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사태 여파 속 신뢰 회복·매각 정상화 과제 산적
고객이탈·보상비용·과징금 등 리스크…'위기관리형'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롯데카드가 해킹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임하는 조좌진 대표의 후임 인선을 위한 절차에 공식 돌입했다. 조기 사퇴 이후 단행된 대대적인 인적 쇄신 기조를 고려할 때, 업계에서는 외부 전문가 영입을 통한 '신뢰 회복형 리더십' 구축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카드는 이날 임시 이사회를 열고 차기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개시했다. 대표 교체는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 사태 이후 진행 중인 경영 쇄신의 핵심 단계로 새 대표는 늦어도 내년 초에는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 조 대표는 12월 1일자로 공식 사임하지만 후임이 결정될 때까지 대표이사로서의 권한을 유지한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인선 일정과 절차가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 |
|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가 12월 1일자로 공식 사임하면서 롯데카드는 차기 대표 선임 절차를 개시했다. 사진은 지난 9월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이사(오른쪽)가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에서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는 모습. 2025.09.18 yooksa@newspim.com |
이번 인사 변화는 롯데카드 지배구조에도 의미 있는 전환점을 예고한다. 대주주 MBK파트너스의 김광일 부회장이 기타비상무이사직에서 물러나며 MBK의 이사회 내 영향력이 줄어들었다.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독립경영체제' 구축의 신호로 해석된다.
MBK파트너스는 2019년 롯데카드를 인수한 뒤 당시 삼성생명·현대카드 등에서 경영성과를 입증했던 조좌진 대표를 영입했다. 조 대표는 2020년 취임 이후 6년간 세 차례 연임하며 순이익을 694억원(2019년)에서 3672억원(2023년)으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매각이 지연되는 사이, 해킹 사고로 기업 신뢰가 흔들리며 리더십이 한계에 봉착했다.
지난 9월 발생한 고객정보 유출로 297만명 고객의 정보가 노출됐고 이중 28만명은 카드번호·유효기간 등 민감정보까지 유출됐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월 롯데카드의 해지 회원 수는 16만명으로 전월 대비 139% 급증했고, 회원 수는 939만명으로 감소했다. 신뢰 하락이 실적과 고객 기반 악화로 직결된 셈이다.
사고 이후 롯데카드는 조직 전반의 체질 개선에 나섰다. 지난달 부사장 2명과 본부장 3명을 포함한 임원진을 교체하고 개인고객사업부 신설·정보보호센터 격상 등 조직을 전면 개편했다. 특히 향후 5년간 1100억원을 투입해 정보보호 투자를 업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 중심의 보안 거버넌스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는 단순한 사후조치가 아닌 '보안 중심 경영체계'로의 전환을 선언한 것이라고 해석된다.
이 같은 변화 속에서 차기 대표에게는 보안 신뢰 회복, 내부통제 정교화, 매각 재추진을 위한 기업가치 제고 등의 과제가 주어졌다.
![]() |
| 서울 종로구 롯데카드 본사의 모습 [사진=뉴스핌DB] |
우선 보안 신뢰 회복이 최우선 과제다. 이번 해킹 사고는 단순한 IT 오류를 넘어 금융소비자 보호 전반의 구조적 허점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많다. 새 대표는 단기적인 보안 강화 수준을 넘어 고객 데이터 관리 체계 전반을 재설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롯데카드가 공언한 정보보호 투자 1100억원 계획을 현실화하고 외부 보안 전문인력을 확충해 신뢰 회복의 실질적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내부통제 정교화도 필수적이다. 해킹 사태는 IT 부문의 단순 보안 미비를 넘어, 조직 내부의 통제 프로세스와 리스크 관리 시스템 전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금융당국의 검사 결과에 따라 과징금 등 추가 제재 가능성도 거론되는 만큼, 새 대표는 내부통제 구조를 전면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 데이터 접근권한 관리, 감사라인 명확화, 리스크 대응체계 강화 등 시스템 전반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기업가치 제고는 새 리더십의 또 다른 시험대다. 롯데카드의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2022년부터 매각을 추진했지만 가격 조율 난항과 해킹 사고 여파로 일정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새 대표는 MBK의 회수 전략이 원활히 이행될 수 있도록 기업가치와 평판을 끌어올리는 실질적 역할을 맡게 된다. 해킹 사태로 떨어진 브랜드 신뢰를 회복하고 영업력·수익성·보안 경쟁력을 동시에 강화하는 것이 핵심 과제다.
더불어 수익성 개선에도 힘써야 한다. 현재 롯데카드는 영업력 약화 외에도 해킹에 따른 카드 재발급 및 고객 보상 비용, 금융당국의 과징금 부과, 고객들의 집단소송 가능성 등 대규모 추가 비용 발생 요인이 산재해 있다. 단기 실적 방어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비용 구조를 효율화하고 핵심 수익 기반을 다지는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신임 CEO로 내부 승진보다는 외부 영입 가능성을 높게 본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롯데카드는 보안·리스크 관리 역량을 갖춘 경험 많은 외부 인사를 중심으로 후보를 검토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조직 안정화와 신뢰 회복을 동시에 이끌 '위기관리형 CEO'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yunyu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