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집은 사는(buy) 것이 아니라 사는(live) 곳이다. 진보 진영 인사들이 활용하던 이 문장은 어쩌다 보니 최근 정부의 부동산 규제를 풍자하는 용도로 쓰이고 있지만 사실 절반은 맞는 말이다. 집은 기본적으로 사람이 '사는(live) 공간'이어야 한다. 동시에 수요가 공급보다 많으면 가격이 오르는 경제·자산 시스템 속에서 필연적으로 '사는(buy) 대상'이 된다. 두 개념 중 어느 한 가지를 완전히 배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임대주택은 두 가지 개념을 완충하는 존재다. 거주 공간을 얻지 못한 소외계층에게 주거를 제공하면서 주택이 과도하게 자산화될 때 발생하는 시장 불안을 완화하는 완충 장치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주택 시장에는 일정 규모 이상의 임대주택 공급이 필요하다. 임대주택은 거주자가 실질적인 주거 안정을 체감하고 자가 주택 마련의 기반을 다질 수 있을 때까지 주거 사다리로 기능해야 한다. 임대료가 비교적 높은 민간임대주택에 주거 취약계층의 접근이 어려움을 고려하면 공공임대주택의 확충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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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핌 건설중기부 조수민 기자 |
다만 실제 공급되는 공공임대주택의 유형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은 중소형에 쏠려 있다. 서울시의회 주택공간위원회 김종길 의원실(국민의힘, 영등포2)이 올해 3월 기준 사업시행계획인가가 완료된 시내 205개 구역 중 임대주택이 공급되는 154개 구역을 대상으로 평형별 공공임대 공급 규모를 조사한 결과, 전용면적 40~60㎡ 물량이 2만9490곳(61.3%)으로 가장 많았다. 그 뒤로 ▲40㎡ 미만(1만5576곳·32.4%) ▲60~85㎡(3062곳·6.4%) ▲85㎡ 이상(8곳·0.02%) 순이었다. 40㎡ 미만과 40~60㎡인 중소형 평수가 전체 물량의 93.6%를 차지하는 것이다.
다양한 이유가 숨어 있다. 우선 정부는 한정된 예산으로 최대한 많은 가구에 주거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다수에 대한 최소한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복지의 개념에 근거한 판단이다. 매년 예산 지출 대비 공급 실적을 증명해야 하는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 등 공공기관의 입장에서도 소형 위주 공급이 효율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공공임대주택 공급은 제한된 재원 속에서 공급 실적을 늘리기 유리한 중소형 평수 위주로 이뤄지게 된다. 그동안 공공임대주택의 주요 수혜자가 독거노인이었으며 이들이 대형 평수 아파트의 임대료, 관리비를 납부하기 어려운 경제적 여건이라는 점도 소형 평수 위주 공급에 힘을 실어준다.
그러나 놓치고 있는 사실이 있다. 서울 시내의 비정상적 주택 가격 급등기에 새로운 형태의 주거 취약 집단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청년이다.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의 '행정자료를 활용한 2024년 주택소유 통계'에 따르면 전체 주택 소유자 중 30세 미만은 0.15%로 전 세대 중 최하위다. 사망자(2.2%)의 주택 소유 비율보다도 낮은 수치다. 개인은 안정된 거주권이 없으면 결혼, 출산 등 책임을 요구하는 미래 설계를 중단하게 된다. 청년이 '내 집 마련'을 포기하고 전월세 1인 가구를 택하는 경우가 많아질수록 저출생·고령화 구조는 고착화된다.
물론 현재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서 청년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공공임대주택 제도가 존재한다. 국토교통부 통합공공임대주택, 서울시 청년안심주택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청년은 '최저 수준의 주택'이 아니라 '살 만한 품질의 공간'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LH토지연구원의 '청년 1인가구의 주거 선호도 및 정책방향 연구'에 따르면 청년이 공공임대주택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로 '면적/평수가 좁아서'가 가장 많았다. 현재의 청년은 청소년기 시기 각종 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주택 주거 형태를 접하면서 자란 만큼 당장의 주거 비용 문제보다 삶의 질을 중시하는 성향을 갖는 경우가 많다.
공공임대주택의 다양화를 추구해야 한다. 열악한 규모의 공공임대주택은 청년의 삶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임대 단지에 대한 부정적 낙인을 확대할 우려가 있다. 우선 공공임대주택의 수혜자가 최저 생계층만이어야 한다는 인식을 바로잡아야 한다. 일정 소득이 있다고 해서 지원 대상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시각, 그리고 소득이 낮으면 좁은 주택에 머무르는 것이 당연하다는 평가가 맞물리면서 공공임대주택 제도 전체가 위축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넓은 시야의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주거 취약 집단으로서의 청년을 인정하고 이들을 제도로 유입해 결혼과 출산을 안정적으로 계획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blue9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