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착공 전년 比 7%
내년 상반기까지는 가격 안정세 예상
"하반기 수요 회복 시 가격 급등 우려"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17개월째 이어지는 건설 경기 한파가 건설 자재 시장까지 얼어붙게 하고 있다. 최근 환율 급등으로 수입 자재 가격은 상승하고 있지만, 국내 건설 현장의 수요 급감으로 시멘트·철근·레미콘 등 주요 자재 가격은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 환율 영향 받은 수입재만 4% 상승…시멘트·레미콘 여전히 하락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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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2025년 11월 월간 건설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환율 상승 영향으로 '건설용 중간재(수입)'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4.0% 증가했다.
이는 환율이 전반적으로 증가하면서 덩달아 수입 자재의 가격도 오른 영향으로 판단된다. 한국은행이 14일 발표한 수출입물가지수 통계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9월 평균 1391.83원에서 10월 평균 1423.36원으로 2.3% 상승했다. 이에 따라 수입 물가 지수는 138.17로, 9월(135.56)보다 1.9% 올랐다. 수입 물가 지수는 7월부터 4개월 연속 올랐으며 이번 상승폭은 지난 1월(2.2%)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컸다.
하지만 국내 수요와 직결된 주요 자재 가격은 정반대 흐름을 보였다. 비금속 자재인 포틀랜드시멘트와 레미콘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1.7%, 5.8% 하락했다. 철강재 가격 하락도 두드러졌다. 지난 8월 유일하게 소폭 상승(1.0%)했던 일반 철근마저 9월에는 3.3% 하락세로 돌아섰다. 고장력 철근(-4.8%) 등 다른 주요 철강재 역시 하락세를 보였다.
◆ 17개월 연속 '건설 한파' 여파…누적 착공 전년 比 7%
이처럼 수입 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국내 건자재 가격이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은 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며 수요 부족이 심화된 탓이다. 착공이 있어야 자재가 출하되는 건설 시장 특성상 최근 착공 규모가 감소하면서 자재 수요도 덩달아 줄었다는 분석이다. 국토교통부 9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9월 수도권 착공은 1만6449가구로 전년 동월(8576가구) 대비 91.8% 증가했지만, 9월 누적 실적은 10만1800가구로 전년 동기(10만9466가구) 대비 7.0% 감소했다.
착공 면적 역시 줄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지난 7일 발표한 건설동향브리핑에 따르면 재개발·재건축 등 주택 수주 증가에 기인하여 올해 1~8월 누적 착공 면적은 16.0% 급감했다.
실제 건설 현장의 공사 실적을 나타내는 '건설기성'은 9월 통계까지 17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감소세를 이어갔다. 공사 물량이 줄면서 '건설업 취업자 수' 역시 17개월 연속 동반 감소했다.
미래 먹거리인 건설 수주마저 적신호가 켜졌다. 지난 7~8월 30% 이상 증가하며 반짝 회복세를 보였던 건설 수주는 3개월 만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9월 총 건설 수주는 15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9.6% 감소했다. 공공 수주가 7.6% 증가하며 선방했지만, 시장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민간 수주가 15.7% 급감하며 전체적인 하락을 이끌었다.
◆ 내년 상반기까지는 가격 안정세…"하반기 수요 회복 시 가격 급등 우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건설 자재 시장은 수입 물가와 연동되는 외장재와 내수 시장에 민감한 주요 자재(시멘트, 레미콘, 철근)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작년까지는 완공 물량이 많아 외장재 수요가 있었지만, 올해는 신규 착공이 크게 줄어 전반적인 수요 자체가 위축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때문에 환율 상승으로 수입 물가(외장재)가 올라도, 비중이 큰 시멘트, 레미콘, 철근 등은 국내 내수 수요 위축으로 인해 가격을 올리기 어려운 안정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가격 안정화 추세는 올해 말까지, 길게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2% 안쪽에서 안정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장기화된 경기 부진은 자재업체들의 생산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감산이 시장의 물량 경색을 초래해, 향후 정부 정책 변화로 공급이 확대될 경우 수요 변동에 대한 대응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박 연구위원은 "내년 하반기나 2027년께 3기 신도시와 수도권 주택 공급이 본격화돼 수요가 급증할 경우, 축소된 생산량 탓에 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불안정성이 나타날 수 있다"며 "업체들이 재고 조정을 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향후 수요 회복에 대비해 과도한 감산은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녹색기술 도입, 탄소 절감, 에너지 효율 등급 향상 등과 관련된 고급 자재 수요가 확대되면서 전반적인 자재 가격 상승 압력도 커질 전망이다. 고급 자재 활용은 건설 트렌드로 자리 잡는 흐름이어서, 건설사들도 이에 적극 대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분석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녹색 건축 등 패러다임 전환이 이어지면서 건축비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doso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