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강소연 기자] 먼저 한 가지 공지하자면 (탑의 요청에 따라)이 인터뷰의 주인공은 배우 최승현, 그룹 빅뱅의 래퍼 탑이 아닌 ‘배우’ 탑이다.
‘빙구탑’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도배한 어느 오후 탑(26)을 만났다. 전날 열렸던 영화 ‘동창생’ 언론시사회 포토타임에서 슈퍼맨 포즈로 화제가 됐던 터였다. 지금 검색어 1위라는 말에 “정말요? 분위기가 딱딱한 거 같아서 재미를 드리려고 한 건데…”라며 기분좋게 웃음을 터뜨렸다.
물론 온라인을 달궜던 빙구스러운(?) 면모는 분위기에 따른 행동이라기보다 탑의 일부인 듯했다. 인터뷰 사진촬영 중에도 그의 짓궂은 장난기는 숨길 수 없었다. 탑의 매력은(빙구탑을 포함해) 실로 무궁무진했다. 익숙할 법한 칭찬에는 오히려 쑥스러운 듯 고개를 숙인 채 손을 만지작거렸다. 반면 일 이야기에는 ‘왜냐면’이라고 시작해 ‘~습니다’라고 끝맺는 완전한 문장으로 자신의 소신을 드러냈다.
“어제 빅뱅 멤버들도 VIP 시사에서 영화를 봤어요. 제가 멤버 중 제일 형이라(웃음) 놀리지는 못하던데요? 그냥 저보고 ‘리명호 동지’하면서 제가 했던 액션을 따라 하더라고요. 표현방식이 보통이 아닌 친구들이라 확신만 있으면 연기도 정말 잘할 걸요?”
영화 ‘동창생’을 통해 북한 공작원으로 변신한 탑 [사진=쇼박스] |
“영화 구조상, 또 장르상 멋있게 보일 수도 있지만 저한테는 불쌍한 인물이죠. 그래서 더 애잔하게 연기했고요. 리명훈은 나약함을 보여주는 미완성 인간입니다. 그런 부분들에서 불쌍했죠. 또 묘하게 저랑 많이 닮았어요. 그래서 표현하기도 쉬웠죠. 사실 저는 어떤 이끌림으로 작품을 선택해요. 이번 영화에서는 캐릭터에서 오는 연민이 끌린 거고요. 캐릭터가 욕구를 생기게 했죠.”
극을 이끌어가는 타이틀 롤임을 전제로 했을 때, 이번 영화에서 탑의 대사는 그리 많지 않다. 대신 그는 무대를 압도하던 카리스마를 스크린에 그대로 옮겼다. 탑의 화려한 액션과 강렬한 눈빛은 관객들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감독님이 드라이한 연출을 좋아하셨어요. 대사도 거의 없어서 오히려 제가 만들었죠. 명훈이가 진짜 할 말을 생각해서 감독님께 들려드렸어요. 그중 좋은 대사는 진짜 했고요. 대사가 없는 역이라 침묵이 많았는데 전 그 침묵이 괴로우면서도 즐거웠죠. 괴로움 안에서 성장해 나갔으니까요. 물론 실제 성격이 조용하지만은 않아요. 활발할 때는 장난도 굉장히 많이 치죠. 이번 현장에서도 재롱둥이 역할을 했어요(웃음). 영화 자체가 좀 진지해서 오히려 장난도 치고 농담도 많이 했죠.”
영화 속 리명훈은 살인자가 되기엔 어린 열아홉 소년이다. 그러나 꼭 데리러 가겠다는 여동생 리혜인(김유정)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감당하기 힘든 운명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그렇다면 만 스물여섯 최승현이 지키려 하는 것은 무엇일까.
“최승현이란 삶 자체죠. 그래서 본명을 아껴두고 싶어요. 이번 작품에서도 최승현이 아닌 탑이란 이름을 쓰고 싶었죠. 가수, 배우 둘 다 제 감성으로 저를 표현하는 게 중요하잖아요. 그런 맥락에서 끝까지 지키고 싶은 건 최승현이란 저의 본질, 본명이에요. 또 누군가 저를 보면 ‘최승현이다’ 하지 않고 ‘쟤 탑이다’라고 하잖아요. 대중은 저를 탑이라 알고 있는데 갑자기 본명을 쓰면 제가 배우로 전향하려는 사람처럼 보일까봐 걱정스러워요. 쿨해 보이지 않을까봐(웃음). 사실 이번에도 탑을 꼭 써달라고 해서 결국 괄호 안에 넣었어요.”
어느덧 탑이 속해있는 빅뱅은 한국은 물론 세계가 열광하는 아이돌 그룹이 됐다. 그리고 배우 탑은 20대 배우에게 가는 시나리오는 한 번쯤 거쳐 간다는, 충무로가 주목하는 배우로 성장했다. 지난 2007년 처음 연기를 시작한 후 음악과 연기, 어느 하나 소홀한 법이 없었다. 연기자와 가수란 두 가지 역할이 힘들 법도 하지만 되레 서로 자극이 된다며 웃었다.
“물론 음악과 연기 중에선 음악에 더 기반을 두고 있죠.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가수와 연기자, 그 가운데서 밸런스를 유지하려 노력하죠. 가장 혼란스러운 부분이기도 하고요. 둘 다 하고 싶은데 밸런스 맞추는 게 힘들잖아요. 이쪽에 집중하다 보면 저쪽에 소홀해지고…. 근데 어떻게 보면 둘 다 자극을 주는 거 같아요. 제가 청개구리 같은 성향이 있어서 연기하면 노래하고 싶고 노래하면 연기하고 싶거든요(웃음). 그런 것들이 오히려 다시 그쪽으로 갔을 때 저한테 더 큰 열정을 주죠. 더 나은 배우가, 가수가 될 수 있도록요.”
“제가 잘생겼다고요? 저 원숭이 상인데….” 짙은 눈썹, 큰 눈, 그리고 오뚝한 코. 누가 봐도 훤칠하고 잘생긴 얼굴이지만 탑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흔들었다. 되레 자신은 ‘독특하게’ 생긴 원숭이 상이라며 자폭(?)해 버렸다. |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강소연 기자 (kang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