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투입으로 SRT 대비 좌석 2배 늘어
승객 호응 속 오인 탑승 등 혼선도 발생
연말 기관 합병 앞둬
브랜드 통합 등 쟁점 조율 본격화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KTX와 SRT의 교차운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한국철도공사(코레일)과 에스알(SR) 운영 통합을 위한 실질적인 시험대가 마련됐다. 늘어난 좌석 수로 이용 편의가 개선됐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나, 익숙하지 않은 노선 배차로 인한 일부 혼선도 발생해 세심한 보완이 필요할 전망이다.

◆ 첫 교차운행 무사히 마쳐…"접근성·수송 능력 개선" 호평
25일 오후 1시 12분, 서울 강남구 수서역 고속철도 승강장에 푸른색 KTX326 열차가 미끄러지듯 들어왔다. 원래 도착 예정 시각이었던 4분가량 지연된 입선이었지만, 승강장은 수서역에서 처음 KTX를 맞이하려는 승객들과 그 모습을 담으려는 취재진으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이날 부산역을 출발해 수서역에 도착한 시범 교차운행 첫 KTX의 총 탑승객은 중간역 승하차 인원을 포함해 1574명으로 집계됐다. 종착지인 수서역에서 내린 승객은 1064명으로 수서행 고속철도 노선에 대한 시민들의 수요를 증명했다.
플랫폼에서 만난 시민들은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부산 출장을 자주 간다는 40대 A씨는 "회사가 강남이라 매번 전쟁처럼 SRT를 예매했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수서역에서 KTX를 탈 수 있게 돼서 무척 편했다"며 "앞으로도 자주 이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승객 B씨는 "SRT보다 좌석 수가 더 많아 예매도 비교적 수월했다"며 "현장 반응이 좋은 만큼 하루 1회가 아니라 5회, 10회로 늘어나 기차 이용이 더욱 편리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역사적인 첫 교차운행을 이끈 승무원들 역시 상기된 표정이었다. 이성민 KTX 기장은 "서울역이 아닌 수서역에 KTX를 세우게 되니 감회가 대단히 새롭다"며 "교차운행의 첫 기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과 동시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김필종 KTX 열차팀장은 "오늘은 고속철도 통합에 있어 아주 의미 있는 날"이라며 "앞으로 더 많은 좌석을 제공해 승객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시범 교차운행은 운영통합의 실질적인 출발점이다. 서울역과 수서역 등 기·종점과 차종의 구분 없이 고속철도의 효율적이고 탄력적인 운영을 검증하는 과정이다. KTX는 수서역과 부산역을, SRT는 서울역과 부산역을 매일 각 1회씩 왕복 운행하게 된다.
가장 큰 변화는 좌석 수의 확대다. 예매 경쟁이 치열했던 수서역 노선에 410석 규모의 SRT 대신 955석의 KTX-1 열차가 투입되면서 승객들의 좌석 선택 폭이 2배 이상 넓어졌다. 운임 체계도 이용객 입장을 고려해 책정됐다. 수서발 KTX 운임은 기존 수서발 SRT와 동일하게 유지돼 서울발 KTX보다 저렴하다. 서울발 SRT는 기존 서울발 KTX 대비 평균 10% 낮은 운임이 적용된다.
시범 운행 첫 주에는 국토부 직원과 양사 직원이 열차에 직접 탑승해 문제가 없는지 점검하고, 비상대응체계를 상시 가동해 이상 상황 발생 시 즉시 조치할 수 있도록 운영한다.
◆ "어, 이 기차 아니네?" 출발 지연 빚은 오인 탑승…향후 과제 되나
성공적인 교차운행 안착을 위해 풀어야 할 실무적 과제도 뚜렷하게 노출됐다. 익숙함이 빚어낸 혼선이 대표적이다. 이날 오전 부산역에서는 매번 보라색 SRT만 타던 수서행 KTX 승객들이 바로 옆 플랫폼에 정차한 SRT를 타거나, 반대로 KTX를 타야 할 승객이 승강장을 헷갈리는 소동이 빚어졌다.
KTX326 열차가 지연된 것도 비슷한 시간대에 두 열차가 나란히 출발하면서 오인 탑승한 승객들이 열차를 옮겨 타느라 약 1분 40초가량 출발이 늦어져서였다. 열차 출도착 시 승강장이 평소보다 과도하게 붐비는 현상도 시급한 개선점으로 지목됐다.
김 팀장은 "오늘이 첫 운행이라 KTX도 수서로 향한다는 사실을 미처 인지하지 못한 승객들로 인해 다소 혼선이 있었다"며 "앞으로 안내와 홍보를 대폭 강화하면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한 달 동안 현행 1회 왕복 스케줄을 유지하며 이러한 운영 상의 취약점을 집중적으로 취합할 예정이다. 이후 문제점 보완을 거쳐 코레일, 에스알과 논의해 교차운행 횟수를 점진적으로 늘려나간다는 구상이다.

고속철도의 물리적 교차운행이 첫발을 떼면서, 올해 말을 목표로 한 코레일과 에스알의 화학적 기관 합병 작업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정부는 이원화된 조직의 이해관계 조율과 촘촘한 조직 설계가 합병의 성패를 가를 핵심으로 보고 있다.
현재 한국교통연구원이 기본계획 수립 용역에 착수해 오는 6월 최종 보고서 도출을 앞뒀다. 이달 2일부터는 양사가 공동 사무실을 운영하며 매주 실무 협의 안건을 다듬고 있다. 정부는 다음 달부터 6월까지 전문가 합동 검증을 거친 뒤 하반기에 최종 통합 설계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정덕기 국토부 고속철도통합추진TF 팀장은 "무엇보다 에스알 직원에 대한 불이익 방지가 최우선 원칙"이라며 "통합 과정에서 갈등이 첨예할 것으로 예상되는 조직, 인사, 보수 분야는 선제적으로 테이블에 올려 논의하겠다"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전문가와 노사가 고루 참여하는 '노사정 협의체'를 격주 단위로 가동해 쟁점을 정면 돌파할 방침이다.
통합 회사의 간판이 될 브랜드 명칭 논의도 뜨거운 쟁점이다. 에스알 측은 그간 쌓아온 'SRT'의 인지도를 고려해 명칭 유지를 희망하는 반면, 코레일은 여객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완전한 흡수 형태가 낫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 팀장은 "철도 통합에 맞춰 경영 쇄신을 상징하는 새로운 브랜드가 필요하다는 여론과, 막대한 교체 비용 절감 차원에서 기존 브랜드를 유지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며 "협의체를 통해 양사 임직원과 국민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브랜드 통합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