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자본의 금융 지배 확산 우려 여전
"대기업, 손정의식 투자보다 본업 강화해야"
李 정부, 국민성장펀드 150조원 투자 예고
주 위원장 "대기업, 본업에 충실하기를"
[세종=뉴스핌] 김범주 기자 =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금산분리 완화 논란에 대해 "가장 중요한 것은 첨단 전략산업의 투자 활성화이지, 금산분리가 아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논의 중인 금산분리 완화 방안에 대해서는 "각 부처마다 각각의 미션이 다르게 주어져 있다"며 속도조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23일 공정위에 따르면 주 위원장은 지난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후 첫 기자단 간담회에서 "첨단 전략산업 부문에 대한 투자 활성의 필요성에는 전반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추진함에 있어서는 사회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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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5.11.11 pangbin@newspim.com |
금산분리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서로의 업종을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것을 제한 또는 금지하도록 한 규제책이다. 대기업집단의 금융자원 독점에 따른 금융의 정상화를 위해 1961년 '금융기관에 대한 임시조치법'에서 출발했다.
이후 은행법 상 산업자본의 은행 지배에 대한 규제부터 보험업법, 금융지주회사법,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등에 금산분리에 대한 규제를 구체화했다.
다만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밝힌 국민성장펀드 150조원을 적극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현행 규제 방식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재계의 주장이다.
실제 지난 20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은 '제2차 기업성장포럼'에서 "금산분리를 원하는 게 아니라 이 투자를 감당할 수 있는 새로운 제도를 마련해 달라는 것"이라며 "이게 안 되면 하다못해 진짜 금산분리라도 해소하게 되면 우리가 해법을 찾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례없는 투자 자금들이 필요한 상황에서 규제의 틀이 바뀌어야 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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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20일 오전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공동 주최로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제2차 기업성장포럼'에 참석 인사말을 하고 있다. 행사에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정철 한경협 연구총괄대표 겸 한국경제연구원장,최진식 중견련 회장,구윤철 경제부총리,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김도읍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김기식 국회 미래연구원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찬우 NH 농협금융지주 회장, 이형희 SK 부회장, 최승훈 삼성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2025.11.20 yym58@newspim.com |
◆"대기업, 규제 탓만 하지 말고 본업에 충실해야"
반면 경제력 집중이나 독과점 폐해는 아직도 한국 경제에서 중요한 문제라는 것이 주 위원장의 지적이다. 금융기관을 통한 산업 부문의 지배력 확장 문제도 생겨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한국이 자원이 풍부한 다른 나라에 비해 빠르게 성장하고, 매년 업그레이드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공정거래법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다만 금산분리에 대한 정부부처간 입장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의 '금산분리 완화론' 언급 이후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개정부 장관은 "금산분리의 근본정신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능하다"며 제한적 완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간담회에서 주 위원장은 "금산분리 완화가 도움이 된다면 고려할 수 있다"며 단서를 달았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주력 산업이 현재 가지고 있는 글로벌 리더십을 지키는 것"이라며 "글로벌 리더십을 가진 기업들이 가장 효율적으로 투자하는 방식은 시장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주력 기업들의 투자 역량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우리나라 주력 기업들은 지금까지 투자도 잘 해왔고, 연구개발(R&D)도 잘 해왔다"며 "매년 얼마를 투자할지는 기업들이 가장 잘 판단한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가장 중요시해야 할 것은 주력 기업들이 자기 본업에 충실한 것"이라며 "기업들이 투자회사를 만들어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처럼 여기저기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기업이 자꾸 규제 탓만 하지 말고 지금 있는 규제 하에서도 투자를 하지 않는 게 문제"라며 "자신의 본업에 충실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외에도 주 위원장은 현재 기업내 운영 중인 사내 벤처투자에 집중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는 "CVC(기업형벤처캐피탈)와 같이 한 번에 큰 것을 얻을 수는 없다"며 "금산분리 완화가 필요한지 여부는 사회가 같이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wideope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