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대한축구협회가 1일 로베르토 모레노를 임시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 모레노는 점유율보다 공간 활용과 빠른 탈환을 중시하는 축구를 추구했다.
- 한국은 후방 빌드업과 이강인 활용, 공 잃은 뒤 대응이 관건이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스페인 출신 로베르토 모레노 감독이 위기에 빠진 한국 축구의 지휘봉을 잡았다. '스페인 출신'이라는 이력 때문에 자연스럽게 점유율 축구가 떠오르지만, 정작 모레노가 추구하는 축구의 핵심은 공을 오래 소유하는 데 있지 않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1일 모레노 감독을 한국 축구대표팀 임시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일단 9월부터 11월까지 펼쳐지는 A매치 6경기를 맡긴 뒤 평가를 통해 2027년 1월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까지 동행할지를 결정한다. 스페인 출신 지도자가 한국 A대표팀을 지휘하는 것은 처음이다.

모레노의 이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역시 스페인 대표팀이다. 스페인의 대표 명장이라 불리는 루이스 엔리케(PSG) 감독과 AS로마, 셀타 비고, 바르셀로나, 스페인 대표팀에서 오랫동안 함께했던 그는 2019년 엔리케 감독이 가정사로 인해 잠시 감독의 자리를 비우자 스페인의 지휘봉을 넘겨받았다. 스페인의 임시 감독으로 10경기 8승 2무라는 완벽한 성적을 기록한 후 그는 스페인 대표팀을 떠나 AS모나코와 그라나다, 러시아 소치 등을 거치며 자신의 축구를 구축했다.
그 축구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단서는 모레노 자신의 말에 있다. 2019년 스페인 매체 '아스'와 인터뷰에서 모레노는 위르겐 클롭(독일 대표팀)의 리버풀과 당시 돌풍을 일으킨 아약스를 거론했다. 두 팀이 80%의 점유율 없이도 훌륭한 축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면서 "상대가 더 강하면 수비해야 한다. 세 번의 패스로 도달할 수 있다면 33번 패스할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다.
그라나다를 맡은 2021년에도 철학은 그대로였다. 모레노는 비야레알전 이후 "내게 점유율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공을 소유하는 이유는 결국 상대에게 피해를 주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모레노의 축구를 단순히 '스페인식 점유율 축구'라고 정의할 수 없는 이유다.
◆4-3-3은 숫자일 뿐…공격하면 3-4-3으로
그렇다면 모레노는 어떤 전술을 사용했을까. 가장 좋은 교과서는 2019년 스페인 대표팀이다. 모레노 체제에서 스페인은 기본적으로 4-3-3을 사용했지만 경기 중 선수들의 위치는 끊임없이 변했다.
2019년 9월 루마니아전을 보면 차이가 명확하다. 스페인은 수비할 때 4-5-1을 만들었지만 공격에서는 3-4-3으로 변했다. 풀백이 높게 전진해 폭을 확보했고 미드필더들이 공을 순환시키면서 상대 수비 사이에 균열이 생길 때까지 기다렸다.
같은 해 노르웨이전에서는 세르히오 부스케츠(은퇴)가 센터백 사이로 내려가 후방 3명을 만들었다. 동시에 헤수스 나바스(은퇴)와 조르디 알바(은퇴)가 좌우 터치라인 쪽으로 전진했다. 최전방에서는 양쪽 윙어가 중앙으로 좁혀 모라타(레가네스)와 가까워졌다.

결국 4-3-3이라는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공간이었다. 모레노도 '아스'와 인터뷰에서 "중요한 것은 감독의 시스템에 선수를 맞추는 게 아니라 선수들의 특성에 시스템을 맞추는 것"이라면서 "중요한 것은 하나의 공통된 아이디어 안에서 공간을 올바르게 점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레노가 직접 자신의 전술을 설명한 스페인-루마니아전도 이를 잘 보여준다. 2019년 11월 스페인은 루마니아를 5-0으로 대파했다. 당시 루마니아가 4-2-3-1로 깊게 내려앉자 모레노는 산티 카솔라(은퇴)를 일반적인 윙어처럼 터치라인에 고정하지 않았다. 카솔라는 안쪽으로 들어가 중원과 공격 사이를 연결했고, 그에 따라 주변 선수들의 위치도 달라졌다.
한 선수가 이동하면 다른 선수가 빈 공간을 채운다. 풀백이 올라가면 윙어가 안으로 들어오고, 공격수가 내려오면 미드필더나 측면 공격수가 그 뒷공간을 공격한다. 정해진 위치보다 '어떤 공간을 누가 점유하느냐'가 중요하다.
◆풀백-8번-윙어가 만든 삼각형…모나코에서 더 선명했다
이러한 특징은 AS모나코에서 더욱 분명하게 나타났다.
모레노는 부임 직후 스타드 드 랭스전에서 4-3-3을 가동했지만 경기 상황에 따라 4-1-4-1과 4-2-3-1로 형태를 바꿨다. 중심에는 미드필더 세스크 파브레가스(코모)와 알렉산드르 골로빈(모나코)이 있었다.
두 선수는 일반적인 중앙 미드필더처럼 한 자리에 머물지 않았다. 상대 미드필더와 수비 사이, 이른바 하프스페이스를 찾아 움직였다. 측면에서는 풀백-윙어-8번이 삼각형을 만들었다. 이 세 선수가 지속적으로 자리를 바꾸자 상대 입장에서는 누구를 따라가야 할지 판단하기 어려워졌다.
최전방 공격수인 위삼 벤 예데르(위다드 AC)까지 내려왔다. 벤 예데르가 중원으로 이동하면 상대 센터백을 끌어낼 수 있었고, 동시에 모나코는 중원에서 4대3 수적 우위를 만들었다. 반대로 센터백이 따라오지 않으면 벤 예데르가 자유롭게 공을 받아 공격을 연결할 수 있었다.

PSG와 3-3으로 비긴 경기는 모레노가 단순히 점유만 고집하는 지도자가 아니라는 사실도 보여줬다.
공격에서는 4-3-3이었지만 수비에서는 촘촘한 4-4-2를 만들었다. 중앙을 닫고 PSG를 측면으로 유도했으며 파브레가스에게는 상대 중앙 미드필더 마르코 베라티(알 두하일)를 견제하는 임무까지 부여했다. 공을 되찾으면 PSG의 센터백과 풀백 사이를 빠르게 공격했다.
점유율에서도 PSG가 앞섰다. 그러나 모레노는 자신의 철학을 포기한 것이 아니었다. 상대가 가진 공간을 제거하고 자신들이 사용할 공간을 만드는 것이 그의 축구에서 점유율보다 우선했다.
◆그라나다와 소치에서 확인된 '현실주의'
모레노의 축구가 항상 성공했던 것은 아니다.
스페인 라리가 강등권 팀인 그라나다에서는 이상과 현실 사이의 충돌도 경험했다. 부임 초기 현지 매체들은 모레노의 축구를 '포지셔널 플레이'라고 평가했다. 4-3-3 또는 4-1-4-1에서 수비형 미드필더가 센터백 사이로 내려와 빌드업을 돕고, 풀백은 전진했다. 공을 잃으면 높은 위치에서 즉시 압박했다.
2021-2022시즌 개막전 비야레알전이 대표적이다. 그라나다는 수비형 미드필더 막심 고날롱(은퇴)을 센터백 사이로 내리면서 후방부터 짧은 패스로 풀어나가려 했다. 동시에 풀백을 높게 전진시키고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가 박스까지 침투했다.
문제는 위험 부담이었다. 전방 압박이 뚫리면 높은 위치까지 올라간 풀백 뒤에 넓은 공간이 생겼다. 실제로 비야레알은 그 공간으로 침투해 기회를 만들었다. 라요 바예카노전에서는 상대 압박을 제대로 벗어나지 못하면서 후방 빌드업 자체가 위험 요소로 변했고, 공을 잃을 때마다 수비진이 그대로 노출됐다.

모레노도 변했다. 4-4-2와 4-2-3-1, 스리백까지 사용했다. 2022년 레알 마드리드 원정에서는 한 경기에서 4-2-3-1, 4-3-3, 4-4-2를 모두 활용했다.
러시아 소치에서는 이러한 현실주의를 직접 설명했다. 현지 매체 '챔피오나트'와 인터뷰에서 그는 어떤 날에는 공을 지배하고 높은 위치에서 압박하지만 어떤 날에는 내려서서 역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기본적인 스타일을 "볼 컨트롤과 공을 잃은 뒤 빠른 탈환"으로 정의했다.
결국 모레노에게 포메이션은 목적이 아니다. 실제로 그는 자신의 전술 서적이 4-4-2를 제목으로 삼았음에도 특정 포메이션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감독의 원칙을 선수들이 어떻게 구현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달라질까
이제 시선을 한국으로 돌리면 가장 먼저 주목할 부분은 후방 빌드업이다.
모레노가 스페인과 그라나다에서 보여준 방식이라면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를 중심으로 후방에 3명을 만드는 장면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수비형 미드필더 한 명이 센터백 사이로 내려오거나 한쪽 풀백을 포지션적으로 낮게 남겨 3명을 만드는 방법 모두 가능하다.
여기서 황인범(FC포르투)의 위치가 중요하다. 흔히 8번이라 불리는 황인범을 아예 내려 빌드업의 출발점으로 사용할 수도 있지만 모레노가 원하는 축구를 생각하면 오히려 한 칸 위에 배치하는 방법도 흥미롭다. 후방 3명이 상대 1차 압박을 유인하고 황인범이 그 압박선 뒤에서 공을 받는다면 특유의 전진 패스를 더 높은 위치에서 활용할 수 있다.
그리고 가장 흥미로운 선수는 이강인(AT마드리드)이다. 모나코 시절 파브레가스와 골로빈을 활용했던 방식처럼 이강인을 오른쪽 터치라인에 고정하지 않고 하프스페이스로 이동시키는 그림을 예상할 수 있다. 이강인이 안으로 들어오면 오른쪽 풀백이 폭을 확보하고, 황인범과 이강인이 가까운 거리에서 패스를 주고받는다. 여기에 최전방 공격수가 내려오면 중앙에서 순간적으로 수적 우위를 만들 수 있다.

이강인을 고립시키지 않으면서 최대한 자주 공을 만지게 할 수 있는 구조다.
최전방 경쟁도 달라질 수 있다. 오현규(베식타시)와 조규성(미트윌란)을 단순히 결정력으로만 비교할 수 없다. 모레노의 9번에게는 벤 예데르처럼 내려와 패스 연결에 참여하거나, 모라타처럼 센터백을 끌고 움직여 동료가 침투할 공간을 만드는 능력도 필요하다.
◆화려한 점유보다 중요한 '공을 잃은 다음'
공격만큼 눈여겨볼 것은 공을 잃은 직후다.
모레노는 모나코 부임 첫 경기 후 선수들에게 요구한 것을 "점유를 통제하고 공을 빠르게 되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라나다에서도 높은 압박은 부임 직후부터 가장 뚜렷한 특징이었다. 소치에서도 '볼 컨트롤과 상실 직후 빠른 탈환'을 자신의 스타일로 정의했다.
한국에서도 이 원칙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위험도 명확하다. 풀백이 동시에 전진하고 황인범과 이강인까지 높은 위치에 있다면 첫 압박이 실패했을 때 김민재를 비롯한 수비진이 넓은 공간을 책임져야 한다. 그라나다에서 이미 나타났던 문제다.
더 큰 숙제는 시간이다. 포지셔널 플레이는 단순히 "여기 서라"는 지시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이강인이 안으로 들어왔을 때 누가 폭을 만들지, 공격수가 내려왔을 때 누가 뒷공간으로 들어갈지, 공을 잃은 순간 누가 압박하고 누가 뒤를 막을지 선수들 사이의 약속이 필요하다. 클럽과 달리 대표팀 감독에게 주어지는 훈련 시간은 길지 않다. 임시 감독인 모레노에게는 더 어려운 과제다.

그래서 9월부터 시작될 모레노호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단순한 점유율 수치가 아니다. 후방에서 어떤 방식으로 3명을 만드는지, 풀백이 어느 위치까지 올라가는지, 황인범과 이강인이 어느 공간에서 공을 받는지, 그리고 공을 빼앗긴 순간 선수들이 어디로 움직이는지를 봐야 한다.
"세 번의 패스로 갈 수 있다면 33번 패스할 이유는 없다." 7년 전 스페인 대표팀 임시 감독 모레노가 자신의 축구를 설명하며 남겼던 말이다. 한국에서도 모레노가 원하는 것은 공을 오래 갖는 축구가 아니라 공을 가지고 상대를 움직이고, 열린 공간을 찾아내며, 빼앗기면 빠르게 되찾는 축구에 더 가깝다. 이제 관건은 그 복잡한 원칙을 짧은 시간 안에 한국 선수들에게 얼마나 입힐 수 있느냐다.
wcn050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