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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톡] '롤러코스터' 정경호 "인간 하정우를 믿었어요"

기사입력 : 2013년10월24일 13:56

최종수정 : 2014년05월29일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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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강소연 기자] 배우 정경호(30)는 언제나 낯설다. 분명 올여름엔 언더커버 경찰로 날렵한 액션을 보여줬는데 지금은 욕쟁이 톱스타 마준규가 돼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욕설을 퍼붓는다.

생각보다 나긋나긋한 말투와 상대도 조심스럽게 만드는 진중한 태도. 영화 ‘롤러코스터’ 인터뷰차 마주한 정경호는 속사포 랩을 하듯 대사를 쏟아내던 마준규와 너무도 달랐다. 원래 성격이 조용한 건지 혹여 가을이라도 타는 건지 물었더니 “아닌데? 저 봄 타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이내 목소리를 좀 크게 해보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정경호의 제대 후 첫 스크린 복귀작 ‘롤러코스터’는 하정우표 병맛 개그라는 찬사를 받으며 지난 17일 막을 올렸다. 그리고 개봉 4일 만에 순제작비를 모두 회수하는 성과도 얻었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연이어 쏟아지는 영화들 사이에서 ‘롤러코스터’는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누적관객수 21만6731명(23일 오전 영진위 통합전산망 기준). 정경호는 결과에 대한 솔직한 마음을 털어놨다.

“저는 정말 재밌게 봤어요. 유쾌한 영화니까요. 스코어 보셨던 것처럼 호불호가 갈릴 영화는 맞죠. 그래도 아직 호가 조금 더 많지 않나요?(웃음) 사실 이런 독특하고 한정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영화는 없었잖아요. 영화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는 이제껏 없었던 새로운 코미디가 나온 거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롤러코스터’는 영화 ‘거북이 달린다’ 이후 정경호의 4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이다. 그가 이번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오직 단 하나. 십년지기 절친 하정우 감독 때문이다. 중앙대 연극학과 동문인 두 사람은 지난 2002년 신입생과 복학생으로 처음 만났다. 그리고 사회에 나온 지금은 같은 연예기획사에 몸담고 있는 동료다. 

“인간 하정우를 믿었어요. 절 위해 시나리오 쓰고 연출한 거잖아요. 정우 형은 저를 바보로 만들 사람도, 말도 안 되는 저급 영화를 만들 사람도 아니죠. 물론 같이 작품 하면서 형이 저를 연기 못하는 동생이나 배우로 생각하면 어쩌나 긴장은 됐어요. 좀 미안하기도 했죠. 형을 한 번도 감독이라 생각해본 적이 없거든요. 촬영할 때도 감독님이 아니라 형이라 불렀죠. 계속 그러면 안 될 거 같아서 언론시사회 때 감독님이라고 했더니 왜 너까지 놀리느냐고 하더라고요(웃음).”

영화를 선택한 이유가 하정우였다면 영화로 얻은 성과는 아버지다. 많은 이들이 알고 있듯 정경호의 부친은 스타PD 정을영이다. 그간 정PD는 김수현 작가와 콤비로 활약하며 ‘목욕탕집 남자들’(1995) ‘부모님 전상서’(2004) ‘엄마가 뿔났다’(2008) ‘천일의 약속’(2011) 등 수많은 드라마를 히트시켰다. 이토록 드라마와 연기를 사랑하는 정PD지만 아들이 배우를 한다고 했을 땐 달랐다. 정경호가 KBS 공채에 도전했을 땐 동료들에게 떨어뜨려 달라고 요청했고,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2004)로 신인상 후보에 올랐을 땐  절대 상을 주지 말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이제 연출가로서 아버지로서 정경호를 응원하고 있다.

“아버지의 반응이 좋았어요. 무엇보다 좀 놀랐죠. 시사회도 굉장히 오랜만에 오셨고 ‘너도 노력하는 배우 중 한 명이구나’란 이야기를 들었으니까요. 다행히 아버지가 영화를 재밌게 보셨나 봐요(웃음). 안 그래도 영화 홍보가 마무리되면 아버지와 여행을 가려고요. 최근에 일을 계속 하면서 밖으로 나돌았죠. 마침 아버지도 잠시 쉬고 계시거든요. 기회가 지금밖에 없을 거 같아서 함께 시간을 보내려 해요.”

짧지 않은 인터뷰가 끝날 때쯤에서야 그의 지나친(?) 신중함을 이해할 수 있었다. 올해로 만 서른. 배우 정경호도 사람 정경호도 스스로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끝에는 ‘최선을 다하는 사람, 연기 잘하는 배우’란 목표가 자리하고 있다. 이제 정경호는 또 다른 캐릭터로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려 한다.

“이제는 더 책임감 있게 연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감독님들의 오케이 사인이 굉장히 무서워졌죠. 대중은 오케이만 알지 과정은 배우인 저만 알고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 과정을 더 신중하고 집중력 있게 하려는 거죠. 근데 아무래도 가장 큰 변화는 체력적으로 힘들다는 거에요(웃음). 하지만 아직은 일을 더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2013년도 목표가 제 나잇대, 또래에 가장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는 거였죠. 그래프로 나오는 게 아니니 확인할 길은 없지만 그 목표는 계속 가져가려 해요. 누구나 다 그렇겠죠?(웃음)”

“우리 영화가 끼리끼리 만든 거라고요?”

정경호를 비롯해 배우 강신철, 고성희, 김재화, 이지훈, 임현성, 최규환, 한성천까지. ‘롤러코스터’에는 소속사 식구들을 비롯해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은 하정우 감독의 측근(?)이 총출동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끼리끼리 뭉쳐 만든 영화’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물론 정경호도 사실은 인정한다. 그러나 생각은 좀 다르다.

“그걸 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는 거 같아요. 신인감독이 신인배우들과 작업을 한다는 것도 되게 어려운 선택이거든요. 또 그거를 투자 배급받아서 상업 코미디 영화로 나온다는 거 자체도 어렵고요. 그런 면에서 대단하죠. 제 생각엔 끼리끼리 뭉쳐 만들었다는 이야기보단 이게 먼저인 거 같아요. 어떻게 보면 입증되지 않은 배우들이잖아요. 심지어 저까지도 오랜만에 스크린 복귀작이니까요. 근데 그런 것들을 다 해서 영화를 만들었다는 거 자체가 되게 높게 평가할 만한 일이죠. 물론 서로 잘 알다 보니 그만큼 영화에서 드러난 거 같아요. 어떤 한국영화보다 배우들의 앙상블은 뛰어나지 않나요?(웃음)”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강소연 기자 (kang1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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