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강소연 기자] 출연하지 않은 영화가 없다. ‘결혼전야’ ‘더 파이브’ 등 지난해 얼굴을 내비친 영화만 여덟 편이다. 쉽게 말해 그냥 웬만한 작품에는 다 나왔다. 우정출연인지 주연인지, 장르가 코미디인지 스릴러인지는 상관없다. 스크린에 등장함과 동시에 ‘미친 존재감’으로 관객을 단번에 압도해 버린다. '대사나 비중이 뭐가 대수냐, 중요한 건 연기력'이라고 비웃기라도 하듯.
배우 마동석(43)이 영화 ‘살인자’를 선보였다. 영화는 시골에서 조용히 살아가던 연쇄살인마 주협(마동석)이 자신의 정체를 아는 소녀를 만나면서 살인본능에 눈뜬다는 이야기를 담았다. 그는 영화의 중심 인물이자 악의 축인 주협 역을 맡아 섬뜩한 눈빛 연기를 펼쳤다.
물론 이번에도 싱크로율 100%, 몰입감 200%다. 강렬했던 연기 탓인지 유리문 너머 눈인사를 건네는 그에 어쩐지 등골이 오싹해졌다. 물론 딱 거기까지였다. 개봉 당일 마주한 마동석은 생각보다 꽤 다정하고 차분했다. 아무리 연기라지만 이런 사람이 어떻게 살인마의 탈을 쓰고 그리도 살벌한 눈빛을 쏘았나 싶었다.
“사실 이 역할이 너무 싫었어요. 사람 죽이는 장면도, 피나오는 장면도요. 사실 주협은 모순되고 삐뚤어지고 비참한 인물이죠. 근데 그 안에 묘한 게 있더라고요. 조금씩 느껴지는 아들에 대한 사랑도 그렇고요. 그런 심리 표현들을 해보고 싶다는 도전 의식이 생겼죠. 촬영하면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어요. 연기를 가짜로 하면 안 되니까 그 순간만큼은 극중 인물이 돼야 하잖아요. 근데 살인자다 보니 찍는 동안 기분도 좋지 않고 예민했죠. 그래도 제가 빨리 털어버리는 스타일이라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웃음).”
인터뷰 시작부터 그는 “영화가 개봉해 기쁘다”는 말을 수없이 반복했다. 그를 비롯한 배우들과 스태프들 모두 노개런티로 촬영에 임했을 정도니 이번 작품에 대한 애정을 알만도 하다. 게다가 마동석은 ‘살인자’를 위해 상업영화 서너 편의 출연 제의도 고사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힘들게 촬영했지만, 모두 끝낸 지금 내심 뿌듯한 눈치였다.
“저예산 독립영화라 개봉한다는 거 자체가 가장 기쁘죠. 좋은 취지와 개봉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모두 열심히 찍었거든요. 근데 또 상업영화처럼 포장돼 관객의 기대치가 높으실까 조금 부담은 되죠. 사실 ‘노리개’ ‘공정사회’ ‘살인자’까지 모두 저예산 독립영화잖아요. 그동안 상업영화 찍으면서 중간중간 저예산 영화를 찍어왔어요. 사실 이 영화들만의 맛이 있답니다. 무엇보다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건 저예산 영화들이 도움이 컸죠. 그래서 다른 영화를 찍고 있어도 기억나고 그리워요. 앞으로도 계속 기회가 닿는다면 참여하고 싶습니다.”
감사한 일이 이것만은 아닌 듯했다. 그는 크지 않은 영화에 관심을 쏟는 대중부터 동료 배우, 감독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몇 번이고 표시했다. 문득 지난 13일, 마동석을 응원하기 위해 ‘살인자’ VIP 시사회에 참석한 동료들의 화려한 리스트가 떠올랐다. 요즘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배우 김성균, 지성부터 아이돌 그룹 비스트의 용준형과 엠블랙 이준까지 자리했다. 톱스타부터 아이돌까지 뻗어져 있는 그의 인맥이 놀라웠다. 특별한 비결이 뭐냐 물으니 멋쩍은 웃음이 돌아왔다.
“특별히 하는 건 없어요. 자주 연락하는 스타일도 아니거든요. 근데 만나거나 통화하면 항상 친구처럼 대해요. 의리는 꼭 지키죠. 사실 대중은 제 외모나 운동선수 출신이란 점 탓인지 좀 세게 보기도 해요. 근데 스스로는 센 사람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아요. 사람은 누구나 다르게 생겼지만 속은 다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섭섭하지는 않아요. 저를 알고 나면 제가 따뜻한 걸 아실 테니까(웃음).”
영화 홍보 일정 외에 두 달째 잠시 휴식하고 있는 그는 내달 말쯤 다시 영화 촬영을 재개할 예정이다. 영화 ‘상의원(가제)’을 시작으로 올 상반기에도 액션, 스릴러, 휴먼코미디, 공포까지 다양한 장르로 관객을 만날 생각이다. 영화계 러브콜이 끊이지 않는 걸 보니 가히 충무로의 핵심 배우답다.
“사실 제가 영화를 보는 걸 좋아해요. 블록버스터, 독립영화, 애니메이션까지 모든 장르를 좋아합니다. 일부러 영화를 좀 많이 보죠. 관객 입장이 돼보는 건 좋은 일이잖아요. 직업이다 보니 시나리오 볼 때도 자꾸 깊이 파게 되는데, 사실 영화는 그냥 영화로 보는 게 가장 좋다 생각해요. 그저 영화를 편하게 보려고 계속 노력합니다. 확실히 시나리오를 볼 때도 그런 눈이 도움이 되더라고요. 선입견이 생기지 않고 영화를 넓게 볼 수 있다고 할까요. 사실 저는 아직 연기가 너무 어려워요. 이제 살짝 연기를 시작하는 기분이죠. 앞으로도 열심히 해서 꾸준히 오래 하는 배우로 남고 싶습니다.”
할리우드 진출도 문제없어! “당시 사람들은 다 제가 운동선수인 줄 알았대요. 운동할 땐 또 운동에만 꽂혀 있었거든요. 그러다 2000년에 영화과를 나온 제 동생 집이 있는 LA로 이사했죠. 거기서 영화 관계자들을 소개받고 오디션도 보기 시작했어요. 그러던 차에 ‘천군’이란 영화 섭외가 들어왔어요. 당시 비디오테이프에 운동하는 장면, 오디션 장면을 담아서 보냈거든요. 근데 그걸 오케이해서 한국에 들어오게 됐죠. 물론 아직도 영어를 하긴 해요. 트레이너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영어로 사람을 설득하고 가르쳐야 하잖아요. 물론 미국에서 태어나진 않았으니까 그런 사람들보다는 못하죠. 사실 요즘도 가끔 미국에서 오디션 제안이 들어와요. 또 나중에 외국에서 영화를 찍을 가능성도 있잖아요. 그래서 요즘 미국친구하고 영어 공부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조금 더 다듬고 좋은 말도 더 배우려 하고 있죠. 완벽하게 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준비가 돼야지 기회도 오지 않을까요(웃음)?” |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강소연 기자 (kang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