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주민규는 8일 안양전에서 1골 1도움으로 대전 승리를 이끌었다.
- 황선홍 감독의 제로톱 전술 속에 주민규는 연계와 압박 분산 역할을 맡았다.
- 대전은 안양을 2-1로 꺾고 약 3개월 만에 시즌 2연승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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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뉴스핌] 남정훈 기자 = 한 달 동안 침묵했던 주민규가 마침내 골을 터뜨렸다. 하지만 안양전에서 더 눈에 띈 건 득점 자체보다 황선홍 감독이 맡긴 '제로톱' 역할을 소화하며 대전 공격의 중심으로 다시 올라선 모습이었다.
대전은 8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6 22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FC안양을 2-1로 꺾었다. 직전 광주FC전에서 10경기 무승을 끊고 시즌 첫 홈 승리를 신고했던 대전은 이날까지 잡아내며 지난 5월 초 이후 약 3개월 만에 시즌 두 번째 연승에 성공했다.

승리의 중심에는 주민규가 있었다. 전반 17분 루빅손의 헤더 이후 흘러나온 세컨볼을 침착하게 밀어 넣으며 선제골을 터뜨렸고, 전반 40분에는 날카로운 코너킥으로 안톤의 추가골까지 도왔다. 지난 7월 4일 부천FC전 이후 약 한 달 만에 터진 리그 3호 득점이자 1골 1도움의 맹활약이었다.
그렇다고 이날 주민규의 경기를 공격포인트 두 개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안양 수비가 가장 힘들어했던 건 주민규가 최전방을 비우고 미드필더 지역까지 내려오는 움직임이었다.
황선홍 감독은 마사와 주민규를 투톱으로 내세웠지만 실제 경기에서는 주민규에게 전형적인 9번과 다른 역할을 맡겼다. 최전방에서 센터백을 등지고 버티는 데 집중하기보다 한두 칸 내려와 공을 받아주고, 원터치 패스로 측면을 열어주거나 직접 드리블로 압박을 끌어냈다. 사실상 9번과 10번 사이를 오가는 '제로톱'에 가까운 움직임이었다.
이 선택은 전반전 안양 수비를 흔드는 데 제대로 먹혀들었다. 주민규가 아래로 내려오면 안양 센터백들은 따라나갈지 자리를 지킬지 판단해야 했다. 수비가 따라 나오면 뒤쪽에 공간이 생겼고, 자리를 지키면 주민규가 자유롭게 볼을 받아 방향을 바꿨다. 마사와 루빅손을 비롯한 주변 공격 자원들은 주민규가 만들어준 틈을 적극적으로 파고들면서 대전의 공격은 이전보다 훨씬 유기적으로 움직였다.

주민규 본인도 경기 후 역할 변화를 분명하게 설명했다. 그는 "전에는 스트라이커로서 위에서 버티거나 득점 상황에서 박스 안을 타격하는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했다면, 광주전부터는 제로톱 형태로 내려와 미드필더들과 연계하고 있다"라며 "상대가 숫자 싸움에서 어려움을 겪다 보니 경기를 조금 더 수월하게 풀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황 감독 역시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는 "주민규에게 약간 변칙적인 역할을 줬는데 잘 수행했다. 전반에 상대를 어렵게 만들었다"라고 평가했다.
이 변화가 더욱 눈에 띄는 이유는 최근 주민규가 겪었던 흐름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주민규는 오랫동안 K리그를 대표해 온 골잡이다. 프로 초창기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상주 상무와 제주 유나이티드(현 제주SK)를 거치면서 존재감을 키웠고, 울산 HD에서는 리그를 대표하는 스트라이커로 올라섰다. 2021시즌에는 22골, 2023시즌에는 17골을 터뜨리며 두 차례 K리그1 득점왕을 차지했고, 30대가 넘어 처음 국가대표팀에 발탁되며 늦깎이 성공 신화의 주인공이 됐다.
주민규의 장점은 단순히 골 결정력에만 있지 않았다. 상대 수비 사이에서 공을 지켜내는 능력과 위치 선정, 동료를 활용하는 연계 능력까지 갖춘 공격수였고, 울산에서 전성기를 보낼 때도 최전방에서 동료들과 호흡하며 공격을 풀어가는 장면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대전 이적 이후에는 예전만큼의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상대 수비의 집중 견제를 받는 상황에서 최전방에 고립되는 장면이 늘었고, 팀 전체가 부진에 빠지면서 주민규 역시 득점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지난달 부천전 이후 한 달 넘게 골이 나오지 않으면서 스트라이커에게 가장 중요한 자신감도 흔들릴 수 있는 시기였다.
주민규는 이번 경기 후 "스트라이커로서 골이 안 들어갈 때 심리적인 압박이 크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같은 공격수 출신인 황 감독의 배려가 큰 힘이 됐다고 했다.
그는 "감독님께서 그런 부분을 워낙 잘 알고 계셔서인지 저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배려해 주시는 게 느껴졌다"라며 "오히려 죄송한 마음이 컸고 어떻게든 골로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매 경기 들어갔다"라고 말했다.
황 감독도 주민규에게 득점만 요구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장점을 다시 끌어내는 쪽으로 역할을 바꿨다. 주민규를 상대 센터백 사이에 묶어두기보다 자유롭게 내려오게 하면서 연계와 볼 간수, 패스 선택이라는 또 다른 강점을 활용했고, 그 변화가 안양전에서 처음으로 득점까지 연결됐다.
특히 이날 주민규의 원터치 연계는 대전 공격의 흐름을 빠르게 만들었다. 등을 진 상태에서도 공을 오래 끌지 않고 곧바로 측면으로 빼주면서 안양 수비가 다시 자리를 잡을 시간을 주지 않았고, 필요할 때는 직접 볼을 몰고 전진하면서 상대 수비의 시선을 끌었다. 최전방에서 골만 노리는 역할보다 경기 전체에 관여하는 비중이 훨씬 커진 셈이다.

물론 안양전 한 경기만으로 주민규가 완전히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다고 평가하기는 이르다. 후반 들어 안양이 압박 강도를 높이고 라인을 끌어올린 뒤에는 대전의 공격도 전반만큼 원활하지 않았고, 제로톱 전술 역시 상대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
그래도 최근 주민규에게 필요했던 것은 무엇보다 결과였다. 7월 초 이후 이어졌던 득점 침묵을 끊었고, 새로운 역할 속에서도 자신이 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것만으로 의미는 작지 않다.
주민규는 경기 후 "아직 만족할 수는 없다. 더 많은 골을 넣을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그 말처럼 안양전 한 경기가 모든 것을 바꿨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최전방에서 공을 기다리던 주민규보다 한 칸 내려와 경기를 연결하는 주민규가 훨씬 위협적이었다는 점은 분명했다. 한 달 만에 터진 골은 그 변화가 숫자로 이어진 첫 결과였고, 대전도 주민규의 반등과 함께 긴 부진에서 벗어나 2연승을 달렸다.
황선홍 감독의 '제로톱' 승부수가 일회성 카드에 그칠지, 주민규를 다시 살리는 해법이 될지는 앞으로의 경기에서 확인해야 한다. 다만 안양전만 놓고 보면 주민규는 오랜만에 자신이 왜 K리그를 대표했던 공격수였는지를 보여줬다.
wcn050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