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미국과 이란이 핵·종전 협상에서 일부 이견을 좁혔다고 전해졌으나 고농축 우라늄 처리와 호르무즈 통행료 문제로 교착을 빚고 있다.
- 이란 최고지도자가 60% 고농축 우라늄 해외 반출 불가를 지시하고 미국은 직접 확보·폐기를 고수하며 호르무즈 통행료를 둘러싼 갈등도 격화됐다.
- 전문가들은 이란의 우라늄·통행료 카드를 협상용 최대압박 수단으로 해석하며 불가침 보장과 제재 해제 등 최대 실리를 노리는 포석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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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미국과 이란 간 핵·종전 협상에서 일부 이견이 좁혀지고 있다는 신호가 나왔지만, 고농축 우라늄 처리와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문제가 동시에 불거지면서 돌파구 마련 전망을 흐리고 있다.
양측이 실제로 얼마나 가까워졌는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국제유가는 하루 사이 3% 급등 후 1.5% 이상 하락하는 극심한 변동성을 연출했다.
◆ "이견 좁혔다"면서도 답변 시점은 미정
이란 반관영 ISNA 통신은 21일(현지시간) 이란이 미국이 제출한 최신 협상안에 대한 답변을 준비 중이며, 해당 문서가 "일부 차이를 좁혔다"고 보도했다. 다만 "추가 진전은 워싱턴의 전쟁 유혹이 중단돼야 가능하다"고 못 박으며 미국 책임론을 제기했다.
이란 외무부는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의 전투 종료 보장과 제재 자산 동결 해제도 거듭 요구하고 있다.
앞서 협상 판에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미국의 이란 항만 봉쇄 해제를 먼저 이행한 뒤 추가 협상으로 이어지는 단기 합의안이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란 측은 공식 답변 시점을 밝히지 않고 있다.
◆ 최고지도자 '우라늄 반출 불가' 지침…협상 최대 난관
가장 큰 암초는 핵 문제다.
로이터통신은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60% 농축 우라늄 비축분을 해외로 내보내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이란 고위 소식통 2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미국의 핵심 요구인 '고농축 우라늄 국외 반출'을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해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에 즉각 "안 된다"고 잘라 말하며 미국이 우라늄을 직접 확보해 폐기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이란이 추진 중인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체계가 미국과의 합의를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해협은 국제 수로이며 자유로운 항행이 보장돼야 한다"고 통행료 징수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우리는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강경론을 유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이란이 조건을 수용하지 않으면 추가 공격을 재개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한편 이스라엘 변수도 협상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 매체 액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간 최근 통화가 긴장된 분위기로 진행됐다고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이스라엘 에너지 장관은 전쟁이 재개될 경우 이란 내 경제·에너지 시설이 공격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고, 파키스탄 유력 실세인 아심 무니르 국방군 총사령관 겸 육군참모총장은 중재 역할을 해왔으나 예정된 이란 방문을 연기한 것으로 전해지는 등 주변국들의 움직임도 협상 계산을 한층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 강경 입장, 최대 실리 노리는 '협상카드'일까
표면적으로 협상은 교착 국면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반출 불가'와 '호르무즈 통행료' 카드는 궁극적인 레드라인이 아니라 협상용 최대압박 수단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먼저 우라늄 문제다. 이란이 정말 원하는 것이 '평화적 핵농축 권리 보장'이라면, 역설적으로 고농축 우라늄 반출을 양보하는 제스처가 더 큰 실리로 돌아올 수 있다.
이란이 60% 농축 능력을 갖추기까지 걸린 시간은 JCPOA(이란핵협정)가 트럼프 1기 정부에 의해 파기된 뒤 불과 수년에 지나지 않았던 만큼, 기술과 인력 축적을 감안하면 일정 시간이 주어질 경우 다시 고농축 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을 수 있다.
최고지도자가 직접 '반출 불가'를 지시한 만큼 이를 양보하는 모양새를 취할 경우 트럼프의 '면'을 세워주는 동시에 이란은 더 많은 반대급부를 요구할 명분을 얻는다. 이 과정에서 미국이 요구해온 비축분 처리와 농축 제한을 수용하는 대신, 이란은 평화적 농축 권리의 제도적 보장과 장기적 안전보장을 맞바꾸는 구도를 노릴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호르무즈 통행료도 마찬가지다. 이란은 이미 전쟁 국면에서 호르무즈 봉쇄 능력을 국제사회에 충분히 입증했고, 언제든 봉쇄할 수 있다는 억지력 자체가 이란의 전략 자산이 된 셈이다. 통행료 구상을 전면 철회하는 대신 협상 테이블에서 상응하는 경제적 보상을 끌어낼 여지가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주요국이 공개적으로 통행료에 반대 입장을 밝힌 만큼, 이란이 통행료 카드를 일정 부분 거둬들이는 대가로 제재 완화나 투자 유치 등 실질적 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결국 이란이 두 카드를 동시에 내려놓는 조건으로 노려볼 수 있는 목표는 대체로 분명하다. 협상 관측통들은 이란이 미국·이스라엘의 사실상 불가침 보장, 경제제재의 포괄적 해제, 동결 자산의 최대한 환원을 겨냥할 가능성에 주목한다.
협상이란 본질적으로 주고받는 행위인 만큼, 이란이 지금 내걸고 있는 두 가지 강경 입장은 '버티기'인 동시에 더 비싼 합의를 위한 '가격 제시'에 가까운 포지셔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물론 협상이 실패로 끝날 리스크도 여전하다. 이란 내 강경파가 득세하고, 트럼프 또한 추가 공격 위협을 반복하는 상황에서 협상 테이블 자체가 뒤집힐 가능성은 열려 있다.
그만큼 이란의 우라늄 카드와 호르무즈 카드가 어디까지가 진짜 레드라인이고 어디까지가 협상용 지렛대인지가, 향후 중동 안보 지형과 에너지 시장 향배를 가를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kwonjiu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