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에너지 자립' 덕에 상대적 선방
G7 비축유 방출 논의에 유가 급등세 일부 진정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이란·미국·이스라엘 간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되며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자 글로벌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다만 미국은 에너지 자립 구조 덕분에 충격을 상대적으로 덜 받고 있으며, 비트코인은 약 6만7000달러 부근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 시간으로 9일 오후 6시 15분 기준 암호화폐 시장에서 비트코인(BTC) 가격은 약 6만7000달러 수준에서 거래되며 24시간 기준 큰 변동을 보이지 않았다. 글로벌 증시가 급락하고 변동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도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보인 것이다. 같은 시각 이더리움(ETH)은 1993달러로 1.57% 상승하고 있다. 반면 XRP는 1.24% 하락하고 솔라나(SOL)는 0.55% 오르는 등 주요 알트 코인은 엇갈린 흐름이다.

◆ 미국은 '에너지 자립' 덕에 상대적 선방
이번 유가 급등은 이란·미국·이스라엘 간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는 전쟁이 원인이다. 중동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 유가는 대서양 양쪽 시장에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고, 글로벌 경제에 새로운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아시아 증시는 큰 타격을 입었다. 일본 닛케이 지수는 약 10%, 인도 니프티 지수는 약 5% 하락했다. 코스피 지수는 16% 이상 급락했다. MSCI 글로벌 주식지수도 지난주 3.7% 떨어졌다.
반면 미국 증시는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S&P500 지수는 지난주 약 2% 하락하는 데 그쳤다. 미국이 세계 최대 순(純) 원유 수출국이라는 점이 충격을 완화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JP모간의 크리티 굽타 전무와 글로벌 투자전략가 저스틴 베이만은 보고서에서 "미국은 이란산 원유나 중동 원유에 의미 있는 수준으로 노출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원유를 주로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수입하며 사우디아라비아 의존도는 약 4%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 공급에 차질이 발생해도 미국은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 반면 중국·인도·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은 더 큰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 시장 움직임도 이러한 구조를 반영하고 있다. 분쟁이 시작된 지난달 28일 이후 S&P500과 나스닥 선물은 약 3% 정도 하락하는 데 그쳤지만, 아시아 증시는 훨씬 큰 낙폭을 기록했다.
◆ 비트코인, 사실상 '미국 위험자산'처럼 움직여
비트코인이 예상보다 견조한 흐름을 보이는 이유는 월가와의 높은 연동성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몇 년 사이 비트코인은 기술주와 나스닥 지수 흐름을 밀접하게 따라가며 사실상 미국 위험자산과 유사한 성격을 띠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 현물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이후 기관 투자자 접근이 확대되면서 이러한 흐름은 더욱 강화됐다. 2024년 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암호화폐 친화적 정책 기대가 커진 것도 비트코인이 미국 금융 환경과 더욱 밀접하게 연결되는 계기가 됐다.
현재 비트코인 가격 움직임 가운데 약 25%만이 주식시장과의 상관관계로 설명되며, 나머지 75%는 암호화폐 고유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한 비트코인은 전쟁이 본격화되기 전 이미 차익 실현과 시장 불안 속에서 약 6만 달러 수준까지 하락하며 상당한 매도 물량이 정리된 상태였다는 점도 가격 안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시장에서는 향후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베테랑 시장 전략가 에드 야데니는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과 고용을 동시에 압박할 수 있다며 올해 미국 증시 붕괴 가능성을 기존 20%에서 35%로 상향 조정했다.
야데니는 "미국 경제와 주식시장은 이란과 어려운 상황 사이에 끼어 있다"며 "유가 충격이 지속될 경우 연방준비제도는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상승 사이에서 정책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 G7 비축유 방출 논의에 유가 급등세 일부 진정
한편 전쟁 확산으로 급등하던 유가는 주요 7개국(G7)의 전략 비축유 방출 논의가 전해지면서 일부 진정되는 모습이다.
암호화폐 거래소 하이퍼리퀴드에서 거래되는 토큰화 원유 선물(CL-USDC)은 한때 118달러까지 치솟았지만, G7 재무장관들이 국제에너지기구(IEA)를 통해 긴급 비축유 방출을 논의한다는 소식이 나오자 102달러 수준으로 급락했다.
주말 사이 분쟁이 확대되면서 이라크 원유 생산이 약 60% 감소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 운항이 급감하면서 유가는 장중 25% 이상 급등했었다.
G7 국가 가운데 미국 등 세 나라가 비축유 방출 계획에 지지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G7 재무장관들과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이란 전쟁이 에너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하기 위한 미 뉴욕시간으로 9일(현지시간) 오전 8시 30분 전화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미국의 일부 당국자들은 약 3억∼4억 배럴 규모의 방출이 적절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IEA 회원국이 보유한 비축유 약 12억 배럴의 25∼30%에 해당한다.
만약 비축유 방출이 실제로 이루어진다면 이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가장 큰 규모의 공동 원유 시장 개입이 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효과는 방출 규모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지속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서는 미국이 에너지 자립 국가라는 점이 단기 충격을 완화하고 있지만, 전쟁이 장기화되고 유가 상승이 지속될 경우 결국 미국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koinwo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