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25억원 규모 손배 본안 소송 추진
오송 참사 유족·생존자, 손배 소송 제기
부실시공 의혹 재조명·손해배상 청구금액 변수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금호건설의 부실시공 의혹이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앞서 발생한 '정자교 붕괴 사고',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관련해 시공상의 하자를 가리는 소송이 본격화되면서다. 판결 결과에 따라 금호건설의 시공 신뢰도와 재무적 부담이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성남시는 금호건설을 상대로 약 25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준비 중이다. 이 사건은 2023년 4월 금호건설이 시공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정자교'의 보행로 일부가 붕괴해 1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을 입은 사고와 관련돼 있다. 성남시는 캔틸레버부의 철근 정착 길이와 이음 방식, 콘크리트 타설 과정에서 시공상 하자가 있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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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의 정자교 교각 난간 일부가 무너져 2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진=뉴스핌 DB] |
2023년 7월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 소장이 접수된 이후, 법원은 2024년 4월 대한토목학회에 사고 원인에 대한 증거 감정을 의뢰했다. 같은 해 8월 제출된 감정 결과에는 "금호건설의 시공 과정에서 미흡한 부분이 존재한다"는 내용과 함께 "해당 시공이 정자교 붕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는지는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담겼다.
성남시는 현재 변호인단과 함께 본안 소송 제기 일정을 조율 중이다. 성남시 관계자는 "사고 직후 국토교통부가 성남시를 책임 주체로 지목했지만, 이는 과도한 판단이라는 내부 결론에 따라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며 "관리 부실과 시공 하자 중 어느 쪽 책임이 더 큰지를 가리기 위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금호건설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선 곳은 성남시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24일 오송 참사 유족 및 생존자 29명은 금호건설을 비롯해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충북도, 청주시, 감리·건축업체, 이범석 청주시장 등을 상대로 총 174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사고는 2023년 7월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인근 미호천교 확장공사 현장에서 임시제방이 붕괴하면서 발생했다. 당시 침수로 14명이 숨지고 16명이 부상을 입었다.
금호건설은 임시제방의 시공을 맡았다. 당시 국무조정실은 참사 원인으로 임시제방 부실시공을 지목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임시제방이 이번 참사의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는 감식 결과를 내놨다. 금호건설이 원가 절감을 위해 저렴한 임시제방 축조 방식을 택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에 금호건설이 사고의 주요 책임자로 거론되면서 유족·생존자들이 이번 소송 대상에 금호건설을 포함한 것이다. 지난달 26일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 대한 국정조사 결과 보고서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사고의 책임 주체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고 있다.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두 사건이 금호건설의 리스크를 다시 확대하는 모양새다. 정자교 붕괴와 오송 참사 모두 금호건설의 시공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 만큼 금호건설의 시공능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전망이다. 최근 금호건설은 시공사 인지도가 사업을 따내는 데 크게 영향을 미치는 민간 도시정비사업에서의 한계로 공공발주 수주에 집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사고 이력이 재조명되고 지방자치단체와 사고 책임을 가리는 내용의 소송이 가시화된다면 향후 공공발주 사업 수주에 부담이 생길 수 있다.
손해배상 청구금액도 변수다. 성남시가 제기한 정자교 붕괴 관련 소송을 포함해 올해 상반기 기준 금호건설이 피고로 계류 중인 사건은 69건이다. 총 소송가액은 총 569억원이다. 한강금호어울림입주자대표회의가 제기한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 등 청구 소송(20억원), 한일건설의 공사대금 청구 소송(26억원) 등이 진행되고 있다. 금호건설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219억원)의 두 배를 넘는 잠재적 리스크가 누적된 상황에서 오송참사 소송 관련 금액이 더해진다면 재무건전성 압박이 커진다. 금호건설은 지방 사업장의 미분양과 원가율 상승으로 지난해부터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미 금호건설은 중대재해처벌법이라는 큰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다. 지난 2월 금호건설이 시공을 맡은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의 동북선 도시철도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 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올해 3월에는 '청주테크노폴리트'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 1명이 숨졌다. 고용노동부는 원청인 금호건설을 대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근로자 사망사고는 안전관리, 정자교 붕괴와 오송 참사는 시공품질 관련 문제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 현장 관리 체계 전반의 허점을 드러냈다는 측면에서 본질은 유사하다.
금호건설 관계자는 정자교 붕괴 사고에 대해 "국토부 조사 결과 무혐의 처분이었고, 현재 성남시와의 소송건은 답보 상태"라고 말했다. 오송 참사에 대해서는 "현재 관계기관의 수사와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구체적인 법적 대응이나 절차에 대해서는 밝히기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며 "당사는 이번 사안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피해자와 유가족분들께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원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blue9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