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노인일자리 작가단이 13일 익산서 참전용사 삶을 기록했다
- 빈정한·손양기·서도현 씨 전쟁 기억이 자서전으로 남았다
- 현장서는 사업의 전국 확대 필요성이 제기됐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한 사람 삶으로 역사 되짚어 '전달'
수차례 인터뷰로 안부 확인 효과도
12곳서 시범 운영… 전국 확대 시급
[익산=뉴스핌] 신도경 기자 = 9707378. 잊으려 해도 잊히지 않는 숫자, 이름 대신 불렸던 번호, 내가 살아야 살 수 있던 번호. 전쟁도, 가난도, 긴 세월도 지우지 못하고 평생 가슴에 품던 한 사람의 번호가 노인일자리를 통해 세상에 나왔다.
지난 13일 전북 익산시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출입기자 현장간담회에서 '세월이 남긴 가장 따뜻한 이야기' 책을 받았다. 그 속에는 6·25 전쟁 당시 무릎에 파편이 박혀도 살기 위해 달려야 했던 빈정한 씨의 이야기가 있었다.

소년이었던 빈 씨는 전쟁에 나가면서도 군화 대신 농구화를 받고 물 대신 흙탕물을 마셨다. 교과서에서는 알 수 없던 이야기가 노인일자리 '인생이야기 기록 작가단'을 통해 후세대인 나에게로 왔다.
노인일자리는 60세 이상 노인이 다양한 일자리에서 사회활동을 하도록 지원하는 보건복지부 추진 사업이다. '인생이야기 기록 작가단'은 노인일자리 참여자가 지역의 어르신의 삶을 듣고 자서전, 회고록 형태로 기록하는 사업이다. 하루 3시간씩 주 5회 일하면 월 최대 76만1040원을 받을 수 있다.
'인생이야기 기록 작가단'은 현재 전국 12개 기관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전북 지역을 중심으로 지난달까지 총 164편의 원고 작성이 완료됐다. 기록 대상은 6·25전쟁 참전유공자부터 자원봉사자, 무형문화재 등 다양하다.
빈 씨의 이야기를 담은 작가는 노인일자리 '인생이야기 기록 작가단'에 참여하는 장현희 작가다. 글쓰기와 전혀 관계 없는 삶을 살았다. 피아노를 전공해 음악가와 피아노 원장으로 삶을 살았다. 대장암을 앓으면서 고향에 내려와 우연히 원광효도마을시니어클럽에서 내건 현수막을 보고 '인생이야기 기록 작가단'에 참여하게 됐다.
장 씨는 "여자라서 무기에 대해 관심이 없어서 6·25전쟁에 대해 인터뷰할 때 어려웠다"며 "집에서 사료를 찾아봤다"고 회상했다. 그는 "따라가고 싶다고 말하는 아들과 어르신 이야기를 같이 들었는데 국가관이 새롭게 형성됐다"며 "(현재 대한민국은) 많은 사람의 피로 이뤄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장 씨는 "부인을 요양원으로 보낼 수 밖에 없었던 심정이 절절하게 느껴졌고 특히 아내가 주웠던 잠자리를 손바닥으로 짚던 장면을 쓸 때는 마음이 울컥했다"고 했다. 그는 "큰 교육이었고 살아 있는 교육이었다"며 "아들도 다음에 또 가고 싶다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인생이야기 기록 작가단'의 전순자 작가는 6·25 전쟁 당시 통신병의 이야기를 담았다. 현재 98세인 손양기 씨는 팔에 포탄의 파편이 박힌 줄도 모를 정도로 살기 위해 버텼다. 북한군 파편에 맞아 옆자리 운전병의 해골이 깨지고 골이 쏟아지는 것을 보고 이성을 잃은 것이다.
전 씨는 "우리가 너무 열악했고 죽음과 삶의 경계를 넘나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야기를 쓰면서 어쩌면 사라질 뻔한 이야기가 역사가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손 씨가) 자녀들에게 '훈장탔다'고만 이야기하고 속사정을 말도 못했다고 했다"며 "살아온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겨드리니 후손에게 자신의 삶을 정리해 줄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장택 작가는 현재 93세인 서도현 씨의 이야기를 꼽았다. 서 씨는 6·25전쟁 당시 18세였다. '학도의용군'에 자원해 군복도, 군번도 없이 훈련을 받고 토벌 작전에 참여했다. 그는 '어쩌다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살아야 했기 때문에 살았다'고 자선전에 적었다.
이 작가는 "(서 씨는) 죽기전에 자서전을 쓰고 싶다고 했다"며 "자서전이 출판된 후 원을 털었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자서전을 쓰려면 면담을 6~7번 정도를 하게되는데 어르신보다 저희가 공부가 되는 것 같다"며 "시범적으로 하는 것보다 전체적으로 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의견을 전했다.
이 작가의 의견처럼 현장에서는 참전용사들의 생생한 증언과 사라져가는 개인의 역사를 기록하는 사업을 특정 지역에만 머물게 하지 말고 전국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어르신들의 기억을 보존하는 작업의 가치가 입증된 만큼 사업의 전국적 추진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김인 노인인력개발원 전북지역본부장은 "우리 주변의 한분한분 이야기"라며 "지역마다 다양성이 있을 수 있는데 익산은 보훈단체부터 먼저 접촉하다 보니 6·25 전쟁 참전용사들이 선정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야기를 잘 모아내는 작업들이 중요하다"며 "지역사회에서 호평이 있는만큼 전국화가 가능한지 보고 내년 활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인생이야기 기록 작가단'을 담당하는 박지혜 원광효도마을 시니어클럽 팀장은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시간을 소중하게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어르신에게 정서적으로 도움이 되고 어떤 욕구가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며 "이것이 작가단의 가장 큰 가치"라고 했다. 그는 "어르신들이 많이 돌아가신 만큼 하루 빨리 전국적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sdk1991@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