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미국과 이란이 25일 체결 일주일만에 이란의 민간 화물선 자폭 드론 공격으로 호르무즈 합의가 흔들리게 됐다.
- 이란은 오만의 무료 임시 통항로를 무력화하며 자국 지정 항로 밖 선박에 대한 통제권과 통행세 이권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 미국과 걸프국들은 이란을 국제 해상 물류 위협으로 규정하며, 60일 임시 합의 파기와 대이란 제재·해상 봉쇄 복원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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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미국과 이란이 전쟁을 끝내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함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기로 합의한 지 불과 일주일 만인 25일(현지시간) 이란이 민간 화물선을 무력 타격했다.
미국이 이란산 원유 제재를 완화하고 대금 결제에 달러화 사용까지 승인하며 합의를 이행했으나, 이란은 자폭 드론을 동원한 도발을 감행하며 이 해역의 실질적 통제권이 자신들에게 있음을 과시했다.
이번 사건으로 전 세계 선박과 선원을 구출하려던 국제사회의 대피 작전이 하루 만에 전면 중단되는 등 겨우 물꼬를 튼 60일간의 임시 합의가 흔들리고 있단 우려가 제기된다.

◆ 일주일 만에 깨진 신뢰…예고 없는 드론 습격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피격된 선박은 에버그린 사 소속의 싱가포르 국적 컨테이너선 '에버 러블리(Ever Lovely)' 호다. 이 배는 이라크 옴카스르 항에서 화물을 싣고 출발했으나, 분쟁에 휘말려 페르시아만 내에 100일 이상 고립되어 있다가 이번 합의 소식을 듣고서야 겨우 탈출을 시도하던 중이었다.
이날 오전 에버 러블리 호는 다른 상선 3척과 무리를 지어 해협 통과를 시도했다. 당시 오만 다히트항에서 남동쪽으로 약 7.5해리 떨어진 해상을 지나던 중, 이란 측의 사전 경고 무전이나 정지 명령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날려 보낸 일방향 자폭 드론이 배의 우현 함교(조타실)를 그대로 들이받았다. 함교 일부가 파손되었으나 다행히 인명 피해나 해양 오염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 고위 당국자들이 배후로 이란을 즉각 지목하면서, 60일간 이어가기로 했던 양국의 후속 협상은 암초를 만났다.
이번 공격은 이란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관리하기 위해 설립한 페르시아만해협청(PGSA)의 경고 성명이 나온 지 몇 시간 만에 감행됐다. 해협청은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우리가 지정한 구역을 벗어난 항로를 통항할 경우 안전 통항을 보장할 수 없고, 보험 적용과 배상 대상에서도 제외된다"고 발표했다. 앞서 이란혁명수비대도 무단 항로는 위험하다며 당국과 사전 협의 후 지정 항로를 따르지 않는 선박에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 오만의 '무료 항로' 무력화와 이란의 주권 테스트
이번 도발의 본질은 해협의 통행 주도권과 경제적 이권을 놓지 않겠다는 이란의 계산된 주권 테스트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제해사기구(IMO)는 해역에 갇힌 수백 척의 상선과 1만 1천여 명의 선원을 안전하게 빼내기 위해 오만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를 얻어 '통행료가 없는 임시 안전 통항로'를 개설하고 대피 작전에 나선 상태였다. 이 항로는 오만 영해와 해안선에 바짝 붙어 이동하는 경로였다. 이란은 외교적 합의로 미국으로부터 달러화 결제라는 실리는 챙기면서도, 해협을 지나는 통행세 수입과 군사적 통제는 양보하지 않겠다는 이중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사이에 두고 이란과 마주보고 있는 오만은 지난 23일 이란과의 공동 성명에서 "양국은 호르무즈 해협 내 자국 영해에 대한 주권과 주권적 권리를 강조한다"며 "양국 외교부 간 공동 실무그룹을 설치해 향후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관리 체계와 해상 서비스, 관련 비용 등을 협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다 이틀 만인 이날 바드르 알부사이디 오만 외무장관은 바레인 수도 마나마에서 열린 미국·걸프협력회의(GCC) 외무장관 회의에서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향후 관리 체계에는 통항료를 부과하는 방안이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돌연 입장을 바꿨다. 오만이 통항료와 수수료를 별개로 취급하겠다는 것인지 등은 여전히 불분명하나, 이날 회의는 미국-이란 MOU 체결 이후 걸프국들의 해상 안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자리였다는 진단이 나온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등 6개 GCC 회원국은 이란의 해협 통제권 장악을 강하게 우려하고 있으며, 이 자리에 참석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역시 "통항료 부과는 없을 것"이라고 못박으며 이란을 압박했다.
◆ 걸프국 공조 균열과 위태로운 60일 합의의 미래
오만 외무장관의 '무(無) 통항료' 선언은 미국의 강력한 압박과 더불어, 이란의 독자적인 해협 독점권 행사에 대한 주변국들의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당초 오만은 이란과의 실무그룹을 통해 해협 관리 비용을 분담하는 선에서 타협점을 찾으려 했으나, 이란이 일방적으로 '미승인 항로 보복'을 천명하자 서둘러 국제 표준 편에 선 것으로 보인다. 오만 측 항로는 통항료 부과를 하지 않더라도 이란 측 항로는 엄연한 이란의 주권 영역임을 무력으로 과시하겠다는 의도다.
미국과 GCC 회원국들은 이란의 이 같은 행동을 '국제 해상 물류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규정하고 있다. 사우디와 UAE 등 주변 걸프국들 역시 이란이 해협 통제권을 쥐고 흔들 경우 자신들의 원유 수출길이 언제든 인질로 잡힐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에 더욱 강력한 안보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주일 전 체결된 60일 임시 합의가 자칫하다가 어그러질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이란이 '자국 항로 미이용'을 이유로 민간 상선에 대한 드론 공격을 정당화하고 있는 만큼, 미국 역시 원유 제재 유예와 달러 결제 허용 조치를 즉각 철회하고 해상 봉쇄를 재개하는 카드를 다시 꺼낼 수 있다. '상선의 안전 통행'이라는 대전제가 무너진 상황에서, 어렵게 마련된 후속 협상 테이블이 좌초되지 않을지 국제사회의 이목이 백미국의 다음 행보에 집중되고 있다.
wonjc6@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