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현경 기자] 네 남자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여자가 있다. 눈치 없는 남자친구, 그리고 그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세 명의 친구들이 항상 주위를 지킨다. 애교 넘치는 눈웃음으로 여러 오빠들의 마음을 흔들었을 개그우먼 안소미(23)다.
눈이 펑펑 쏟아지던 12월 어느 날, 여의도 KBS 방송국 근처 사무실에서 안소미를 만났다. 시원하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네며 소파에 털썩 앉는다. 앉자마자 원래 아는 사람을 만난 듯 반가움을 표했다. ‘놈놈놈’ 속 여성스럽고 사랑스러운 안소미를 기대한 건 오산이었다. ‘여자 노홍철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그는 숨겨진 끼를 확신하게 했다.
“원래는 트로트 가수가 꿈이었어요. 노래 부르는 것도 좋아하고 혼자 영상보고 춤을 따라하는 걸 즐겼죠. 학창시절부터 노래나 춤 경연에는 다 참가했어요. 제 고향이 충청남도 보령인데요. 머드 축제를 할 때마다 댄스 대회에 나갔어요. 나가기만 하면 무조건 1등. 비법이요? 처음에는 춤을 못 추는 척 부끄러운 티를 내야해요. 그리고 무대에 올라가선 돌변하는 거죠. 예전부터 좀 똘끼(?)가 다분했어요.”
" '놈놈놈' 하면서 KBS 작가실이나 사무실에 편지, 선물이 많이 와요. 녹화를 마치고 나오면 저를 기다리는 팬도 있고요. 정말 감사해요. 게다가 이제는 거리를 지나가면 많은 분들이 저를 알아봐주시더라고요(웃음). 이랬던 적도 있어요. 제가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고 있는데 학생 두 명이 저를 두고 ‘안소미가 맞다, 아니다’ 싸우더라고요. 제가 직접 그 쪽으로 가서 ‘저 안소미 맞아요’라고 알려줬죠. 제가 좀 오지랖이 넓죠?(웃음)”
23세, 한창 연애할 나이다. ‘놈놈놈’ ‘댄수다’ 속 안소미는 연신 가느다란 목소리로 ‘오빠’를 부르며 보호 본능을 자극한다. ‘놈놈놈’에서 ‘여자 친구의 비밀을 지켜주기 위해 CIA 요원을 불러오겠다’는 훈남 3인방의 관심을 받는 안소미다. 그러나 그의 실제 연애 스타일은 ‘다 퍼주기’다.
“저는 좋아하는 사람에게 푹 빠지는 스타일이에요. 거의 뭐 살신성인 수준이죠. 그래서 더 질리거나 만만하게 보이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양다리 걸친 남자도 있었는데, 나중에 저한테 ‘미안하다’며 돌아왔어요. 물론 절대로 안 받아줬죠. 이번 ‘놈놈놈’ 코너 아이디어도 제 의견이 많이 포함돼 있어요. 여자가 좋아하는 부분을 제가 잘 아니까요.“
김지민, 김나희 등 ‘개그 콘서트’의 미녀 개그우먼들 중에서도 상위권에 드는 미모를 자랑하는 안소미는 ‘얼굴이 예쁘다’는 의견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그는 “코너 효과다. ‘성괴(성형괴물)’라는 네티즌 평도 많이 봤다. 하지만 상처는 안 받는다”며 덤덤하게 말했다.
“처음 ‘놈놈놈’으로 등장했을 때 악성 댓글 많이 받았죠. ‘개콘에서 밀고 있다’ ‘포털사이트에 왜 이렇게 이름이 많이 오르냐. 아는 사람이라도 있냐’ 등 종류도 다양했어요. 선배들은 저한테 ‘악플 신경 쓰지 말라’고 하시는데 저는 제 관련 글을 1페이지부터 끝까지 다 찾아봐요. 너무 심한 욕이 있으면 신고도 해요.(웃음) 그런데 찾아보니 다 같은 분이시더라고요. 그런데 요즘은 선플도 많이 올라오고 있고요. 그 분들 덕에 힘을 내죠.”
안소미는 20세에 KBS 개그맨 공채 시험에 합격했다. 이른 나이에 방송국 시험을 통과하고 자신보다 나이 많은 후배들을 두고 있다. 하지만, 데뷔 후 지난 1년간 공백은 그를 힘들게 했다. 후배들의 전화 한통화가 그를 ‘놈놈놈’에 서게 했고, 2013년을 마무리 하는 KBS 연예대상 무대에도 오르게 됐다.
“사실 ‘놈놈놈’에 나오는 동기 류근지 씨 빼고 나머지 김기리, 유인석, 복현규, 송필근 씨는 제 후배거든요. ‘선배 저희랑 개그 같이 해요’라는 전화 한 통을 받고 기쁘게 달려 나갔죠. 혼자서 코너 없이 KBS 회의실에 나갈 자신이 없었는데, 기회였죠. 다행히 ‘놈놈놈’이 흥행에 성공해서 뿌듯해요. 이번 KBS 연말 연예대상에서 그룹 엑소(EXO)의 ‘으르렁’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에요. ‘놈놈놈’ 팀들과 함께요. 깜짝 반전 공연도 있으니 끝까지 봐주세요.”
[사진=쇼타임]
"여자들과 공감하는 개그우먼 될래요" "이상민·이상호 쌍둥이 선배가 제가 방송 일을 쉬었을 때 금전적으로나 심적으로 많이 도와주셨어요. 물론 지금은 을 다 갚았습니다. 2013년은 운 좋게도 많은 분들께 사랑 받았어요. 개그맨이 되기 전 목표는 '신인상 후보에 올라가자'였는데 '1년 동안 개그콘서트에서 쉬지 않고 해보자'로 바뀌었어요. 그만큼 꾸준하게 개그하고 싶어요. 지금 신인 개그맨들과 함께 아이디어를 내고 새 코너를 준비 중인데요. '예쁘다'는 이미지를 벗고, 좀 더 망가지는 캐릭터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아마 형사로 나올 듯해요. 제가 말띠인데, 내년을 저의 해로 만들고 싶어요." 이른 나이에 방송국 공채 개그우먼 합격으로 이 세상을 다 얻은 듯 기뻤지만, 데뷔 후 시행착오를 겪었다. 2013년 8월,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리며 개그우먼의 길을 닦아가고 있다. 안소미의 10년 후는 어떠할 것 같으냐고 물으니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개그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눈을 반짝였다. "특히 여자들과 공감할 수 있는 개그를 하고 싶어요. '놈놈놈'으로 여성 시청자들께 부러움을 받았으니 공감을 이끌어낼 차례잖아요. 내년에 새롭게 준비하고 있는 코너가 있으니 기대 많이 해주세요." |
[뉴스핌 Newspim] 이현경 기자 (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