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양진영 기자] "사랑 참~ 어렵다. 그걸 제대로 깨닫게 됐어요."
MBC 수목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를 끝낸 송승헌(37)이 인터뷰에서 꺼낸 첫 말이다. 이번 작품은 그에게 참 많은 것을 가져다 줬다. 벗어나기 힘들었던 연기력 논란을 업고 시작했지만 수목극 정상을 달렸고, 비로소 몸에 맞는 역할을 찾았다는 호평도 들었다. 데뷔 18년차나 된 중견 배우 송승헌을 연기파 반열에 다가서게도 했다.
지난 11일 신사동 한 레스토랑에서 만난 송승헌은 시원섭섭한 종영 소감을 밝혔다. 여전히 수려한 외모는 30대 후반인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다. 톱스타의 거만함은 찾아볼 수 없는 소탈한 성격과 입담까지 더해지니, 이제야말로 '사람 냄새' 나는 배우로서의 면모가 엿보였다.
"3개월 간 바쁘게 달려왔는데 끝나서 일단 좋아요.(웃음) 하지만 작품이 끝나면 아쉬운 마음도 들죠. 이번 드라마에서는 시청자 분들이 저보다도 한태상에 깊게 몰입하고 동정해주셔서 정말 많은 사랑을 받은 기회였어요. 세경씨와 우진씨가 중반에 너무 욕을 먹으니까 감독님이 '미도가 이해를 받아야되는데, 다 너 때문이다'라고도 하셨죠. 정말 기억에 남을 작품이에요."
'남자가 사랑할 때'의 한태상은 어릴 적부터 상처와 아픔이 많은데다 그토록 사랑하던 미도(신세경)마저 자신을 거부하는 등 거칠고도 불쌍한 면이 돋보이는 캐릭터였다. 송승헌은 이를 위해 텁수룩한 헤어와 수염도 마다하지 않았다. 가끔은 극단적인 상황에서 미친놈처럼 보이는 분노 연기도 불사했다. 그간 완벽남 이미지에 갇혀있던 그에게는 큰 도전이었다.
"감독님의 '송승헌을 버려보자'는 주문에,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을 많이 보여주려 했어요. 새로운 시도여서 다들 좋아하셨죠.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더 신이 나고 더 연구하고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연기 폭이 넓어졌다는 평가도 정말 기분 좋았어요. 스스로 점수를 준다면요? 51점 정도요. 나와 다른 연기를 해 보자고 마음먹었던 것에 1점 더 줬어요.(웃음)
다소 아쉬웠던 시청률과 함께, 극중 서미도의 '어장 관리'를 닮은 연애 스타일은 많은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했다. 실제로 서미도 같은 여자는 어떻냐고 묻자, 두말 할 필요 없이 "실제로는 당연히 싫겠죠"라며 손사래를 쳤다.
"미도는 지극히 현실적인 여자예요. 끝까지 태상을 받아주거나 사랑하게 되지는 않아요. 노력은 하지만 결국 사랑한 것은 이재희(연우진)죠. 나중에는 노력해도 안된다고 솔직하게 얘기해요. 실제로 만난다면 안 좋겠지만, 머리로 이해는 돼요."
"이 작품을 하면서 느낀 점은 '사랑 참, 어렵다'예요. 남녀가 서로 좋아하면 되는데 그게 힘들죠. 우리 작품에서는 미도와 태상, 성주가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어요. 제 나이도 이쯤 되니 정말 사랑 참 어렵네요.(웃음)"
"저도 태상처럼 여자에게 잘 해주려고 인터넷 검색을 해 본 적이 있어요. 많은 분들이 '송승헌은 여자 많고 여자 심리 잘 알 것 같다'고 생각하시는데 잘 몰라요. 연애할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오빠는 여자 마음을 왜 이렇게 몰라?'였어요. 반면에 마음이 가지 않는 여자가 절 좋아한다고 해서 만나지는 않아요. 마치 태상이 성주에게 대하는 것과 비슷하죠."
결혼에 대한 환상은 그다지 없지만, 그는 운명적인 사랑을 아직도 기다리는 순수한 면모를 갖고 있었다.
"항상 찐한 연애를 하고 싶어요. 지금은, 자랑은 아니지만 여자 친구가 없어요. 첫사랑의 기억이 너무 셌나? 고등학교 때 운명적으로 번개가 친다는 걸 느껴봤거든요. 그런 느낌이 오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이상형은…지금까지를 돌이켜보면, 약간 백치미가 있고 순한 여자를 좋아해요. 얼굴은 강아지상. 나이는 정말 상관없어요. 생각과 말만 통하면 되죠. 소개팅보다는 당장 내일이라도 운명 같은 사람이 다가올 거라 생각하기도 해요."
인터뷰를 거치며, 숱하게 연기력 논란에 시달려왔던 그였기에 이미지와 연기 변신에도 주춤거리게 되고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는 말이 이해가 됐다. 그래서 '남사'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 준 그가 정말로 반가웠다. 그는 앞으로는 계속해서 좀 더 다른 역, 송승헌보다는 캐릭터의 개성을 보여줄 수 있는 역할로 당당히 서겠다고 다짐했다.
"비로소 '남사'의 한태상을 만나, 다양한 연기에 자신감을 얻었어요. 사실 과거 뼛속까지 악랄한 악역에 도전할 기회가 있었지만 완전히 저 자신을 버리지 못했어요. 앞으로는 전혀 안해봤던 사이코패스나, 악역 등 극단적인 캐릭터에 도전해 보려고요. 차기작은 아마 영화로 찾아뵐 것 같아요. 상대역이요? 여러 번 말씀드렸지만 작품 속에서 가장 빛나는 하지원 씨와 함께 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뉴스핌 Newspim]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사진=스톰에스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