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안규백 국방장관이 11일 미 펜타곤에서 헤그세스 장관과 회담했다.
- 미국은 이란 전쟁 호르무즈 파병을 강하게 요구했다.
- 전작권·핵잠은 기존 일정만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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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권·핵잠 "군사적 필요성"만 재확인… 구체 로드맵·일정은 안갯속
"구축함 1척으론 역부족"… 이지스함 포함 전단급 파병 요구 커지는 딜레마
[서울=뉴스핌] 오동룡 군사방산전문기자 = 11일 오전(현지시각) 미 워싱턴DC 인근 미 국방부 청사에서 성사된 피트 헤그세스 미 전쟁부(국방부) 장관과 안규백 국방부 장관의 첫 대면은 사자성어로 표현하면 '동상이몽(同床異夢)'에 가까웠다.
표면적으로는 전작권 전환과 동맹 현대화, 핵추진 잠수함, 한반도 안보를 두루 다룬 회담이었지만, 실제로 드러난 메시지를 보면 워싱턴의 관심은 한국과는 달랐다. 워싱턴은 한국의 전작권 전환 로드맵이나 핵잠 진척보다는 '이란과의 전쟁' 국면에서 한국이 어디까지 호응을 해줄지에 더 쏠려 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란과의 전쟁, 헤그세스 모두발언이 말해준 것 = 헤그세스 장관은 회담 모두발언에서 미국의 대(對)이란 군사작전 '장대한 분노(Epic Fury)'를 먼저 언급하며, "우리 동맹의 강인함은 중요하며, 우리는 우리 파트너들이 우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길 기대한다"고 공개적으로 못 박았다.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 상선 호위를 위한 '해방 프로젝트(Project Freedom)'를 가동했다가 이란과의 종전 협상 진전 발표와 함께 멈췄다. 그러다 다시 협상이 꼬이자 트럼프 대통령은 "재개를 검토하겠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공언했고, 이러한 시점을 감안하면 이번 회담 테이블 위의 핵심 주문은 '한국의 호르무즈 기여'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와 인터뷰를 통해 한국·일본·중국 등 5개국을 콕 집어 호르무즈에 군함을 보내라고 요구해 왔다. 이러한 맥락까지 더하면, 이번 양자 회담은 사실상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방어에 한국이 어느 수준까지 동참할지를 시험하는 자리였다는 평가가 군 안팎에서 나온다.
◆전작권 전환, 일정만 재확인한 '관리형' 논의 = 국방부 설명을 보면 양 장관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과 동맹 현대화 현안을 논의하고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작권 전환을 위해선 최초작전운용능력(IOC)–완전운용능력(FOC)–완전임무수행능력(FMC) 등 3단계 검증을 거쳐야 하는데, 현재는 2단계 FOC 검증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57차 한미연례안보회의(SCM)에서 올해 FOC 검증을 추진하기로 한 기존 계획을 이번 회담에서 다시 확인한 수준이다. 정부는 2028년 전작권 전환을 목표로 잡고 있지만,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미 하원 군사위원회에서 전환 시점을 2029년 1분기쯤으로 제시해 온 만큼, 양측 인식차는 여전히 존재한다.
이번 회담은 이 시차를 좁히거나 '한국 주도 방위' 전환의 정치적 결단을 끌어내기보다는, 오는 13일 열릴 한미 통합국방협의체(KIDD) 회의와 연말 SCM까지 이어질 '관리형 일정표'를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핵추진 잠수함, '군사적 필요성'만 되풀이 = 핵추진 잠수함 문제도 비슷한 양상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언론 브리핑에서 "핵추진 잠수함의 군사적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며 "핵추진 잠수함 도입은 양 정상 간에 합의된 사항인 만큼 조속히 가시적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만 설명했다.
그러나 건조 규모·시기, 한미 원자력협정 및 연료 문제, 외교부·국방부 T/F가 준비해온 후속 실무협상 일정 등 핵심 쟁점은 공동보도문 어디에도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고, "구체적인 회담 내용은 말하기 어렵다"는 설명이 반복됐다.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는 "한국이 이미 6000~7000톤급 핵추진잠수함을 설계·건조할 기술을 갖고 있고, 양 정상이 '조속한 가시적 성과'를 합의한 이상, 지금 필요한 것은 '군사적 필요성'의 재확인이 아니다"라며 "국책사업단(PMO) 설치, 협정·연료 문제에 대한 한미 간 정치적 결단, 건조·전력화 로드맵 공개가 계획된 순서였으나, 이번 회담은 그 어느 것도 앞으로 당겨놓지 못했다"고 했다.
김영준 국방대 교수도 "트럼프 2기 임기 내 핵잠 사업 진전을 기대하고 방미했지만, 미국은 이란과의 전쟁이라는 급한 불을 끄는 데만 집중했다"며 "핵잠과 전작권은 원론 수준에서만 다룬 채 사실상 파병 문제를 전면에 올려놓았다"고 평가했다.

◆호르무즈 파병, '청해부대+α'냐 '전단급 이지스 파견'이냐 = 이번 회담에서 가장 민감한 대목은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다. 국방부 관계자는 "호르무즈 관련 해상교통로의 안전과 항행의 자유 보장 중요성에 대해 긴밀히 의견을 교환했다"며 "우리는 단계적인 방안을 검토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이 제안한 '해양 자유 연합(MFC)' 참여에 대해선 "원론적인 수준의 논의가 있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미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등 5개국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도로 영향을 받는 나라들은 군함을 보낼 것"이라고 압박해 온 터라, '원론적 논의'라는 표현 뒤에는 규모·수준을 둘러싼 치열한 줄다리기가 숨겨져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실제로 군 안팎에서는 "청해부대 수준의 구축함 1척 파병으로는 호르무즈 작전 수행이 사실상 어렵고, 최소한 이지스함을 포함한 전단급 부대를 구성해야 한다"는 분석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우리 해군이 원양작전에 투입할 수 있는 대형 함정은 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 6척과 세종대왕급·정조대왕급 이지스함 4척 등 10척이다.
호르무즈 파병 시 이지스함 1척, 구축함 1척, 소해정, 군수지원함까지 묶은 전단을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군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이 경우, 투입 병력만 600~900명 수준으로 늘어나고, 이미 사드(THAAD) 운용 등으로 대북 전력 일부가 중동에 차출된 상황에서 서해·동해 방어전력까지 빼내야 하는 '이중 공백'이 발생한다는 점이 우리 정부의 가장 큰 딜레마다.

◆'우리 주도 방위'와 '동맹의 의무' 사이 = 국방부는 이번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 장관은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면서 상호 안보 이익의 영역에서 협력을 증진시키기로 했다"고 평가했고, 안규백 장관도 국방비 증액 등 우리 측 노력을 강조하며 "한미동맹은 어려운 시기에도 변함없이 신뢰할 수 있는 바탕으로 함께해온 만큼 앞으로도 한 목소리로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작권 전환과 핵추진 잠수함 문제에서는 기존 합의와 절차를 재확인하는 선에 그친 반면, 호르무즈 파병과 대이란 군사작전 동참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과 헤그세스 장관이 연쇄적으로 '구체적 기여'를 주문하는 국면이 이어졌다. 한미 간 '셈법'의 무게중심이 워싱턴 쪽으로 쏠린 모양새다.
요컨대 이번 회담은 한국이 원하는 '우리 주도의 한반도 방위'와 '핵잠 진척'에 대한 대답은 원론 수준에 머물렀다. 반면, 미국이 원하는 '동맹의 의무', 다시 말해 호르무즈 해협 군사작전 참여와 전단급 해군 파병 논의는 한층 구체적 압박 단계로 들어갔다는 느낌을 받는다. 결국 이번 회담은 '동맹 현대화'의 명(明)보다 암(暗)이 더 길게 드리워진 회담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gomsi@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