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뉴스핌] 이형섭 기자 =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삼척기줄다리기'를 앞세운 2026 삼척정월대보름제가 사흘간 12만명을 끌어모으며 겨울철 강원도를 대표하는 민속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전통 세시풍속과 현대 공연, 해변 야간 퍼포먼스가 어우러지며 '전통은 살리고, 축제성은 키운' 모범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척시에 따르면 '으라차! 삼척기줄! 전통을 당겨 미래로!'를 슬로건으로 한 2026 삼척정월대보름제는 지난 2월 27일부터 3월 1일까지 엑스포광장과 삼척해수욕장 일원에서 열렸다. 정월대보름 당일인 3월 3일에는 별도 전통 제례를 올리며 축제의 마침표를 찍어 의미를 더했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삼척기줄다리기였다. 수천명이 참여한 줄다리기 본행사는 남·녀노소, 시민·관광객의 경계를 허물며 '모두가 끌고 모두가 이기는' 참여형 퍼포먼스로 연출됐다. 달집태우기, 망월놀이, 산신제·사직제 등 전통 의례에 에어리얼 쇼와 불꽃놀이를 결합해 세대 간 공감대를 넓힌 점도 눈에 띈다.
도심과 해변을 잇는 동선 구성도 호평을 받았다. 낮에는 엑스포광장에서 세시풍속·민속놀이·소원 적기 등 체험 프로그램을 촘촘히 배치하고, 밤에는 삼척해수욕장에서 낙화놀이와 달집태우기, 축하공연을 이어가며 '하루 종일 머무는 축제'를 구현했다는 분석이다. 축제기간 큰 안전사고 없이 행사를 마무리하며 운영·안전 관리에서도 높은 점수를 얻었다.

다만 급성장한 축제 규모에 비해 체류형 관광 전략은 여전히 과제로 남는다. 지역 숙박·교통과 연계한 2~3일 패키지 상품, 야간 상설 프로그램 등 방문객을 '당일치기 관광객'에서 '머무는 손님'으로 전환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통 의식과 공연의 의미를 다국어 안내와 전문 해설로 풀어내는 시스템도 보완이 요구된다.
해외 불축제 벤치마킹을 통한 확장성도 거론된다. 영국 스코틀랜드 셰틀랜드 제도에서 열리는 '업 헬리 아(Up Helly Aa)'는 바이킹 장선을 불태우는 대형 화(火)축제로, 도시 전체가 퍼레이드와 불 퍼포먼스를 준비하며 1년 내내 축제 열기를 이어간다. 지역 청년단이 배 제작·의상·행렬을 도맡아 '청년이 키우는 도시 축제'로 자리잡은 대표 사례다.
일부에서는 삼척정월대보름제가 업 헬리 아처럼 '불과 빛'을 전면에 내세운 야간 대표 장면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달집태우기·낙화놀이·불꽃놀이를 하나의 야간 쇼로 묶고, 해변과 도심을 잇는 라이트 워크(빛길)를 도입하면 '밤에 걷고 머무는 도시'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줄다리기와 세시풍속을 모티브로 한 테마 퍼레이드를 신설해,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상징적 장면을 키워가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청년·시민참여단 조직도 관건이다. '기줄 크루' '달집 크루' 등 장기 참여형 시민 조직을 꾸려 전통놀이 연구·콘텐츠 개발·교육을 맡긴다면, 축제는 연중 프로젝트로 확장되고 지역 공동체 결속도 강화될 수 있다. 여기에 기줄다리기 체험, 전통 음식·주류, 동해안 풍광을 묶은 해외 겨울 관광 상품을 개발하면, 정월대보름제가 삼척을 넘어 동북아 겨울관광 허브로 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라는 위상을 품은 삼척정월대보름제는 이미 전국 단위 인지도를 확보한 '성공한 축제'다. 남은 과제는 전통 보존을 바탕으로 불·바다·달을 키워드로 한 야간 경관, 퍼레이드, 글로벌 마케팅을 정교하게 결합해 '세계가 찾는 정월대보름 브랜드'로 키워내는 일이다.
삼척이 이 과제를 얼마나 치밀하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강원의 겨울 축제지도가 다시 그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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