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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사관학교 전통은 국가·국민 생명 지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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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호영 예비역 준장은 13일 미래전쟁에 맞게 사관학교 장교 양성체계 개편 필요성을 제기했다.
  • AI·드론·우주·사이버가 결합된 단일 전장에서 각 군 장교를 4년간 분리 교육하는 현 제도가 최선인지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 1~3학년 통합사관학교에서 공통 전장·합동 개념을 교육하고 4학년에 군별 전문교육을 하는 방식으로 전통을 미래에 맞게 재해석해야 한다고 했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진호영 前 공군 19전투비행단장·예비역 준장
폐지론·통폐합론 아닌 미래전쟁 장교 양성체계
'단일화 미래전장' 지휘 장교 길러낼 수 있는지
사관학교 명예, 미래 전쟁 준비할 때 더욱 빛나

우리나라 사관학교는 대한민국 안보의 귀중한 자산이다. 육군사관학교와 해군사관학교, 공군사관학교는 전쟁의 폐허 속에서 국가를 지켜낸 장교들을 길러냈고 수많은 선배 장교는 젊음을 바쳐 군의 기틀을 세웠다. 그 역사와 헌신은 결코 가볍게 평가될 수 없다.

하지만 현재의 각 군(軍)별 4년제 사관학교 제도가 우수 장교를 양성하는 유일한 방식은 아니다. 세계 각국의 장교 양성제도를 보면 한국처럼 사관학교가 3군(軍) 분리돼 학부교육까지 담당하는 나라는 미국과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프랑스, 이탈리아 등 대략 20~30여개로 세계 3분의 1 수준이다.

반면 일본과 인도, 호주, 캐나다, 필리핀 등 3군 통합사관학교를 운용하는 나라도 3분의 1 수준이다. 영국과 독일, 이스라엘, 러시아, 중국은 사관학교가 없이 단기 장교양성학교와 민간대학, 군 대학을 조합해 장교를 길러내는 나라도 적지 않다.

진호영 前 공군 19전투비행단장·예비역 준장

◆미래전쟁 주도할 장교 양성도 달려져야

세계적으로 강한 군대가 모두 한국식 각 군 4년제 사관학교 체계를 갖춘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중요한 것은 제도의 이름이나 전통의 길이가 아니라 미래 전쟁을 주도할 우수한 장교를 길러낼 수 있는 제도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오늘날 전장은 과거와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과거 전쟁에서는 지상과 해양, 공중이라는 작전영역 구분이 비교적 분명했다. 하지만 이제 전장은 지상·해상·공중·우주·사이버·전자기 영역이 하나로 연결되는 다영역 전장으로 바뀌고 있다.

인공지능(AI)과 초연결 네트워크, 드론·무인체계, 위성통신, 전자전, 실시간 정보공유가 결합되면서 전장은 사실상 하나의 단일전장이 돼 가고 있다. 미국이 추진하는 JADC2, 즉 전 영역 통합 지휘통제 개념도 바로 이 변화에서 나온 것이다.

미래의 지휘관들은 각 군이 따로 수집한 정보를 따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네트워크 안에서 같은 정보를 보고, 같은 전장상황도를 보며, 같은 작전 그림 위에서 결심하게 된다. 육군은 지상만, 해군은 해상만, 공군은 공중만 보는 시대가 아니다. 드론이 표적을 찾고 AI가 정보를 분석하며 위성과 네트워크가 전장을 연결하고 합동지휘통제체계가 타격수단을 배분하는 시대다.

그렇다면 장교 양성도 달라져야 한다. 모든 장교가 먼저 같은 전쟁개념, 같은 작전용어, 같은 지휘철학, 같은 데이터 이해 능력을 갖추고 그 위에 육·해·공군의 전문성을 입히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런 시대에 육군과 해군, 공군 장교가 4년 동안 서로 다른 울타리에서 서로 다른 문화와 전쟁개념으로 성장한 뒤 나중에야 합동성을 배우는 방식이 과연 최선인가.

입학 초기부터 같은 교육기관에서 공통의 전장관과 전략·작전 개념, AI·무인체계 이해를 공유한 뒤 후반부에 각 군 전문성을 집중적으로 교육하는 방식이 더 미래지향적이지 않은가. 물론 각 군의 전문성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 전문성이 반드시 4년 내내 완전히 분리된 학교에서만 길러질 수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1~3학년 통합사관학교…4학년 군별 전문교육

현대전에서는 각 군 전문성에 앞서 공통의 전장 이해와 공통의 작전 언어와 공통의 데이터 활용 능력, 공통의 합동 지휘 철학이 먼저 자리 잡아야 한다. 각 군 전문성은 그 공통 기반 위에 후반부 집중 교육과 병과 학교, 초급 장교 보수 교육, 실무 부대 경험을 통해 충분히 강화할 수 있다.

역사를 돌아보면 군대가 패배한 이유는 전통이 없어서가 아니라 변화된 전쟁을 낡은 제도로 맞섰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프랑스군은 1차 세계대전의 참호전 경험에 기초해 마지노선을 구축했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의 기동전과 항공·기갑 통합운용 앞에서 무너졌다.

전함의 시대를 믿었던 해군 강국들은 항공모함과 항공전력이 해전의 중심으로 부상하는 변화를 뒤늦게 받아 들였다. 말 탄 기병의 영광도, 전차와 기관총, 항공정찰이 결합된 산업화 전쟁 앞에서는 설 자리를 잃었다. 전통이 문제였던 것이 아니라 전통을 미래에 맞게 재해석하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사관학교 통합 또는 개편 논의에 대해 일부 원로 예비역 장성들이 우려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분들에게 사관학교는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니라 청춘과 명예, 군인정신이 응축된 상징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 냉정해야 한다. 사관학교의 전통을 지키는 길은 건물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필요로 하고 미래 전쟁을 수행할 유능한 장교를 길러 내도록 만드는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사관학교 폐지론도, 감정적 통폐합론도 아니다. 필요한 것은 미래 전쟁에 맞는 장교 양성체계 개편이다. 예컨대 1~3학년은 통합사관학교 또는 통합 캠퍼스에서 공통 학부교육과 합동 군사기초교육을 하고 4학년 또는 후반부는 각 군별 전문교육으로 나누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군종별 칸막이 의식, 쉽게 고쳐지지 않아

핵심은 각 군의 정체성을 없애자는 것이 아니다. 같은 전쟁을 수행할 장교들을 같은 교육기관에서 같은 전쟁개념으로 양성하고 그 위에 각 군의 특성과 전문성을 체계적으로 더하자는 말이다.

반대론자들은 '각 군의 특성과 전문성이 달라 통합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되물어야 한다. AI가 표적을 식별하고 드론이 정찰과 타격을 수행하며 위성과 네트워크가 전장을 연결하고 합동지휘 통제망이 육·해·공·우주·사이버 작전을 실시간으로 묶는 시대에 장교 후보생을 4년 동안 분리 교육하는 것이 정말 효과적인가.

같은 정보를 보고, 같은 모니터 앞에서 작전하며, 같은 네트워크 안에서 전쟁을 수행할 장교들이라면 먼저 같은 전장 인식과 작전 철학을 배워야 한다. 젊은 시절부터 형성되는 군종별 칸막이 의식은 나중에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사관학교 출신 원로들이 누구보다 잘 아는 사실이 있다. 군인은 과거의 승리 방식이 아니라 다음 전쟁의 방식으로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 선배 세대가 나라를 지킨 방식도 존중 받아야 한다. 하지만 다음 세대가 나라를 지킬 방식을 더 우선으로 해야 한다. 전장은 이미 바뀌었다.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은 '사관학교 전통을 없앨 것인가'가 아니다. 진짜 질문은 2030년대와 2040년대의 단일화된 미래 전장을 지휘할 장교를 지금의 제도로 충분히 길러낼 수 있는가이다. 

사관학교의 명예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 전쟁을 준비할 때 더욱 빛난다. 전통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 그것이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다가올 미래 전쟁에서 대한민국 군이 국민을 지키고 국가를 보존하는 길이다.

※외부 필진 기고는 본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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