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국회예산정책처가 7일 상생협력 예산 급증에도 성과 미흡을 지적했다.
- 납품대금 연동제와 상생결제는 인지도 낮고 현장 확산이 제한됐다.
- 수혜 중소기업 매출은 늘었지만 수익성·생산성 개선은 약했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절반이 모르는 제도, 10%만 적용받는 요건
1차까지만 흐르고 멈추는 상생결제
매출은 늘어도 이익은 그대로인 '상생'의 시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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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핌] 오종원 기자 =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를 줄이겠다며 정부가 쏟아붓는 상생협력 예산이 빠르게 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돈의 규모가 아니라 돈이 흐른 뒤의 결과다.
지원을 받은 중소기업의 매출은 늘었지만, 수익성과 생산성 개선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상생'이라는 이름의 정책이 중소기업을 실제로 키우는 사다리인지, 아니면 지원 실적을 쌓는 데 머물고 있는지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국회예산정책처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지원 사업·정책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재정사업은 6개 부처 19개 사업으로 구성됐다. 예산 규모는 4410억원으로 전년 대비 48.0% 증가했다. 2022년 1405억원과 비교하면 약 214% 늘어난 수준이다.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는 제조혁신, 해외시장 진출, 기술사업화 연구개발(R&D), 민관협력 창업자 육성 등 10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중기부 소관 예산은 3588억원으로 전체 상생협력 예산의 81.4%를 차지했다.

상생협력 정책의 출발점은 분명했다. 산업화 과정에서 형성된 대기업 중심의 수직적 거래구조, 시장지배력 격차, 성과배분 불균형을 완화해 중소기업의 자생적 성장 기반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납품대금 연동제, 상생결제, 성과공유제, 상생협력기금 등 여러 제도를 쌓아왔다.
하지만 정책 수단이 늘어난 것과 정책 효과가 커진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상생협력 정책이 거래관행 개선과 공급망 안정성 제고를 위한 제도 기반 구축에는 기여했지만, 양적 팽창에 비해 실증 기반의 성과관리와 사후점검, 예산·정책 조정을 위한 환류체계는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 커진 예산, 약한 성과관리
상생협력 정책의 첫 번째 문제는 '관리되지 않는 확대'다. 정부 지원은 여러 부처 재정사업과 민간 출연 기반 기금사업으로 나뉘어 추진되고 있지만, 이를 한눈에 묶어 효과를 점검하는 체계는 약하다.
보고서는 상생협력 관련 재정사업과 민간기금이 연계되지 못하는 이원적 구조가 고착화됐고, 주요 제도와 사업의 성과평가·환류체계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책이 늘어날수록 오히려 어느 사업이 실제 효과를 냈는지 가려내기 어려워지는 구조다.
중기부의 기본계획 관리도 도마에 올랐다. 중기부는 지난 2024년 수립한 제6차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추진 기본계획에서 2005년 대책과 1~5차 기본계획을 합쳐 총 228개 과제를 추진해왔다고 밝혔는데, 이는 동일 정책이 여러 차수에 반복 포함된 경우에도 신규 과제와 계속 과제를 구분하지 않고 단순 누적·합산한 숫자다.
같은 정책이 반복 포함돼도 신규 과제와 계속 과제가 구분되지 않으면 과제 수는 실제 성과보다 외형적 실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게 보고서의 지적이다.
성과를 검증할 기초자료도 부족했다. 상생협력법은 중기부에 상생협력 현황 파악을 위한 실태조사 권한을 부여하고 있지만, 법령 제정 이후 2024년까지 정책 대상 간 거래관계와 협력 수준을 측정할 종합 실태조사는 실시되지 않았다. 연차별 시행계획 추진실적에 대한 공식 성과평가도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상생협력 정책은 본질적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를 바꾸겠다는 정책이다. 그런데 그 관계가 실제로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정기적으로 측정하지 않았다면, 정책은 성과보다 투입 중심으로 굴러갈 수밖에 없다.

◆ 현장까지 내려가지 못한 제도
핵심 제도들도 현장 확산에는 한계를 보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납품대금 연동제다. 원재료 가격이 오를 때 그 변동분을 납품대금에 반영해 중소기업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원자재 가격 상승기에 중소기업이 비용을 떠안는 구조를 바꾸기 위한 장치다.
그러나 중기부 조사에서 납품대금 연동제를 인지하고 있는 기업 비중은 54.7%에 그쳤다. 제도 적용 요건과 운영 방식까지 명확히 이해하고 있는 비율은 19.0%에 불과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서도 수급사업자의 35.4%가 하도급대금 연동제를 전혀 알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제도를 알아도 실제 적용 문턱은 높다. 현행 법령은 원재료 비용이 납품대금의 10% 이상인 경우에만 연동제를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실제 원재료 가격 변동에 노출된 기업 중 이 조건에 부합하는 비율은 12.5%에 그쳤다. 보고서는 일본의 가격전가 정책처럼 노무비와 에너지비를 포함한 주요 원가 요소별 표준지표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상생결제도 비슷하다. 대기업의 신용을 활용해 협력업체가 안정적으로 대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2025년 전체 상생결제 지급액 189조1000억원 가운데 구매기업에서 1차 협력사로 지급된 금액은 98.2%였다. 반면 2차 이하 협력사 지급액은 6.5%에 그쳤다. 같은 기간 전체 상생결제 시장 규모는 32% 성장했지만 2차 이하 협력사 지급액 증가율은 24.4%에 머물러, 오히려 낙수효과가 옅어지는 모습이다.
상생결제를 받은 기업 중 하위 협력업체에 다시 상생결제를 재발행한 기업 비율도 9.8%에 불과했다. 수취금액 중 상생결제로 재사용된 비중은 8.1%였다. 1차 협력사가 상생결제를 현금화한 뒤 하위 협력업체에 일반 현금 이체 방식으로 지급하면, 2차 이하 협력업체는 구매기업 신용을 활용한 결제 보호를 받지 못한다. 제도가 공급망의 가장 약한 고리까지 내려가지 못한 셈이다.

성과공유제 역시 실적과 성과 사이의 간극을 보여준다. 위탁기업과 수탁기업이 공동 목표를 설정하고 협력활동을 수행한 뒤 성과를 사전에 합의한 방식으로 나누는 제도지만, 시행 이후 10년이 넘도록 정기 실태조사는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운영지침도 과제 등록과 성과확인 등 행정 절차 중심으로 운영돼 정책효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제도가 있다는 것과 제도가 작동한다는 것은 다르다. 상생협력 정책의 약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제도는 만들어졌고 숫자는 쌓였지만, 그 숫자가 협력업체의 협상력, 생산성,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는지를 확인하는 장치는 뒤따라오지 못했다.
◆ 매출은 늘었지만 '체질 개선'은 제한
상생협력기금의 효과 분석은 이 정책의 성과와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다. 보고서는 기금 수혜를 받은 협력 중소기업에서 매출 성장과 기술 축적 기반 강화 측면의 긍정적 성과가 확인됐다고 봤다. 조세특례 심층평가와 상생협력재단 분석 모두에서 수혜기업의 매출액은 비수혜기업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상생협력 지원은 효과가 있다. 하지만 기업 성장은 매출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매출이 늘어도 비용이 함께 늘면 수익성은 개선되지 않을 수 있고, 일시적 납품 증가가 기술력과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실제 수익성 개선 효과를 두고는 분석기관 간에도 결과가 엇갈렸다. 기획재정부의 조세특례 심층평가(2014~2023년 패널분석)는 협력중소기업의 영업이익에서 유의한 효과를 확인하지 못했다. 반면 상생협력재단 분석에서는 설비투자, 인력확충, 인증취득, 근로복지 증진 등이 회계상 비용으로 먼저 인식되는 특성 때문에, 매출 등 외형 성과가 축적된 이후인 2~3년 뒤 일부 사업에서 선별적으로 영업이익 개선이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지원이 곧바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엔 근거가 아직 얇다는 얘기다.

생산성 성과는 더 불확실했다. 상생협력재단 분석에서는 기술보호, 기술협력, 문화확산 등 다수 사업 유형에서 1인당 부가가치의 통계적 유의성이 전 기간에 걸쳐 확인되지 않았다. 보고서는 상생협력기금이 단기적으로 매출 중심의 외형적 성과 개선 효과는 보였지만, 수익성 및 생산성 측면의 구조적 성과는 시차를 두고 나타나거나 제한적으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이는 상생협력 정책의 역설을 보여준다. 지원은 기업의 외형을 키울 수 있지만, 외형이 곧 경쟁력은 아니다. 중소기업이 대기업 공급망 안에서 더 많이 팔게 됐더라도 자체 기술력, 가격 협상력, 고부가가치 생산역량이 함께 커지지 않는다면 성장의 과실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 늘려온 사업이 아니라 검증된 사업이 관건
결국 현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지원사업을 더 늘리는 것이 아니라, 어떤 지원이 실제 성장으로 이어졌는지 가려내는 일이다. 협약 건수, 과제 수, 예산 집행률은 정책의 투입과 산출을 보여줄 뿐, 중소기업의 생산성·수익성·임금 격차가 실제로 줄었는지는 별도의 분석 없이는 확인되지 않는다.
지원을 받은 기업과 받지 않은 기업의 매출, 고용, 영업이익, 부가가치, 노동생산성 변화를 장기간 비교하는 정교한 성과 분석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래야 단기 매출만 늘린 사업, 비용 부담을 키웠지만 중장기 생산성 개선으로 이어진 사업, 효과가 불분명한 사업을 구분할 수 있다.
보고서도 향후 상생협력 정책이 사업과 제도의 단순한 양적 확대에서 벗어나 실증자료 기반의 전 주기적 성과관리와 환류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기 실태조사를 체계화하고, 이를 차년도 소관부처 예산 심의와 배분에 연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기부도 최근 하반기 업무보고에서 중소기업 지원사업을 성장·지역 중심으로 재편하고 유사·중복·저성과 사업을 구조조정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상생협력 정책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상생의 성패는 지원금이 얼마나 늘었는지가 아니라, 그 지원이 중소기업을 대기업 의존에서 벗어나게 했는지에 달려 있다. 매출 증가에 그친 사업과 생산성 개선으로 이어진 사업을 구분하지 못하면, 상생협력은 성장정책이 아니라 반복되는 지원정책에 머물 수밖에 없다. 결국 현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상생 구호가 아니라, 성장 효과가 검증된 상생만 남기는 일이다.
■ 한 줄 요약
상생협력 예산은 5년 새 3배 넘게 늘었지만 지원받은 중소기업의 수익성·생산성 개선 효과는 검증되지 않았고, 납품대금 연동제·상생결제 등 핵심 제도도 낮은 인지도와 좁은 낙수효과로 현장에 뿌리내리지 못했다. 정부가 실증 기반 성과관리 체계 구축을 예고한 것도 이런 한계를 보완하려는 포석으로, 결국 예산 확대와 성과 검증·환류체계가 함께 맞물려야 상생협력이 '지원 실적'을 넘어 실질적 성장정책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jongwon345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