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검찰이 23일 경찰 불송치 부동산 사기 사건들을 보완수사로 재판에 넘기며 피해 구제에 나섰다.
- 복잡한 분양·신탁·임대 구조와 자금 흐름을 총체적으로 본 검찰 수사가 전세·분양·오피스텔 사기에서 추가 기소와 유죄 판결로 이어졌다.
- 법조계는 경찰의 형식적 수사와 지자체의 소극 행정이 피해를 키운다며 부동산 범죄 전담 수사역량·행정통제 강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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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두 명 조사에 계약서만 확인"…경찰 수사 한계 지적도
"수사기관이 아닌 민사법원에서 증거 모아야...서민 피해"
지자체의 소극 행정이 피해자 확산...시정명령은 '기속행위'
"경찰 수사 단계에서 면밀히 파악할 수 있는 구조적 시스템 갖춰야"
보완수사권 논쟁 속 '부동산 사기' 공백 막을 대안은
[서울=뉴스핌] 김영은 기자 = 경찰 단계에서 '혐의없음'으로 종결될 뻔한 부동산 사기 사건들이 검찰의 보완수사를 거쳐 잇따라 재판에 넘겨지고 있다. 분양계약·신탁계약·임대차계약서와 자금 흐름 등이 복잡하게 얽힌 사건일수록, 검찰의 보완수사가 피해자 구제의 통로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행사·신탁사·분양대행사 등이 얽힌 부동산 사기는 자금 흐름과 계약 구조 전반을 살펴야 실체가 드러나지만, 지방자치단체의 소극적 행정과 형식적 제재가 겹치며 피해를 확대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부산동부지청의 289억원대 전세사기 사건이 보완수사의 대표적 사례이다. 경찰은 지난 2019년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임대차보증금 수백억원을 가로챈 일당을 검거했으나, '범죄 수행의 공동 목적 등 범죄단체 설립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불송치 처분을 내렸다.
이후 검찰은 재수사를 요구했으나 경찰이 재차 불송치를 결정하자, 송치 요구를 통해 사건을 직접 넘겨받아 관련자 12명을 조사했고, 경찰이 파악하지 못한 조직원 5명을 추가로 밝혀내 집단을 범죄단체조직·활동 혐의로 기소했다.
◆ 전세사기·분양사기·오피스텔…불송치 뒤집은 檢 보완수사

이와 함께 2020년부터 약 2년에 걸쳐 벌어진 대구 수성구 210억원대 상가 분양사기 사건도 경찰 불송치를 검찰이 뒤집은 사례다.
시행사 대표 등은 의사면허증을 무단 도용해 건물 전 층에 병원이 들어올 것처럼 허위 광고를 내 분양대금 수백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았으나, 경찰은 '의사들이 계약을 파기해 병원 입점이 무산됐다'는 피의자들의 거짓 진술에 근거해 불송치 처분을 내렸다.
또 임차 피해자들의 이의신청으로 보완수사에 나선 검찰은 임대차계약서의 허점에 착안해 추가 조사를 벌여 계약서 자체가 허위였음을 밝혀 공범 4명을 구속기소했다.
특히 2023년 강릉의 한 오피스텔 분양사기 사건은 법원 판단까지 나온 사례다. 오피스텔 시행사 대표는 분양계약 당시 이미 신탁계약이 체결돼 있어 법적으로 분양대금을 받을 자격이 없었음에도, 피해자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고 8억 원을 가로챘다.
경찰은 "당시 신탁사가 없어 시행사 계좌로 받을 수밖에 없었다"는 대표의 주장을 받아들여 불송치했지만, 피해자들의 이의신청으로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3건의 관련 사기 사건 기록·계약 당시 신탁계약 관계 고지의무 위반·분양대금 사용처를 검토해 범행을 밝혀냈고, 최근 2심에서도 시행사 대표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 "계약서만 확인하고 끝"…법조계 "구조적 수사 역량 필요"

부동산 사기 사건은 시행사·신탁사·분양대행사 등이 얽힌 구조적 범행인 경우가 많아, 계약서 확인에 그치지 않고 분양 교육자료와 홍보 지침, 분양대금 흐름, 신탁계약상 자금 관리 구조 등을 총체적으로 들여다봐야 범행의 윤곽이 드러난다. 하지만, 일선 경찰서에서는 고소된 사실 범위 안에서 관계자 일부를 조사하고 계약서를 확인하는 선에서 수사가 마무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이로 인해 사건의 핵심 구조가 간과된 채 '혐의없음'으로 종결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으며, 초동 수사 단계에서의 사실관계 오인과 증거 수집 미흡이 이후 수사 방향을 왜곡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선 출범을 앞둔 국무총리 직속의 '부동산감독원'이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부동산·재개발·재건축 분야 전문인 정재기 변호사(브라이튼법률사무소)는 "분양사기는 한두 사람이 하는 범행이 아니다"며 "시행사와 신탁사, 분양대행사, 자금 흐름, 분양 교육자료까지 전반적으로 조사돼야 하는 데 분양대행사 관계자 한두 명과 계약서만 확인하고 끝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무에서는 수사 공백을 메우기 위해 변호사들이 민사소송을 통해 증거를 먼저 모으는 역전된 장면도 벌어진다.
부동산 사건을 대리 중인 한 변호사는 "경찰에 고소해도 조사 몇 번 뒤, 불송치될 가능성이 커 제대로 수사가 이뤄지지 않을 게 뻔해 민사 재판을 먼저 진행하면서 증인신문과 자료 제출을 통해 변호사로서 직접 증거를 모으고 있다"며 "수사기관이 아닌 민사법원에서나 증거를 모아야 하는 게 서민 피해 사건의 현실"이라고 짚었다.
건설부동산 사건 전문 법무법인에서 근무하는 한 변호사는 "형사상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단순히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정도를 넘어, 애초 피고인이 계약을 이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고의를 밝히는 작업은 매우 어렵기 때문에, 계약 당시 자금 상황과 사업 수행 능력을 추가로 확인하는 검찰의 보완수사가 유죄를 이끌어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해온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검찰 보완수사가 부동산 사기 사건에서 일정한 성과를 거둔 만큼, 향후 제도 개편으로 보완수사권이 축소되거나 없어지게 된다면 그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대안 마련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며 "복잡한 부동산 범죄에서 피해자 보호가 흔들리지 않도록 수사 역량과 책임 구조를 어떻게 재설계할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지자체의 소극 행정이 피해자 확산...시정명령은 '기속행위'
지방자치단체가 사업자 측에 대한 과태료 부과와 시정명령 등 행정 조치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점도 피해 확산의 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위법·부당 행위가 확인되더라도 실효성 있는 제재로 이어지지 못하고, 형식적인 조치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사업자들의 위법 행위를 억제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그 결과 유사한 피해가 반복되고, 사전적 행정 통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서초동 법조계 관계자는 "사업자 측의 불법·위법 소지가 있더라도 지자체의 소흘한 행정 처리로 인해 국민 피해와 함께 행정소송 등으로 번지게 되는 것"이라면서 "이 같은 경우, 인허가 관련 공무원과 함께 지자체장이 직무유기 등 혐의로 고소·고발될 소지가 크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건분법)의 경우 시정명령은 행정청의 재량 행위가 아니라, 위법이 있으면 반드시 내려야 하는 기속 행위"라며 "하지만 행정청이 처분을 안하거나, 스스로 건분법 위반 사항을 확인하는 경우도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부동산 관련 범죄는 보이스피싱처럼 조직 범죄로 봐야하는 이유는 시행사를 비롯해 신탁사, 은행(주로 저축은행 등 2금융권), 공인중개사, 분양대행업체 등이 복합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라며 "계약서만 보고 혐의 유무를 따질 게 아니라, 계약 체결 과정 및 절차 중 불법·위법 요소를 경찰 수사 단계에서 면밀히 파악할 수 있는 구조적 시스템을 서둘러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yek105@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