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대한민국 대표팀이 12일과 16일 체코·멕시코전에서 엄지성을 후반 조커로 투입해 경기 흐름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 엄지성은 본래 윙어지만 이번 대회에서 왼쪽 윙백으로 기용돼 돌파·크로스·롱스로인으로 측면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 첫 월드컵에도 긴장 없이 자신감을 드러낸 엄지성은 남아공과의 최종전에서 홍명보호 32강 진출을 위한 핵심 카드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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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이번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최고의 수확 중 하나는 바로 엄지성(스완지 시티)의 발견이다.
이번 대회에서 엄지성은 아직 선발 출전 기록이 없다. 하지만 두 경기 연속 후반 교체 투입돼 경기 흐름을 바꾸는 역할을 수행했다. 특히 단순한 교체 자원이 아니라 홍명보 감독이 후반 승부수를 던질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카드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흥미로운 부분은 투입 위치다. 엄지성의 본래 포지션은 윙어다. 광주 시절부터 빠른 스피드와 과감한 드리블, 날카로운 크로스를 앞세워 상대 측면을 허무는 데 강점을 보였다. 잉글랜드 챔피언십 스완지 시티에서도 윙어로 뛰며 공격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런데 이번 월드컵에서 홍명보 감독은 엄지성을 왼쪽 윙백으로 활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윙백은 수비 부담이 적지 않은 자리다. 하지만 스리백 시스템에서는 단순 수비수가 아니다. 공격 시에는 사실상 윙어처럼 높은 위치까지 올라가야 하고 상대 수비를 흔들 수 있는 돌파력과 크로스 능력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엄지성은 그 역할을 기대 이상으로 수행하고 있다. 지난 12일에 펼쳐진 체코전이 첫 신호였다. 당시 한국은 0-1로 끌려가는 상황에서 공격의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홍명보 감독은 후반 24분 엄지성을 투입했고, 왼쪽 측면에 즉각적인 변화가 생겼다.
수비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던 기존 윙백들과 달리 엄지성은 공을 잡으면 먼저 전진했다. 상대를 향해 과감하게 드리블을 시도했고 측면 깊숙한 지역까지 침투했다. 한국은 이후 공격 템포가 살아났고 결국 황인범(페예노르트)의 동점골과 오현규(베식타시)의 역전골로 2-1 승리를 거뒀다.

멕시코전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반복됐다. 0-1로 뒤지던 후반 22분. 홍명보 감독은 설영우(즈베즈다)를 불러들이고 엄지성을 투입했다. 이후 한국의 왼쪽 측면은 완전히 달라졌다. 전반 내내 한국은 측면에서 상대를 흔들지 못했다. 설영우가 수비적으로는 안정감을 보였지만 공격에서는 다소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엄지성이 들어오자 상황이 바뀌었다.
빠른 발과 과감한 돌파가 살아났고 멕시코 수비는 이전보다 훨씬 넓게 움직여야 했다. 무엇보다 전진성이 눈에 띄었다. 공을 잡으면 뒤로 돌리기보다 앞으로 향했다. 상대 수비를 직접 마주했고 크로스를 시도했다.
후반 42분 장면은 이날 한국 공격의 백미였다. 엄지성이 왼쪽 측면에서 올린 낮고 빠른 크로스가 조규성(미트윌란)에게 연결됐다. 조규성의 헤더는 상대 골키퍼 라울 랑헬의 선방에 막혔지만 이날 한국이 만든 가장 위협적인 장면 중 하나였다.
경기 다음 날 엄지성 역시 이 장면을 떠올렸다. 그는 "조금만 옆으로 갔으면 골이 될 수도 있었다. 좋은 찬스였는데 살리지 못해 아쉽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 (조)규성이 형을 보고 올린 크로스는 아니었다. 약속된 플레이였다"라며 "짧은 순간이었지만 2022 카타르 월드컵 가나전이 떠올랐다. 그 골로 승점을 가져왔다면 좋은 분위기 속에서 다음 경기를 준비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록 득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엄지성의 강점이 그대로 드러난 장면이었다. 돌파와 크로스. 이 두 가지는 현재 대표팀 윙백들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부분이다.
실제로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스리백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지만 좌우 윙백들의 공격 기여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반면 엄지성은 짧은 출전 시간 동안 꾸준히 측면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롱스로인 역시 또 다른 무기다. 상대 측면 지역에서 바로 페널티 지역으로 보내는 엄지성의 롱스로인은 공격에 다채로움을 더해준다. 엄지성은 지난 3월 평가전에서도 강력한 롱스로인을 선보이며 화제를 모았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여러 차례 직접 롱스로인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잘할 수 있는 부분이고 팀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다. 대표팀에서도 도움이 되고 있다"라며 "앞으로도 그런 상황을 많이 만들어 응원하는 분들에게 즐거움을 드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부분은 멘탈이다. 첫 월드컵 무대임에도 긴장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엄지성은 "아직도 내가 월드컵에 뛰고 있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오히려 긴장이 덜 되는 것 같다"라고 웃었다.

멕시코전 패배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선수단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도 있었지만 엄지성은 "조별리그가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충분히 올라갈 수 있는 기회가 남아 있다"라고 말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최종전을 앞둔 각오 역시 분명했다. 그는 "멕시코전에서 승점 3점을 가져오지 못한 것은 분명 반성해야 한다"면서도 "다음 경기에서는 경기력보다 결과에 초점을 맞추겠다. 선수들 자신감도 떨어지지 않았다.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이 얻은 가장 큰 수확 중 하나는 엄지성이라는 새로운 카드다. 선발은 아니지만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선수, 상대 수비를 흔들 수 있는 선수, 그리고 측면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선수다. 체코전에서도, 멕시코전에서도 그 역할을 해냈다.
홍명보호 32강 진출의 갈림길에 서 있다. 그리고 그 중요한 순간, 벤치에는 이미 검증을 마친 특급 조커 엄지성이 있다. 남아공전에서도 저돌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wcn050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