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CCTV가 12부작 장쩌민 다큐를 방영했다
- 12일 주룽지 전 총리가 98세로 별세했다
- 추모 분위기 속 장쩌민·주룽지 재조명됐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베이징 특파원= 중국 관영 CCTV가 장쩌민 전 국가주석 겸 공산당 총서기의 탄생 100주년을 앞두고 12부작 다큐멘터리로 그의 생애와 업적을 조명하는 가운데, 지난 12일 주룽지 전 국무원 총리가 별세하면서 두 전직 최고 지도자를 둘러싼 기념과 추모행사에 묘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중국 현대사의 한 시대를 함께 이끌었던 두 인물 가운데 한 지도자를 국가가 공식적으로 기념하는 시점에 다른 지도자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중국 사회의 관심도 CCTV의 '역사적 인물' 조명에서 자연스럽게 현실의 인물인 주룽지 전 총리쪽으로 쏠리는 모습이다.
CCTV는 지난 11일부터 16일까지 매일 두 편씩 모두 12편의 다큐멘터리 '장쩌민'을 황금시간대에 방영하고 있다. 오는 17일 장쩌민 탄생 100주년을 앞두고 그의 70여 년 정치 역정을 되돌아보는 대형 기획물이다.
중국 당국은 장쩌민을 개혁·개방과 현대화 건설을 이끈 지도자로 평가하고 있으며, 다음 주에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고위급 지도자들이 참석하는 가운데 기념행사도 개최할 것으로 전해졌다.
장쩌민 다큐멘터리가 방송되기 시작한 지 하루 만인 12일 주룽지 전 총리가 향년 98세로 베이징에서 별세하면서 대중을 비롯한 중국 사회의 관심은 급격히 주룽지 전 총리를 애도하고 그의 생애를 회고하는 쪽으로 쏠렸다.

중국 당국은 당 중앙·전국인민대표대회·국무원·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명의의 부고에서 주룽지를 "개혁의 중요한 시기에 중대한 개혁을 추진한 지도자"로 평가하면서 경제개혁 과정에서 그가 맡았던 역할을 특별히 강조했다.
실제 주룽지 전 총리가 주도한 국유기업 체제 개혁과 금융체제 정비, 재정·세제 개혁,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추진 등은 오늘날 중국 경제 발전의 기초를 닦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룽지는 '철의 얼굴을 한 총리'라는 별명처럼 말과 행동이 직선적이었고, 무엇보다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경제개혁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중국이 계획경제의 잔재를 걷어내고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도 강단 있는 입장을 견지했다.
중국 경제학계에서는 그의 과감한 개혁이 중국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장쩌민과 주룽지는 사실 떼어놓고 설명하기 어려운 '원팀'이었다. 장쩌민이 당과 국가의 최고지도자로서 중국 경제가 나아갈 큰 방향을 제시했다면, 주룽지는 국무원 총리로서 개혁 과제와 경제정책을 실질적으로 집행했다.
두 사람의 절묘한 조합으로 중국은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고도성장을 이어갔고, 2001년 WTO 가입을 계기로 세계경제 무대에 본격 진입했다. 고성장을 이어가던 중국 경제는 말 그대로 '달리는 말에 날개를 단' 격이 됐다.
최근 CCTV의 장쩌민 다큐멘터리에서 12일 방영분에 주룽지 전 총리의 과거 인터뷰가 등장한 것도 두 사람의 정치적·경제적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경제 분야와 달리 두 사람은 정치적 이미지에서는 다소 다른 결을 보여준다. 장쩌민은 1989년 6·4 톈안먼 사태 직후 중국공산당 총서기에 올라 정치적 안정을 최우선 가치로 삼았고, 당의 통제력을 강화하는 데 무게를 뒀다.
CCTV의 이번 다큐멘터리도 톈안먼 사태 당시 장쩌민에 대해 "당과 국가가 위기에 처한 순간에 중책을 맡았다"고 회고했다. 톈안먼 사태 당시 장쩌민의 강경한 대응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이에 반해 주룽지는 경제체제 개혁의 실무 책임자로 기억된다. 톈안먼 사태 당시에도 정치적 자유화 노선은 아니었지만, 물리적 강경 대응에 대해서는 대체로 신중한 입장을 취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장쩌민과 주룽지, 두 사람 모두 중국의 경제성장을 이끌었지만 장쩌민의 경우 '당과 국가의 안정 및 통합'이라는 정치적 역할이 돋보인 반면, 주룽지는 '경제개혁과 시장화'라는 실무적 색채가 선명한 지도자였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이번 주룽지의 별세는 장쩌민 탄생 100주년을 조명하는 CCTV 다큐멘터리 기념사업에서도 묘한 변수가 됐다. 중국 관영매체가 기획한 일정만 놓고 보면 이번 주는 온전히 장쩌민을 집중 조명하는 시간이었다.
돌연 주룽지의 별세라는 변수가 발생하면서 대중의 관심은 '현재형'인 주룽지 전 총리 추모로 쏠렸다. 특히 주룽지는 은퇴 이후 공식 활동이 적었지만, 개혁·개방의 전성기를 기억하는 중국인들에게 훌륭한 지도자상으로 남아 있다. 해외 언론 역시 주룽지의 사망을 주요 뉴스로 다루면서 그가 남긴 유산을 재조명하고 있다.
그렇다고 CCTV의 장쩌민 조명이 빛을 잃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번 상황은 걸출한 두 공산당 지도자를 별개의 인물이 아니라 하나의 역사적 상황 속에서 묶어 설명할 수 있는 기회가 된 측면도 없지 않다.
실제 CCTV 다큐멘터리가 주룽지의 모습을 함께 보여준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는 관측이다. 탄생 100주년의 장쩌민을 기념하는 과정에서 주룽지를 배제하기보다 '장쩌민 시대의 경제적 성과를 함께 이룬 핵심 인물'로 다루면서 오히려 다큐멘터리의 몰입도를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쩌민이 톈안먼 사태 이후 중국 내부의 체제를 안정시키고 중국을 세계무대로 끌고 간 정치적 지도자라면, 주룽지는 그 과정에서 경제의 엔진을 개조한 실무형 개혁가라고 할 수 있다. 다만 한쪽은 탄생 100주년이라는 국가 차원의 기념사업으로, 다른 한쪽은 갑작스러운 사망을 계기로 국민적 추모 속에서 다시 소환됐을 뿐이다.
관영 CCTV가 장쩌민 탄생 100주년을 계기로 진정 보여주고자 한 것은 한 인물에 대한 미화가 아니라, '중국 굴기'로 빛나는 공산당의 놀라운 역사적 성취일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주룽지의 죽음은 장쩌민에 대한 인물 조명을 '덮어버린' 돌발 변수가 아니라, 오히려 장쩌민 시대의 경제적 성과를 가장 생생하게 상기시키는 사건이 된 것 같다.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베이징 특파원 chk@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