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금 전액 지급 확대되며 자금 활용도 떨어져
"선금 한도 낮추고 중간 정산제 도입해야"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공공공사 선금(先金) 제도가 도입 취지와 달리 시장 안정성을 해치는 방향으로 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선금 지급 한도가 기존 70%에서 최대 100%까지 확대되면서 실제 공사에 필요한 범위를 넘어선 과도한 자금이 일시에 집행되고, 선금 보증·보험 등 이해관계자 전반에 리스크가 누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 |
| 선금 지급한도 확대에 따른 문제점 및 개선 필요사항 [자료=한국건설산업연구원] |
9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하 '건산연')은 '공공공사 선금 집행·관리의 합리적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선금 100% 지급 허용은 '필요 자금의 적기 지원'이라는 제도 본래 취지에서 벗어났다"며 "선금 제도의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합리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선금 제도는 공사 착수에 필요한 초기 자금을 조기에 공급해 원활한 계약 이행을 돕기 위해 마련됐다. 1997년 도입 당시 지급 한도는 70%였으나,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기업 자금난 대응 차원에서 80%로 상향됐다. 올해 2월에는 경기침체 속 건설업계 부담 완화를 명분으로 100%까지 재확대됐다.
건산연은 이 같은 조치가 오히려 부작용을 크게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금을 계약금액 전액까지 지급할 경우 공사 수행에 직접 필요하지 않은 일반관리비 등까지 일괄 지급되는 구조가 되고, 이는 본래 제도 취지와 모순된다는 것이다. 침체된 경영환경에서는 선금이 공사 외 용도로 전용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선금 회수·정산 부담이 커져 사업자의 유동성 리스크도 커질 수 있다.
금융·보증기관의 경우 보증사고 증가, 대위변제 부담 확대 등 재정적 위험이 불가피하다. 발주기관 역시 공사 중단 시 기성 정산·선금 회수 난이도가 커지는 등 관리 부담이 늘어나지만, 일부는 조기 재정집행 실적 확보 등을 이유로 선금 조기 집행 관행을 유지해 왔다.
보고서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선금 지급한도를 현행 100%에서 도입 초기 수준인 70%로 조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과도한 선집행을 억제하고 재정 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선금을 공정률과 연동해 두 차례에 걸쳐 지급하는 '중간 선금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공사 착수 시 일정 비율을 지급하고, 공정률 50%에 도달하면 기존 선금 사용내역을 검증한 뒤 2차 선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발주기관은 선금 유용 가능성을 줄이고 관리 효율성을 높일 수 있으며, 건설사업자는 초기 동원 자금을 확보하면서도 현금흐름의 평준화를 기대할 수 있다. 금융·보증기관 또한 선금 총량 축소 없이 리스크를 분산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김민주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선금 확대는 건설경기 활성화 효과가 제한적일 뿐 아니라 제도적 부작용을 키우고 있다"며 "정책 방향은 양적 자금 공급 확대가 아니라 실질적 발주 물량 창출과 투자 확대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선금 중심의 경기대응은 단기적 유동성 공급 이상의 효과를 내기 어렵다"며 "중장기적으로는 공공·민간 수요 진작과 신규 투자 확대를 통해 산업 생태계를 강화하는 구조개편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