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윤 대통령이 11월 이전 한·미 농축·재처리 권한 확대를 마무리하려 했지만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 미국은 과거 한국의 비밀 핵개발 시도와 지식재산권 분쟁 등으로 한국 원자력에 대한 신뢰가 낮아 농축·재처리 권한 부여에 소극적이다.
- 한·미·일 SMR 협력각서 체결을 계기로 한국은 확대된 권한이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 도움 된다는 점을 적극 설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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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핵개발, 원자로 분쟁 등에 한·미 신뢰 바닥
한미일 SMR 협력각서 체결, 새로운 전기 제공
韓 원자력 확대는 美에 '전략적 이득' 설득해야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한·미 정상의 합의 사항인 '한국의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연료봉 재처리 권한 확대'가 실무진 협상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었지만 당초 예상보다도 훨씬 진전이 더디다. 가급적 미국의 중간선거가 치러지는 11월 전에 협상을 '되돌릴 수 없는 지점'까지 진전시키려던 정부의 목표도 흔들리고 있다.
원자력 분야 합의와 연계되어 있는 한국의 대미 투자 계획이 빠르게 이행되지 않고 있는 것도 원인이지만 미국-이란 전쟁 발발 이후 미국의 협상팀이 이란 문제에 매달려 있는 것도 한·미 협상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그러나 미국이 이 문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 원자력에 대한 미국의 신뢰 부족'이다. 핵확산 문제와 직결되어 있는 우라늄 농축·사용후 연료봉 재처리를 한국에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부정적 인식이 미국 내에 팽배하다.
사실, 핵확산의 관점에서 한국에 대한 신뢰는 미국뿐 아니라 국제사회 전체에서 매우 낮은 편이다. 한국은 1970년대부터 비밀리에 핵무기를 개발하려 했고 1980년대에는 연구용 원자로에서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 추출을 시도한 적이 있다. 2004년에는 레이저 기법으로 우라늄을 농축한 사실이 발각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될 뻔했다.
북한의 핵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후에는 한국 내에서 '동반 핵무장론'이 강한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고 공개적으로 핵무장 당위론을 주장하는 정치인·학자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2010년 한·미 원자력협력 협정을 개정하기 위한 협상이 시작됐을 때 한국은 핵확산 위험성이 크고 기술적·상업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파이로프로세싱(건식 재처리)이 한국에 필요하다고 강하게 요구해 미국의 의심을 샀다.
핵확산의 관점이 아닌 민간 원자력 협력에서도 한국에 대한 미국의 불신은 매우 크다. 미국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체코의 두코바니에 건설하기로 한 신규 원전의 원자로 APR-1400의 원천 기술을 놓고 법적 분쟁을 벌였다.
웨스팅하우스는 자신들이 특허권을 갖고 있는 시스템80 기술이 APR-1400에 활용됐음에도 한수원이 국산화에 성공한 기술이라고 주장한 것에 강하게 항의했다. 둘 사이의 지식재산권 분쟁은 지난해 가까스로 합의에 이르렀지만 깊은 상처를 남겼다. 이후 미국은 한국과의 민간 원자력 협력에 매우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현재 한·미 원자력협력 협정 개정 협상에서도 미국의 협상 담당자들은 지금도 이 문제를 거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게 농축·재처리 권한을 부여할 경우 차세대 원전에 필요한 핵연료 제조 등의 분야에서 한국이 '미국의 비우호적 경쟁자'가 될 것을 경계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 원자력에 대한 불신이 쌓여 있는 미국을 상대로 농축·재처리 권한을 협상하는 것은 정상 간의 합의가 있었다고 해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의 협상팀이 고전하고 있는 배경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하지만 최근 한·미 원자력 협력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생겼다. 지난주 한·미·일 외교장관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열린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에 소형모듈원자로(SMR) 보급을 위한 협력각서(MOC)에 서명한 것이다.
이 협력각서는 단순한 기술 협력이 아니라 전략적 기술 동맹을 의미한다. 빠르게 앞서가고 있는 중국의 SMR을 견제하기 위해 한·미·일 3국이 인·태 지역에 원전 표준을 만들어가기로 한 약속이다. 미국의 설계력과 일본의 소재·부품 기술, 한국의 원전 시공 능력을 결합하는 형태의 파트너십을 채택한 것이다.
이 협력각서와 농축·재처리 권한 확대를 위한 한·미 협상이 직접 관련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미국이 원자력 분야에서 한국과 전략적으로 협력해야 할 필요성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원전 26기를 운영하고 원전 시공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원전 강국'이며 미국의 원자력 파트너인 한국이 농축·재처리 권한도 없이 손발이 묶인 상태로 남아 있다는 것은 불합리한 일이다.
물론 한국이 농축·재처리 권한을 갖는다고 해도 당장 핵연료 제조를 위해 우라늄 농축을 시작하거나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농축·재처리에 대한 제약은 언젠가 반드시 벗어야 할 족쇄다.
한국은 3500억 달러 대미 투자의 반대 급부의 하나로 농축·재처리 권한 확대 약속을 어렵게 얻어냈다. 우라늄 농축 기술을 어떻게 활용한 것인지, 재처리 정책을 어떤 방향으로 가져갈 것인지는 차치하고 우선은 권한을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정부는 한국 원자력에 대한 미국의 인식이 바뀔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한국이 핵연료 제조와 재처리 분야에서 확대된 권한을 갖는 것이 미국에 전략적으로 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적극적으로 부각시키기 바란다.
opento@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