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안전망+기업 유연성 확보+일자리 선순환" 언급
덴마크 '황금의 삼각형' 이정표, 해고 끝 아닌 이동 기회
기업엔 인력 유연성, 국가는 실직자 소득 보장·재교육
[서울=뉴스핌] 김미경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던진 '고용유연성' 화두의 파문이 크다.
이 대통령은 지난 19일 새 정부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출범하는 자리에서 고용유연성을 가장 중요한 의제로 다뤘다.
이 대통령은 당시 모두발언에서 "이상적으로 고용유연성을 확장하자고 하면 노동계에서 뭐라고 (반대) 한다"면서 "하지만 사회안전망을 튼튼히 갖추고, 기업 입장에서도 유연성을 확보하는 대신 안정적인 정규직 일자리를 늘리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 선순환으로 갈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문제는 불신이다. 불신이 수십 년 쌓인 것이라 쉽게 해소가 안 된다"며 "그런 어려운 현실이라 해도 가야할 길은 명확하다. 바꿔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2026년 '고용안정성' 달라야 한다
이 대통령이 짚은 것처럼 경영계에는 고용유연성이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타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다가오더라도 노동계로서는 반대하고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고용유연성이 바로 한국 사회에 내재된 외환위기인 국제통화기금(IMF) 공포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1997년 12월 외환위기와 함께 불어닥친 신자유주의 태풍은 한국 경제와 노동계에 커다란 변곡점을 남겼다. 시장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신자유주의는 고용유연성이라는 명목 아래 대규모 구조조정을 가능하게 했다. 한국 사회의 근간이었던 '종신고용' '평생 직장' 신화는 사라졌다. 신자유주의적 고용유연성은 자본 운용에는 효율성을 가져다줬지만, 동시에 노동 시장을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분리하는 극심한 양극화를 초래했다.
2026년의 고용유연성은 그래서 IMF의 고용유연성과는 달라야 한다.
2026년 우리 경제를 보면, 그동안 크게 성장했고, 단단해졌고, 국내를 넘어 해외로 뻗어나가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의 노동시장은 '제로섬 게임'에 갇혀 있는 형국이다. 대기업 정규직을 위한 강력한 보호벽은 역설적으로 청년들의 진입 장벽을 높였고, 기업은 비용 리스크를 피하려고 비정규직과 외주화를 늘렸다.
더 극심해진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인력 동맥경화는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을 갉아먹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이라는 거대한 파도는 경험해보지 못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지만 정부와 기업, 국민, 노동자, 현장의 대비는 더디다.
고용유연성이 더 나은 미래로 가는 한국 경제의 체질 개선이라는 구조적이고 궁극적인 목표를 이루려면 진정한 의미의 '유연'을 확보해야 한다. 자본의 논리에만 치우친 일방향 유연으로는 불가능하다. 사회적 안정망과 새로운 일자리 기회라는 양방향 탄력성이 담보돼야 고용유연성은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
◆'고용유연성' 필요충분조건은 양방향 '유연'
가장 성공적인 안착 모델로 꼽히는 덴마크의 '황금의 삼각형(Golden Triangle)'은 이정표로 삼을 만하다. 덴마크식 고용유연성은 기업에는 시장 상황에 따른 인력 운용의 유연성을 주되 국가가 실직자의 소득을 두텁게 보장하고 정교한 재교육을 제공하는 구조다.
핵심은 '해고'가 끝이 아니라 '이동' 기회다. 기업이 필요에 따라 인력을 유동적으로 뽑고 해고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는다면, 노동자도 언제든 쉽게 다른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활발하고 역동적인 구직 시장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 해고가 재취업 시장에서 어떤 차별이나 불이익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공정하고 평등한 구직 기회도 보장받아야 한다.
유연화의 과실(果實)이 기업으로만 흐르지 않고 사회안전망의 재원으로 재투자되는 선순환 구조도 설계해야 한다. 기업의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하는 도구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인적자원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할 수 있게 하는 국가 전략이 돼야 한다.
◆노동개혁 본질·사회적 대타협…실행력 갖춰야
이 대통령은 고용유연성 전제 조건으로 사회안전망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노동자들이 '해고는 죽음'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는 사회안전망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고용안정성의 일부를 양보할 경우에 생길 수 있는 문제를 보완하는 것 이상의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누군가의 일방적 희생이나 손실로 가지 않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고 이런 사회적 타협을 통해 모두가 나은 환경에 충분히 이를 수 있다"고 해법도 내놨다.
유연과 안전이 결합된 '유연안전성'이야말로 이재명 정부가 추구하는 노동개혁의 본질이자 사회적 대타협의 완성물이기도 하다. 다만 이 대통령의 이러한 주문과 담론 제시, 정책의 방향성을 정부 관료와 일선 공직자, 더 나아가 한국 사회가 얼마나 이해하고 실행해 나갈 수 있을지는 기대보다 우려가 큰 것이 사실이다. 그만큼 이 대통령의 노동정책 방향 제시와 그에 따른 정부의 실천 강도, 그리고 기업 현장에서의 이해와 설득, 실행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the13ook@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