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김여정은 20일 박정천과 최전방 요새화 현장을 시찰했다
- 대남 막말과 기술 비난은 북한의 열패감과 궁지를 드러냈다
- 권력 입지 약화 속 군사 도발 가능성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김정은 사망설이 한창 번지던 지난 10월 20일, 그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이 최전방에 모습을 드러냈다. 군부 2인자로 꼽히는 박정천 국방성 고문까지 대동하고 '남부 국경선 요새화' 공사현장을 둘러봤다.
지난 9월 21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 사태 이후 김여정은 오빠의 '입'을 자임하며 대남 공격수 역할에 몰두해 왔다. 사고 책임을 부인하는 담화로 포문을 열더니 한국군의 경고사격에 반발하고 대남 확성기 방송 재개를 위협하며 연일 수위를 높였다. 담화의 상당수는 논리가 아니라 욕설에 가까운 수사로 채워졌다.

그의 막말 공세는 도를 넘은지 오래다. 한국 정부의 대북 의료장비 지원 구상을 '자작극 제2부'라고 몰아붙였고, 청와대 국방정책특별보좌관에게는 '송사리 같은 자' '저능아'라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여권 인사를 겨냥한 멸칭도 거침이 없다.
'국가' 체제를 표방하는 북한 독재 권력자의 동생이자 대외 메신저라는 신분이 무색할 정도로 격이 떨어지는 어투다. 2018년 평창올림픽 때 특사 자격으로 서울을 찾아 문재인 대통령과 오찬을 하며 '화해의 얼굴'을 연출했던 인물과 같은 사람인가 싶을 만큼 대조적이다.
하지만 이런 요란한 입놀림 뒤에는 감추기 힘든 대남 열패감이 묻어난다. 극초음속활공체(HGV)를 둘러싼 논쟁이 대표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참관한 가운데 지난 10월 8일 HGV 첫 시험발사에 성공하자 북한은 장창하 미사일총국장을 내세워 활공체 겉면에 '그을음'이 없다며 극초음속 비행 자체를 의심하고 나섰다. 국방부가 국산 내열소재의 열방호 성능이라고 반박하자 이번에는 김정식 노동당 1부부장이 담화를 내고 '창피한 억지'라며 재반박했다.
하지만 이 논란에서 민망해진 쪽은 오히려 북한이다. 한국의 기술적 성취를 인정하기 싫어 꺼낸 트집이 오히려 자신들의 기술 수준과 조급함을 그대로 드러냈기 때문이다. 상대의 성공을 '그을음'으로 깎아내리려는 장면은 군사기술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는 불안감의 방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혹 군부나 무기개발 파트의 총책들이 김정은과 김여정을 기망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소위 '해군력 건설'의 현실도 참단하긴 마찬가지다. 김정은이 2023년 9월 '전술핵공격잠수함'이라며 대대적으로 진수한 김군옥함은 이후 제대로 된 작전운용 징후가 포착되지 않고 있다는 게 대북 정보 당국의 판단이다. 2025년 5월 진수식에서 전도되면서 바다에 드러누워 선체가 침수·파손되는 사고를 낸 5000t급 구축함 '강건호'는 복구 끝에 지난 9월 정권수립 기념일(9·9절)에 맞춰 무리하게 취역시켰지만 온전한 기능을 하고 있을지 의문이다.
김여정이 자초한 결정적 실책도 있다. 지뢰 도발을 두고 '2015년 목함지뢰 사건을 방불케 하는 자작극'이라고 주장한 대목이다. 목함지뢰 도발은 북한이 한국 측 발표에 처음엔 '날조'라고 우겼지만, 결국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지뢰 폭발 부상에 유감을 표명하며 사실상 꼬리를 내린 사안이다. 오빠도 시인·사과한 사건을 스스로 끄집어내 '자작극'이라고 우긴 셈이니 이번 지뢰도발에 대한 북한 주장의 신뢰성을 스스로 깎아내린 자충수다.
논리가 달리자 한국 정부 인사의 입을 빌려오는 어처구니없는 대응도 눈에 띈다. 김여정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국정감사에서 지뢰 사고를 '지뢰공격으로 특정할 수는 없다'고 한 발언을 가져다 '스스로 고백'이라며 논거로 삼았다. 자기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가 궁색하다 보니 '한국 것들'이라며 하대하던 남측 고위 관료의 한마디를 방패막이로 쓰는 처지가 된 것이다.
더 아이러니한 대목은 '집착'이다. 김여정은 한국과 따로 살겠다, 서로 상관하지 말자고 외치고 있다. 그런데 뉴스핌 통일연구소가 지뢰 도발 이후 그의 담화 전문을 분석했더니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다름 아닌 '한국'이었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자면서 코끼리 이야기만 늘어놓는 격이다. 무시하겠다고 선언하면서도 한국을 의식하지 않고는 한 문장도 이어가지 못하는 모순이 담화 곳곳에 배어 있다.
연일 대남 비난 공세를 퍼붓던 김여정이 한동안 전면에 나섰다가 잠잠해진 이유도 비슷한 맥락에서 읽힌다. 말을 쏟아낼수록 허점이 드러나고 오히려 북한의 대남 대응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평양 노동당 대남전략가들의 전술적 판단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안심할 일은 아니다. 김여정은 2020년 6월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주도한 극단적 행태를 보인 인물이다. 당시 대북전단 살포를 빌미로 공개 담화를 통해 "쓸모없는 북남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고 열흘 남짓 뒤 이를 실제로 실행에 옮겼다. 말뿐인 위협이 아니라 결과를 만들어내는 무모한 성향을 보여줬다.
문제는 지금의 김여정이 그때와 처지가 달라졌고 궁지에 몰린 형국이란 점이다. 당시 권력의 핵심에서 오빠의 대남 정책을 쥐락펴락하던 그는 4년 전 조카 김주애가 공개석상에 등장한 이후 점차 전면에서 밀려났다. 국가 행사에서 김정은 가족이 레드 카펫을 밟는 장면에 정작 그는 오르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후계 구도에서 입지가 쪼그라든 상황에서 정권 내 존재감을 되찾으려는 욕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오빠의 신임을 회복하고 자신의 지위를 과시하기 위해 강경 도발 모드로 돌변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 이번 최전방 시찰에서 김여정은 새 화력구분대가 사격 진지를 차지한 사실을 상대가 알게 하라고 주문했고, 전방 지역에 대남 확성기를 가동하겠다고 적반하장식 발언을 했다. 박정천은 도발하면 즉시 반격하라고 주문했다. 지뢰 도발의 책임을 부인하면서 군사적 긴장의 수위를 올리는 모양새다.
남북 교류의 상징이던 개성공단 공동 연락사무소를 날려버렸던 그 손이 이번에는 무엇을 겨냥할지 알 수 없다.
한국 정부가 새겨야 할 교훈은 분명하다. 북한과의 대화에 목을 매거나 유화책에 연연하다가는 문재인 정부 시절 개성 연락사무소 폭파로 남북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김여정에게 또 한 번 일격을 맞을 수 있다. 막말과 억지에 일희일비할 필요도 없지만 그의 말과 행동이 실제 군사적 도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각심은 늦춰서는 안 된다.
지금은 철저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북한의 도발 의지를 꺾을 단호한 전략을 세워야 할 시점이다. 강력한 응징태세를 보여줌으로써 도발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시켜야 한다. 김여정이 다시 한 번 '폭파범'의 길로 돌아서기 전에 그 의지를 미리 차단하는 것이야말로 남북관계의 파국을 막고 국민 안전과 안보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길이다.
yjle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