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현대자동차그룹이 24일 피지컬 AI 전략을 통해 자동차 기업에서 AI 기반 도시 운영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을 선언했다.
- 피지컬 AI는 자동차·로봇·공장·도시를 하나의 지능형 시스템으로 연결하는 단계적 로드맵으로, 제조·로보틱스·데이터 경쟁력을 바탕으로 도시 단위까지 확장한다.
- 전문가들은 SDV와 피지컬 AI에서 현대차의 잠재력을 낙관하면서도 엔비디아 등 빅테크 의존과 상용화 속도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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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모빌리티 선언 6년 만에 도시 그리다
정의선 "SDV 어떻게 해야 빨리 완성?" 고심
현대자동차그룹이 자동차 제조기업을 넘어 인공지능(AI) 기반 도시 운영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의선 회장이 제시한 '피지컬 AI' 전략은 자동차와 로봇, 공장, 도시를 하나의 지능형 시스템으로 연결하는 새로운 청사진이다. 뉴스핌은 정의선 회장의 AI 전략을 ▲도시 플랫폼 비전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 ▲보스턴다이내믹스를 통한 로봇 상용화 등 세 가지 측면에서 짚어본다.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놀이터에 미끄럼틀 하나를 놓던 사업가가 어느 날 놀이터 전체를, 나아가 도시 설계까지 맡겠다고 나선다면 어떨까.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그리고 있는 미래가 꼭 그렇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인공지능(AI) 서밋 무대에서 정 회장이 던진 화두는 자동차가 아니라 '도시'였다. 자동차 제조기업을 넘어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AI를 기반으로 도시 인프라를 연결·운영하는 '피지컬 AI(Physical AI)' 기업으로의 전환을 공식화한 것이다.
겉으로 보면 AI 비전을 소개한 발표였지만, 그 이면에는 현대차그룹의 정체성을 다시 쓰겠다는 선언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를 만드는 기업에서 사람과 사물, 공간을 연결하는 기업으로, 더 나아가 도시 전체를 하나의 지능형 시스템으로 설계하고 운영하는 기업으로 진화하겠다는 청사진이다.
이는 2020년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 전환 선언 이후 6년간 이어져온 전략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자동차의 지능화에서 출발해 로봇과 공장으로, 이제는 도시까지 AI의 적용 범위를 넓히며 사업의 무게중심을 단계적으로 확장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 자동차에서 공장, 그리고 도시…'피지컬 AI'의 확장
현대차그룹이 제시한 로드맵은 크게 세 단계다.
첫 번째는 자동차와 로봇 등 개별 기기의 지능화다. 차량에는 자율주행을, 로봇에는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AI를 적용한다. 두 번째는 공장과 물류센터를 하나의 지능형 시스템으로 연결하는 AI 팩토리다. 생산과 물류, 품질관리 등 제조 전 과정을 AI가 실시간으로 최적화하는 단계다. 마지막은 모빌리티와 로봇, 에너지 등 도시의 핵심 인프라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연결하는 도시 단위 통합 지능화다. 교통과 물류, 에너지 운영까지 하나의 AI가 실시간으로 판단하고 최적화하는 구조를 지향한다.
세 단계는 각각 독립된 사업이 아니다. 자동차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공장으로 확장하고, 공장에서 검증한 AI 운영 기술을 도시 인프라로 연결하는 하나의 성장 경로로 이어진다. 현대차그룹이 말하는 피지컬 AI는 단순히 AI 기능을 탑재한 자동차나 로봇이 아니라, 현실 공간 전체를 AI로 연결하는 플랫폼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번 발표가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피지컬 AI를 그룹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못 박았고, 앞서 CES 등 글로벌 무대에서는 'AI 로보틱스 기업'이라는 표현으로 이 구상을 예고해왔다. 자동차를 만드는 기업에서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다시 AI 기반 제조기업을 거쳐 도시 운영 플랫폼 기업으로 영역을 넓혀온 흐름을 고려하면 이번 발표는 그동안의 전략을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한 선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 회장이 자신감을 보이는 배경도 분명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경쟁력과 보스턴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를 통해 확보한 로보틱스 기술, 그리고 현장 데이터를 AI 고도화로 연결하는 '데이터 플라이휠(Data Flywheel)' 구조다.
자동차를 생산하며 축적한 품질관리와 공정 설계 역량은 AI 시대에도 경쟁력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 현장에서 축적되는 주행과 작업 데이터는 AI 모델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고, 고도화된 AI는 다시 제품과 공정의 경쟁력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것이 현대차그룹의 구상이다.

◆ "현대차만 남을 것"...전문가 낙관론
정의선 "SDV 어떻게 해야 빨리 완성?" 고심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한국전기자동차협회장)는 정의선 회장의 피지컬 AI 전략에 대해 "그림은 제대로 그렸다. 이제는 그 가치를 시장이 얼마나 인정해주느냐가 관건"이라고 평가했다. 30년 넘게 자동차 산업과 정책 현장을 지켜본 그는 이번 구상을 낙관적으로 봤다.
김 교수는 글로벌 완성차 시장의 재편 시점을 구체적으로 짚었다. 그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미래 모빌리티로 산업 축이 옮겨가는 과정에서 글로벌 완성차 제작사 중 살아남는 곳은 현대차 정도일 것"이라며 "2029~2030년을 기점으로 완성차 업계의 합종연횡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조 역량과 로보틱스,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갖춘 업체만 그 이후 판도에서 버틸 수 있다는 뜻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정 회장이 최근 가장 자주 던지는 질문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을 어떻게 하면 더 빨리 완성할 수 있느냐"다. 그만큼 SDV 전환 속도가 그룹의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는 의미다. 다만, 냉정한 평가도 곁들였다. 그는 "한국은 미국보다 SDV 기술에서 2년에서 2년 반 정도 뒤처져 있다"며 핵심 기술을 엔비디아가 쥐고 있는 점을 위험 요인으로 짚었다. 기술적인 면에서 특정 빅테크에 종속될 우려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피지컬 AI의 첫 번째는 자동차"이자 "피지컬 AI를 가장 잘하는 곳은 현대차"라고 단언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자동차의 하드웨어 자체는 더 이상 승부처가 아니다. 그는 "앞으로는 하드웨어는 의미가 없고, 소프트웨어가 자동차의 가치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며 "부품사들도 이제 자동차 부품이 아니라 로봇 부품을 만드는 쪽으로 사업 구조를 바꾸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청사진과 실행력은 별개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빅테크들이 SDV와 피지컬 AI 경쟁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은 상용화 속도에서 아직 갈 길이 남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제조 경쟁력은 여전히 강점이지만 AI 플랫폼 경쟁에서는 보다 공격적인 투자와 속도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정의선 회장이 던진 '도시'라는 화두는 선언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자동차를 잘 만드는 기업에서 도시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기업으로 진화하겠다는 구상이 실제 사업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 앞으로 수년이 현대차그룹의 새로운 정체성을 결정할 분기점이 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peopleki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