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반영 여부엔 구체적 언급 없어
미국에는 거친 비난 피하려는 분위기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 김정은이 23일 한국을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규정하면서 "공화국을 건드리는 한국의 행위에 대해 추호의 고려나 사소한 주춤도 없이 무자비하게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위협했다.
24일 노동신문 등 북한 선전매체 보도에 따르면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인 김정은은 하루 전 평양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5기 1차 회의 이틀째 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통해 "핵보유국 지위를 절대 불퇴로 계속 공고히 다지며 적대세력들의 온갖 반(反) 공화국 도발 책동을 짓부숴버리기 위한 대적(對敵) 투쟁을 공세적으로 벌여나갈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런 언급은 그가 지난 2023년 12월 처음 언급한 뒤 줄곧 강조해온 '한국=제1주적' 주장과, 남북관계를 '국가 대(對) 국가'로 가져가겠다는 노선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관심을 끈 적대노선의 헌법 반영 여부는 즉각 확인되지 않고 있다.
김정은은 "회의는 국가 발전의 필수적 요구를 반영하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에서 일부 내용을 수정·보충하고 당 제9차 대회가 제시한 앞으로의 5개년 계획수행과 올해 국가예산에 관한 법령들을 채택했다"고 말했지만 헌법 개정의 구체적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다.
대북정보 관계자는 "김정은이 한국의 헌법 3조를 거론하면서 북한 헌법에 영토조항이 빠졌다고 지적하는 등 개헌을 촉구했지만, 3년 넘게 공개하지 못하는 속사정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은 '사회주의 헌법'으로 부르던 명칭을 이번에 '헌법'으로 단순화 했다.
대미 문제와 관련해 김정은은 "지금 미국이 세계 도처에서 국가테러와 침략 행위를 자행하고 있지만 오만무도한 미국의 강권과 만용은 지배와 예속을 반대하고 자주와 평등을 실현하려는 진보적 인류의 의지를 위축시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주세력의 반미감정과 증오심을 격발시키고 단결과 항거에로 떠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자주역량은 반드시 오늘의 시련을 극복하고 패권세력에 비해 강해질 것이며 공평하고 정의로운 다극 세계 건설은 더욱 힘 있게 추동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이나 미국 정부를 향한 직접적인 비난 발언을 내놓지는 않아, 그의 언급과 달리 최근 이란 공습사태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 사망 등을 계기로 대미 관련 메시지 수위를 낮춰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음을 드러냈다.
대신 김정은은 "핵 포기가 없으면 번영이 없을 것이라던 적대세력들의 억지스러운 요설과 궤변을 과학적인 현실로써 여지없이 분쇄해 버렸다"고 말해 자신의 핵 집착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하려는 입장을 보였다.
총리 박태성은 예결산 보고에서 올 예산 지출 규모를 지난해 대비 5.8% 증액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3.8%, 2024년 3.4%, 2023년 1.7% 등 최근 수년간 증가율보다 높은 수치다.
군사비 비중은 전체 예산의 15.7%로 밝혔는데, 우리 대북 정보 당국은 북한이 은닉편성 등의 방법으로 예산의 30% 수준을 무기개발 등 군비에 쓰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북한은 열악한 경제상황과 재정 실태가 드러나는 것을 꺼리는 듯, 최고인민회의에서 다뤄지는 예산의 구체적인 액수는 공개하지 않고 부문별 구성 비율이나 증감 비율만 공개하고 있다.
김정은은 이밖에 ▲경찰 창설의 필요성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인구 대책 ▲식량증산을 위한 방안 마련 등의 현안을 두루 언급했다.
북한은 이번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하면서 장소를 기존의 '만수대의사당'에서 '평양의사당'으로 고쳐 불러 개칭이 이뤄졌음을 알렸다.
김정은은 23일 저녁 최고인민회의 15기 첫 회의 개최와 자신이 국무위원장에 재추대된 점을 축하하는 공연을 관람했다.
yjle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