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17일 프랑스에서 고물가·긴축 반대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했다
- 유럽 각국에서 생활고와 복지·교육 예산 삭감에 항의했다
- 한국도 반도체 호황 뒤 재정 악화와 국가채무 급증이 우려된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프랑스 10년물 국채금리 5% 돌파, 독일과 격차 175bp… 'PIGS 공포' 재소환
초고령화·재정준칙 부재 韓… 2055년 국가채무비율 126.3% '경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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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시작된 고물가·긴축 반대 시위가 유럽 곳곳으로 번지고 있다. 재정 부담이 누적된 가운데 생활고와 복지 축소에 대한 불만이 거리의 분노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도 안심할 수 없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수출은 늘고 있지만, 그밖의 성장 동력은 여전히 취약하다. 청년 취업자는 47개월째 줄고 있고, 저출생·고령화로 의무지출이 불어나면서 국가채무비율은 2055년 GDP 대비 126.3%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뉴스핌은 6회에 걸쳐 반도체 호황에 가려진 한국 재정의 구조적 위험을 진단하고, 미래대응기금의 실효성을 검증한다. 아울러 전문가들과 함께 위기가 닥치기 전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해법을 모색한다. [재정 골든타임] 기획시리즈 6부작 |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지난 10월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퓌블리크(공화국) 광장은 연막탄과 최루가스로 뒤덮였다. 열악한 학교 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9월 중순부터 거리에 나선 고교생·대학생 시위가 고물가와 정부의 긴축 예산안에 반발하는 노동조합·시민 시위와 합쳐지면서다. 프랑스 내무부는 이날 전국 110곳에서 열린 집회에 55만 명(노동총연맹[CGT]·청년단체 추산 80만 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시위대 일부가 이탈해 약탈과 방화에 가담하면서 마르세유에서는 에르메스 매장이 털리고 리모주에서는 19세기에 지어진 시청사가 불에 탔다. 수년 만에 최악의 폭력 사태였다.

분노는 국경을 넘어 유럽 전역으로 번졌다. 이탈리아 밀라노·볼로냐·토리노·로마에서는 물가와 교육 예산, 군사비 지출에 항의하는 시위가 지난 16~18일 격화했다. 포르투갈 리스본·포르투와 스페인에서는 주거난 항의 시위가 이어졌고, 벨기에 브뤼셀과 그리스 아테네에서도 교육·공공서비스 예산 삭감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알바니아·세르비아 등 발칸반도에서는 부패 청산과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청년·학생 시위가 터져 나왔다.
나라마다 직접적인 도화선은 다르다. 그러나 올해 이란 전쟁 이후 연료·에너지 가격이 치솟는 가운데, 재정 여력이 바닥난 정부가 청년과 서민의 부담을 덜어줄 지출을 늘리지 못하는 구조는 닮아 있다. 코로나19와 에너지 위기 때 빚으로 늘린 지출을 되돌리지 못한 채 쌓인 '만성 적자 재정'이 불만을 키우는 공통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① 프랑스: 교육 예산은 늘었지만 이자는 더 늘어… 540억 유로 재정 조정의 딜레마
프랑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유럽연합(EU) 통계청인 유로스타트(Eurostat) 집계로 올해 2분기 말 119.1%다. 그리스(140.8%), 이탈리아(139.9%)에 이어 EU 3위다. 정부는 이 비율이 올해 말 119.3%, 2027년 말 121.7%로 오를 것으로 본다. 재정적자도 올해 GDP 대비 5.4%로 EU 기준(3%)을 크게 웃돈다. 정부지출 비중이 GDP 대비 약 57%로 역내 최고 수준인 반면 세입 기반은 약해졌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 1일 공개한 2027년 예산안에 약 540억 유로(약 80조 원) 규모의 긴축안을 담았다. 이 중 내년분은 450억 유로가량이다. 이런 조치가 없으면 내년 적자가 GDP 대비 6.5%까지 커지는데, 이를 5.0%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자 부담이다. 예산안 기준 국가 부채 관련 지출(이자 729억 유로 포함)은 올해 603억 유로에서 내년 745억 유로로 늘어 교육부 예산(655억 유로, 연금 기여금 제외)을 넘어선다. 교육 예산도 올해보다 12억 유로 늘어나지만 정규 교사 1,588명을 줄이는 내용이 담겨 학교 현장의 반발을 샀다.

ING는 내년 이자 비용이 약 120억 유로, 국방비가 64억 유로 늘어나면서 나머지 분야가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예산안에는 고액 연금의 물가 연동을 중단해 41억 유로를 아끼는 방안(소액 연금은 보호)도 포함됐다.
프랑스 내무부에 따르면 17일 시위로 약 2,400명이 체포되고 경찰·헌병 약 1,000명이 다쳤다. 까르푸는 50개 점포가 피해를 입었고 이 중 20곳은 약탈당했다. AP는 약 3,000개 점포가 파손되거나 약탈된 것으로 집계했다. 로랑 뉘녜스 내무장관이 사의를 표명했으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19일 이를 반려했다.
정부는 24일 시위에 경찰·헌병 7만 명과 헬기, 장갑차, 물대포를 투입하고 대테러 특수부대까지 동원했다. 이날 시위에는 41만 명(내무부 집계, CGT 추산 80만 명)이 참여했고 1,435명이 체포됐다. 17일 같은 대규모 약탈은 없었지만, 프랑스상공회의소(CCI)는 소매업체들이 문을 닫으면서 매출이 80%가량 급감했다고 밝혔다. 31일 추가 시위가 예고됐고, 노조는 다음 달 5일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② 이탈리아: 초고령 사회에 연료비 급등… 군 공수부대까지 투입
이탈리아의 부채비율은 139.9%로 그리스에 이어 EU 2위다. 유로스타트 기준(2025년 1월 1일)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4.7%로 EU에서 가장 높다. 연금·의료비 지출이 재정을 압박하는 가운데 연료비 급등까지 겹치면서, 16일 학생 시위 '노 멜로니 데이'를 시작으로 17~18일 밀라노·볼로냐·토리노 등에서 폭력 시위가 이어졌다. 시위대는 교육 예산 확대와 군사비 지출 반대를 요구했다.
밀라노에서는 상점 약탈과 방화가 잇따랐다. 로이터에 따르면 경찰은 18일 소요와 관련해 271명(미성년자 23명 포함)을 연행하고 32명을 체포했다. 조르자 멜로니 정부는 19일 밀라노에 군 병력 500명을 투입하겠다고 밝혔고, 24일에는 폴고레 공수여단 병력 500명이 추가로 배치됐다. 폭력 시위 참가죄를 신설해 최대 징역 5년과 벌금 2만 유로를 물리는 보안 법령도 내놨다. 24일 로마에서는 일부 시위대가 콜로세움 진입을 시도하다 경비원에게 제지됐고, 테르미니역 앞에서 경찰과 충돌했다. 남부에서는 경유 가격 급등에 항의한 화물차·농민 시위로 슈퍼마켓과 주유소 공급에 차질이 빚어졌다.
③ 포르투갈·스페인: 집값·임대료 폭등이 부른 '텐트 농성'과 조기 총선
포르투갈의 주택 가격은 올해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16.5% 올라 EU 27개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포르투갈 중앙은행은 전국에서 약 30만 가구가 부족한 것으로 추산한다. 청년들은 지난 17일 리스본 로시우 광장에 약 200개, 포르투 돔 주앙 1세 광장에도 천막을 쳤다. 이들은 세입자 퇴거를 쉽게 하고 신규 계약의 임대료 상한을 없애는 정부 법안의 철회를 요구했다.

경찰은 20일 새벽 두 광장의 천막을 철거하며 55명을 연행했다. 시위대가 광장에 다시 모이자 25일 새벽에는 곤봉과 경찰견을 동원해 리스본의 천막 100여 개를 다시 철거했다. 이 과정에서 리스본 25명, 포르투 6명이 연행됐다. 경찰은 경상자가 7명이라고 밝혔지만 시민단체 '카사 파라 비베르'는 60명이 다쳤다고 주장했다.
부채비율 101.4%의 나라 스페인에서는 9월 하순 수도 마드리드에서 할머니 마리아 델 카르멘(87) 씨가 70년간 임대로 살던 집에서 강제퇴거되는 장면이 방송되면서 주거권 시위가 전국으로 번졌다. 의회가 지난 2일 정부의 주택 긴급 법령을 부결하자 시위가 격화했고,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5일 조기 총선(11월 29일)을 발표했다. 해당 노인은 지난 7일 숨졌고, 노조는 다음 달 총파업을 예고했다. 스페인 정부는 지난해 5월 에어비앤비에 불법 의심 매물 약 6만5천 건의 삭제를 명령했지만 주택난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④ 벨기에: 예산 삭감 반발, 최루가스·물대포 충돌
벨기에의 부채비율은 110.2%로 EU 기준(60%)의 두 배에 가깝다. 바르트 더 베버르 총리의 연립정부가 예산 삭감을 추진하자 9일 전국 총파업이 벌어졌고, 브뤼셀에서는 경찰이 최루가스와 물대포로 시위대를 해산하며 21명(미성년자 13명)을 연행했다. 더 베버르 총리는 지금 긴축하지 않으면 부채와 이자의 악순환이 미래 세대의 부담이 될 것이라고 호소했지만 지난 17일과 24일에도 청소년 중심의 수백 명이 브뤼셀 도심에 모여 경찰과 충돌했다.

⑤ 그리스·발칸국들: 교육·주거·부패 불만이 겹친 청년 시위
그리스에서는 지난 21일 교원 24시간 파업과 함께 학생·공공부문 노동자가 50여 개 도시에서 교육 예산 확충과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행진했다. 아테네에는 경찰 3,000명이 배치됐다. 그리스 양대 노동조합인 공공노조연맹(ADEDY)은 다음 달 25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알바니아 수도 티라나에서는 13일께 시작된 학생 주도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시위대는 대학 환경 개선과 등록금 인하, 일자리 확대, 부패 청산을 요구하며 에디 라마 총리의 사퇴를 촉구했다. 총리실과 교육부 인근에서 화염병을 던지며 경찰과 충돌했고, 경찰은 최루가스·물대포·고무탄으로 맞섰다. 라마 총리가 사퇴를 거부하면서 시위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
세르비아에서는 2024년 11월 노비사드 기차역 지붕 붕괴로 16명이 숨진 뒤 부패 청산을 요구하는 학생 주도 시위가 2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25일 치러진 조기 총선에서 대학생 주도 야권 연합 '학생 명단'이 52.7%를 얻어 전체 250석 중 약 139~140석을 확보해 단독 과반 정부를 구성할 수 있게 되면서 알렉산다르 부치치 대통령이 이끌던 집권 세르비아진보당(39.2%)이 패배했다. 14년 장기 집권 우파 정권을 청년들이 무너뜨린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이밖에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22일 대학 예산 삭감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고, 독일에서도 병역 의무 강화에 반대하는 학생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 시장의 경고… 프랑스 국채 금리 5% 돌파
유럽 채권시장은 거리의 불길만큼 가파른 경고음을 내고 있다. 프랑스 10년물 국채 금리는 22일 5%를 돌파해 장중 5.14%까지 올랐다. 2002년 7월 이후 최고치다. 독일 국채(분트)와의 금리 격차는 9월 중순 100bp 안팎에서 22일 종가 기준 약 175bp까지 벌어져 2011년 11월 이후 가장 컸고, 26일에는 156bp 안팎으로 다소 좁혀졌다. 같은 기간 이탈리아 국채와 분트의 격차는 126bp 안팎이었다. 한때 'PIGS(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로 불리던 남유럽 국가들이 개혁으로 재정을 개선한 사이, 프랑스가 유로존의 취약 고리로 떠올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벨기에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15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26일(현지시간) 현지 경제지 레코에 따르면 벨기에가 이날 10년 만기 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한 13억 유로의 평균 금리는 4.41%에 달해 2011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뿐만 아니라 이날 만기가 2033년, 2040년인 국채도 함께 발행해 총 28억 유로를 차입했다.
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에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커진데다, 공공 재정에 대한 불안이 '터질 게 터진' 결과다.
ING 등은 유럽중앙은행(ECB)의 시장 개입 문턱이 높다고 본다. 내년 프랑스 대선(2027년 4~5월)과 올해 스페인 조기 총선(11월 29일) 등 정치 일정이 이어지면서, 표를 의식한 정치권이 재정 개혁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 한국도 '유럽형 재정 압박'...반도체 호황 꺾이면 본 모습 드러나
한국은 반도체 호황에 기대 세수가 급증하는 국면이다. 재정경제부는 올해 국세수입을 478조6천억 원으로 재추계했다. 추경 예산보다 63조2천억 원 많다. 정부는 내년 국세수입을 584조4천억 원으로 잡고 총지출을 820조9천억 원으로 편성했다. 이는 전년 대비 12.8% 급증한 것이자,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2009년 10.6%)를 뛰어넘는 역대 최고 수준의 확장 재정이다. 다만 반도체 호황에 힘입은 세수 증대로 내년 국가채무비율은 올해(51.6%)보다 낮은 48.3%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반도체 경기가 꺾여 세수가 이전 추세선으로 회귀하면 재정 상황은 또 급변한다. 고령화에 따른 의무지출의 지속적인 증가 속에 유럽형 재정 압박이 다시 본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지난해 9월 당시 기획재정부의 제3차 장기재정전망(2025~2065)은 현행 제도를 유지할 경우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2035년 71.5%, 2045년 97.4%, 2055년 126.3%로 가파르게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것으로 봤다. 오늘날 유럽을 흔드는 프랑스(119.1%)를 넘어서는 셈이다. 물론 한국의 국가채무는 일반정부부채와 포괄 범위가 달라 직접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
더 큰 문제는 제도적 안전장치의 부재와 고령화 속도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튀르키예와 함께 재정준칙을 도입한 경험이 없다. 지난달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이 국가채무비율 GDP 대비 60% 이내로 관리하는 채무준칙, 관리재정수지 적자 GDP 대비 3%(국가채무비율 초과 시 2%) 이내로 관리하는 수지준칙, 적자성채무의 비율을 60% 이내로 관리하는 적자성채무비율 준칙을 법에 명시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지만 아직 입법되지 않았다.
유로스타트 기준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프랑스가 약 22%, 이탈리아가 24.7%다. 한국은 세계 최저 수준의 출생률 속에서 통계청 추계상 2050년 이 비중이 40%를 넘어선다. 다른 점이 있다면, 앞선 두 국가는 이미 유엔 기준 초고령사회(65세 이상 비중 20% 이상)에 진입해 오랜 기간 사회적 논의를 이어왔다면, 한국은 이제 막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단 점이다.
연금·재정 개혁이 미뤄지는 사이 청년층의 조세 부담 증가, 국채 금리 급등, 국가신용등급 하락 같은 '유럽식 재정 압박'이 한국에서도 현실화할 수 있다. 반도체 호황이 유지되는 지금이야말로 위기 이전에 한국 재정의 구조를 고칠 마지막 '재정 골든타임'이다.
wonjc6@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