
다원시스 납품 지연·전관 의혹에 국감장 '활활'
에스알과의 통합은 "방향 확정, 로드맵 미정"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올해 국정감사에서 안전사고, 납품 지연, 노사 갈등 등 복합적인 위기관리 부실을 지적받으며 전방위 질타를 받았다. 청도 무궁화호 사망 사고로 드러난 현장 안전관리 부실과 다원시스 객차 납품 문제 등이 터져 나왔다.
◆ 철도 안전사고 언제까지?…코레일 관리 부실 지적 이어져
21일 국회 국토위는 코레일, 에스알(SR), 국가철도공단 등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질의 내용은 대부분 코레일에 집중됐다. 주요 이슈는 안전 사고와 차량 납품 관련 의혹, 코레일과 에스알 통합 등으로 좁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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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래 코레일 사장 직무대행이 21일 오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업무보고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쳐] |
지난 8월 경부선 남성현~청도 구간에서 구조물 안전점검 인력 7명이 무궁화호와 충돌해 2명 사망·5명 부상한 사고를 둘러싸고 구조적 위험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서류상 인원과 실제 투입 인력이 일치하지 않은 문제, 선로변 CCTV 부족, 주간 운행선 작업 관행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배준영 의원은 실명 등록, 안전교육 이력 대조, 하청 인력 변경 실시간 보고 등 현장 인력 관리 전산화를 제안했다. 김희정 의원은 "작업자에게 지급된 경보 단말기가 일반 스마트폰처럼 앱 설치가 가능하고 전원·음향도 임의로 꺼둘 수 있었다"며 관리 부실을 꼬집었다. 정 직무대행은 "11월까지 타 앱 설치 차단·볼륨 임의조작 제한, OTP 본인확인, 전국 약 8000개 출입문 디지털 전환으로 출입 기록·투입 인원 확인을 강화하겠다"고 답했다.
염태영 의원은 또 "열차가 다니는 낮 시간대 작업은 구조적으로 위험하다"며 "노조가 요구한 4조 2교대 전환과 주간 작업 전면 중단을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정의경 국토부 철도안전정책관은 "주간 작업은 최소화하고, 4조 2교대 전환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 다원시스 의혹 확산…"감사원 감사·고발 검토" 한목소리
철도차량 제작업체 다원시스와 코레일 사이 수상한 계약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코레일은 다원시스와 총 473량, 9149억원 규모 계약을 맺었으나 상당한 수량이 납품 지연 상태다. 그나마 납품된 차량도 코레일이 당초 요구한 것보다 무거운 '불량' 상태였다.
박용갑 의원은 "제작 경험이 부족한 업체에 수천억원대 계약을 맡긴 것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감사원 감사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준호 의원은 "코레일이 이미 선급금 4130억원을 지급했는데 납품률은 40%에도 못 미친다"며 "선급금이 지체상금 돌려막기에 쓰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김은혜 의원은 "코레일 출신 전관 8명이 다원시스 내부에 포진해 있다"며 "입찰·감리 과정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근태 의원은 "납품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선급금을 받았다면 형사상 사기죄에 해당할 수 있다"며 철저한 조사와 부정당업체 등록 검토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박선순 다원시스 대표는 "일부 공정은 진행 중이며, 계열사 매각 등을 통해 약 4000억 원을 투입해 자금난을 해소하겠다"며 "2027년 6월까지 모든 객차를 납품하겠다"고 해명했다. 여야 의원들은 "감사원 감사 착수와 필요 시 고발까지 검토해야 한다"며 공세를 이어갔다.
맹성규 국토위원장은 "단순 납품 지연을 넘어 철도 운행 계획에 영향을 줄 중대 사안"이라며 "국토부와 코레일은 계약 과정·지체 사유를 종합 분석해 29일 종합감사 전까지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코레일과 에스알(SR) 통합 문제도 질의가 이어졌다. 2022년 한 차례 시도했으나 물거품이 된 두 기관 통합 문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걸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현재 코레일은 통합 시 연 406억원 규모의 중복 비용 절감을 예상하며 찬성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에스알은 요금 10% 저렴·10년 동결을 근거로 국민 교통비 절감 효과를 유지해야 한다며 반대하는 모습이다.
윤진환 국토부 철도국장은 "통합 추진 방향은 확정됐으며 장관도 의지를 갖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로드맵은 확정 전"이라고 밝혔다. 윤진오 의원은 "대통령 공약사항인데 국민이 이해할 일정표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이연희 의원은 "국토부 내 '철피아(철도+마피아)' 세력이 통합을 가로막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내년 말까지 구체적 통합 로드맵을 국회에 보고하라"고 촉구했다.
◆ 맹성규 "코레일 사장 대행, 답변 제대로 부탁" 일침 놓기도
이날 국감에서는 정 직무대행에 대한 맹 위원장의 질타가 눈에 띄었다. 그동안의 국감에서 의원들간 질서 유지나 장내 정돈 등의 역할에 주로 집중했던 만큼 이러한 맹 위원장의 발언은 더욱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정 직무대행이 경전선 구간 운행 횟수 증대가 가능한지 묻는 질문에 "고속철도 차량을 추가로 구매 중"이라며 "오송~평택 2복선화 공구가 완료된다면 수요가 다소 분산될 수 있다"고 답하자, 맹 위원장은 "같은 질의가 나올 가능성이 크니 정확한 답변을 해달라"고 말했다.
노쇼 수수료에 대한 질의에서도 명확한 답변이 나오지 않자 "지금 과정을 보면 (정 직무대행이) 조금 핀트가 안 맞는 것 같다"며 "국감 중이지만 실무 담당하는 사람이 질의한 의원에게 관련 내용을 설명해 달라"고 했다.
다원시스 납품 문제가 불거지자 맹 위원장은 코레일 측에 추가 자료 제출을 강력히 요구했다. 그는 "근본적으로 문제의식이 잘못됐다"며 "누가 돈을 주고 안 주고, 차량 계약을 했고 안 했고를 떠나서 계획됐던 열차 운행이 어그러지면 결국은 국민 손해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종합감사(10월 29일)까지 지금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서 정리를 해서 제출해야 추가 조치를 어떻게 할지 논의가 할 수가 있으니 자료를 달라"고 부연했다.
윤 국장 또한 일침을 피해가지 못했다. 1000만 명 이상의 이용객이 이용하는 KTX오송역 내 누수가 심각하다는 질의에 코레일은 부실 시공이 원인이라 관리 주체 입장에서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국가철도공단은 관리 운영권이 없어 처리가 힘들다고 난색을 표하자 맹 위원장은 "국토위 4년 째인데 이 문제는 매년 나오는데도 해결이 안 되고 있다"며 "원인이 누구한테 있건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않냐. 이용객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으려면 누군가는 의사 결정을 책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국장은 이에 "선상 역사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인 특성으로 누수가 자주 일어나는 것으로 보인다"며 "우선 시급한 복구는 이뤄졌고 올해 말에 철도공단이 수행 중인 관련 용역 결과가 나오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도록 했다"고 해명했다.
맹 위원장은 여기에서도 "국토부 내부 인사나서 가버리고 정 직무대행이나 이성해 철도공단 이사장도 발령나면 누가 해결하냐"며 "근본적으로 뭐가 문제인지 종감 때까지 의견을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