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토지임대부 아파트 입주민들이 14일 토지 매입을 요구했다.
- 강남브리즈힐은 시세 차가 9억3500만원까지 벌어졌다.
- 재산권·대출·재건축 한계로 제도 손질 필요성이 커졌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금융 불편에 토지 매입 요구까지
40년 뒤 임대료·재건축 기준도 공백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반값 아파트'로 불리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이 장기 보유 단계에 들어서면서 제도의 한계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주변 일반 아파트와의 가격 차이가 커진 가운데 대지권이 없어 재산권 행사와 재건축에도 제약이 따르면서 기존 입주민들은 토지 매입을 요구하고 있다.
시세차익을 둘러싼 형평성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정부가 추가 공급을 추진하기에 앞서 제도 전반을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9억 넘게 벌어진 집값…주민들 "LH 땅 사겠다"
1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자곡동 LH강남브리즈힐 소유주들은 지난해 11월 '토지 매입 추진위원회'를 꾸리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보유한 단지 토지를 사들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추진위에는 약 100명이 참여 중이다.
주민들이 토지 매입에 나선 배경에는 일반 아파트와 벌어진 자산가치 격차가 있다. 강남브리즈힐 전용 84.98㎡는 지난 5월 13억8500만원에 거래됐지만 인근 강남자곡아이파크 전용 84.92㎡는 지난 2월 23억2000만원에 팔렸다. 비슷한 면적임에도 거래가격 차이가 9억3500만원에 달한다.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공공기관이 토지 소유권을 계속 보유하고 수분양자는 그 위에 지어진 건물만 소유하는 방식이다. 분양가격에서 땅값이 빠지는 만큼 초기 주택 구입비를 크게 낮출 수 있지만 입주자는 매달 토지임대료를 내야 한다. 토지가격이 상승하더라도 이를 일반 아파트처럼 주택 자산가치에 온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추진위 관계자는 "시간이 흐를수록 건물은 노후화돼 가치가 떨어지는 반면 토지가격은 상승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라며 "앞으로 장기 보유 기간에 접어드는 토지임대부 주택 전반에서 나타날 수 있다며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지권이 없어 금융상의 불편도 제기된다. 강남브리즈힐 소유주들은 세입자가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때 SGI서울보증의 보증서 발급이 거절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보증금이 사실상 7억원 안팎에서 제한되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SGI서울보증 측은 "아파트의 경우 임차보증금 전액을 보증하고 별도 상한 기준도 없으며 토지임대부 주택 역시 일반 분양주택과 같은 기준으로 개별 심사한다"고 회신했다. 그러나 주민 측은 실제 일선 영업점에서는 보증 발급 거절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입주민이 원한다고 해서 현재 당장 LH의 토지를 사들일 수 있는 제도적 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행 주택법이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의 재건축 이전 단계에서 토지를 매입하는 절차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40년의 토지 임대차기간이 끝난 뒤 적용할 기준도 구체적이지 않다. 주택 소유자의 75% 이상이 계약 갱신을 청구하면 40년 범위에서 임대차기간을 다시 연장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규정에는 계약을 갱신할 때 적용할 토지임대료 산정 기준이 따로 마련되지 않은 실정이다.
주민들은 국토부와 LH 등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토지 매입 기준과 시기를 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추진위 관계자는 "재건축 이전에도 토지 매입이 가능하도록 주택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토지임대차 계약을 갱신할 경우 적용할 임대료 산정 기준을 법제화하는 방안도 검토해달라"고 촉구했다.
◆ 싸게 공급해도 결국 시세로…흔들리는 제도
토지임대부 주택의 실험은 2007년 군포 부곡지구 시범사업에서 본격화됐다. 당시 389가구가 공급됐지만 실제 계약은 3가구에 그쳤다. 관련 법률이 만들어지면서 2011년과 2012년 서울 서초·강남 보금자리주택지구를 중심으로 다시 공급됐다.
토지비를 제외해 분양가를 크게 낮춘다는 점은 장점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전매제한이 풀린 뒤 가격이 오르면 공공이 제공한 저렴한 토지의 혜택이 최초 수분양자의 시세차익으로 돌아간다는 이른바 '로또 분양' 논란이 제기된 것이다. 이후 공급도 사실상 끊겼다.
토지임대부 주택이 다시 정책 수단으로 등장한 것은 2020년이다. 투기 차단을 위해 공공 환매를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정비됐고 이후 SH가 공급하는 주택 모델에 적용됐다. 2023년 사전청약을 진행한 고덕강일3단지와 강서구 마곡10-2단지 등은 주변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격을 앞세워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후 공공 환매만 허용하면서 재산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제도는 다시 완화됐다. 2024년 주택법 개정으로 거주의무기간과 전매제한기간을 충족하면 개인 간 거래가 가능해졌다. 이 경우 시간이 지나 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 가격이 일반 분양주택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맹점이 있다. 공공이 토지를 보유해 분양가를 낮춘다는 큰 틀이 이어지기 어렵고, 그 혜택이 결국 최초 수분양자의 시세차익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토지임대부 주택의 구조적 한계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도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과거 강남권에 공급된 토지임대부 주택의 가격이 시간이 지나면서 일반 분양주택과 비슷한 수준까지 오른 사례가 있다"며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존 주택 소유자에게 토지 매입 등의 우선권을 부여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 땅·건물 주인 따로…재건축 땐 더 복잡
장기적으로는 재건축 문제도 남아 있다.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을 재건축할 경우 토지 소유자의 동의를 받아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이렇게 재건축한 주택도 원칙적으로 토지임대부 방식으로 공급해야 하지만 토지소유자와 주택소유자가 합의하면 일반 분양주택으로 전환할 수 있다.
재건축에 들어가기 전 주민들이 공공이 보유한 토지를 매입할 수 있는 절차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다. 이런 이유로 실제 재건축 시점에는 토지가격을 어떤 기준으로 산정할지, 일반 분양주택으로 전환할 경우 토지 매입비와 사업비를 어떻게 부담할지 등이 쟁점이 된다. 일반 아파트와 비교하면 토지 처리 문제를 추가로 풀어야 하는 셈이다.
강남브리즈힐 주민들이 재건축 이전에 토지를 매입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을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건물은 노후화하는 반면 토지가격은 오를 수 있어 재건축 시점에 토지를 매입하게 되면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토지임대부 주택이 장기간 유지되려면 최초 분양가격뿐 아니라 이후 거래와 재건축 단계까지 고려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최상희 LHRI 선임연구위원은 "반값에 산 집을 시세대로 팔 때 그 차익은 누가 가져야 하느냐는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공공의 혜택이 첫 입주자에게만 돌아가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저렴한 가격과 공공성 유지, 거주 안정성 확보가 함께 이뤄질 때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모델이 완성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연구소 소장도 "환매하더라도 원하는 시세차익이 나올지, 과연 LH에 환매할 재원이 있는지도 쟁점"이라며 "제3자 매매가 허용돼도 재건축 시점에는 결국 땅 가치가 중요해 갈등의 씨앗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