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정가현 부회장이 2일 세계 최대 유조선단을 구축해 호르무즈 봉쇄 국면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고 WSJ가 보도했다.
- MSC 자금 지원을 받아 VLCC 160여 척을 확보하고 호르무즈 인근 대기·셔틀 운항·파생상품 베팅으로 운임 급등 수혜를 누렸다고 했다.
- 단일 선단으로 운임을 조정하려는 전략이 제2의 노부 수가 될 수 있다는 평가와 함께, 지정학 리스크 지속으로 고운임 구조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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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 달러 선제 투자로 호르무즈 혼란 국면 '수익화'
VLCC 일일 수익 38만 5000달러 돌파…2000년 이후 최고 수준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한국의 해운 재벌 2세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그리고 뒤이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국면에서 세계 최대 유조선 선단을 구축해 막대한 수익을 거둔 것으로 전해지면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를 집중 조명했다.
2일(현지시각) WSJ는 장금상선(Sinokor) 정태순 회장의 장남인 정가현 부회장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전 약 70억 달러(약 9조 원)를 투입해 세계 최대 규모의 유조선단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시노코는 현재 세계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의 약 10%를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MSC 공동창업주 아폰테와 손잡고 세계 최대 유조선단 구축
이번 베팅에 투입된 자금 상당 부분은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사 MSC의 공동창업주인 잔루이지 아폰테 회장으로부터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팬데믹 시기 컨테이너선 호황으로 자금 여력이 컸던 아폰테 회장이 정 부회장의 베팅에 힘을 보탰다는 설명이다.
다만 두 회사 간 협력의 구체적인 구조는 공개되지 않았다.
그리스 선박중개업체 엑스클루시브십브로커스(Xclusiv Shipbrokers)의 에이리니 디아만타라는 시노코가 보유한 유조선이 160여 척에 달하며, 이 중 절반가량이 한 번에 원유 200만 배럴을 실을 수 있는 VLCC급이라고 추산했다.
그리스 당국에 제출된 최근 규제 신고서에는 MSC 자회사가 시노코 지분 인수에 나선 사실도 확인됐으나, 두 회사 간 협력 구조의 세부 내용은 거래에 관여한 인사들조차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별도로 유조선 사업을 실질적으로 주도하는 곳은 장금상선의 관계사인 장금마리타임으로, 정 부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개인회사인 것으로 파악된다.
정 부회장은 최근 아테네에서 열린 해운업계 콘퍼런스에서 경호원들에 둘러싸여 시가를 태우는 모습이 포착되며 업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다만 정 부회장 본인은 언론 접촉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번 WSJ 보도 관련 질의에도 응답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 부회장과 거래해온 인사들은 그가 유도 유단자이며, 다른 선주들과 대규모 왓츠앱 대화방을 만들어 시장 동향을 논의하는 스타일이라고 전했다.
처음 이 같은 대규모 베팅 소식이 알려졌을 때는 업계 베테랑들도 놀라움을 표하며 조만간 시장의 부침을 겪게 될 것이라는 관측 속에 선박을 매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노코는 분쟁 초기부터 선박을 전략적으로 배치해 수익을 극대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박 추적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일부 VLCC를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 대기시켜 부유식 저장시설로 활용하는 한편, 걸프만 외곽 항구까지 원유를 운송하는 셔틀 운항에도 투입했다는 설명이다.
시노코의 파생상품 트레이더들 역시 운임 상승에 베팅한 파생계약으로 추가 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클락슨에 따르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직후인 3월, 대형 유조선의 일평균 수익은 38만 5,000달러(약 5억 9,528만원) 이상으로 치솟아 2000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 "제2의 노부 수 될라"…시장 장악 시도엔 우려도
업계에서는 정 부회장이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단일 주체로서 충분한 규모의 선단을 확보해, 일부 선박을 시장에서 빼내는 방식으로 운임을 끌어올리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리스·노르딕·아시아계 대형 선주들 가운데 압도적 지배력을 가진 곳이 없는 데다, 일부 유조선이 제재 대상 원유를 운송하는 이른바 '그림자 선단'으로 이탈하며 주류 유조선 시장 자체가 축소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중고 선박 시장의 불투명성으로 인해 경쟁당국의 감시가 어렵다는 점 등이 이 같은 전략의 성공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다만 과거 사례는 신중론에 힘을 싣는다.
대만의 노부 수 회장은 2000년대 중국 경제 호황기에 벌크선 시장을 장악해 큰돈을 벌었으나, 이후 유조선 시장에서 같은 전략을 시도했다가 2008년 세계 경제 위기와 맞물려 실패한 바 있다.
정 부회장의 베팅은 현재까지는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호르무즈 해협이 잠정적으로 재개되면서 시노코를 비롯한 유조선 수요도 다시 살아나는 조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평화협정에 서명한 지 일주일 뒤, 정 부회장이 통제하는 유조선 '플라타 캐리어'호는 아랍에미리트(UAE) 인근 해상에서 걸프 내부를 거쳐 호르무즈 해협 쪽으로 항해를 시작했다.
이 선박은 지난 목요일 기준 인도 남단을 돌아 원유 약 200만 배럴을 실은 채 인도 동부 해안의 대형 정유시설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운업계 관계자들은 중동 지정학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만큼 복잡한 원유 거래 흐름과 높은 운임 구조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kwonjiu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