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소득환류세, 순이익 80%이상 투자·배당해야 배제
[세종=뉴스핌 최영수 곽도흔 기자] 내년부터 3년간 대기업 700여곳은 순이익의 80% 이상을 투자나 배당, 임금 증가에 써야 '기업소득환류세'를 피할 수 있다. 투자를 제외하면 순이익의 30% 이상을 배당이나 임금증가에 써야한다.
삼성전자 현대차 LG SK 등 우리나라 대표기업들은 올해 예상 순이익 대비 투자액과 배당, 임금 증가액이 많아 이 세금에 해당되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현대차가 10조 5000억원을 들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 매입은 일부인 '업무용 건물'에 한해서만 투자금액으로 인정된다.
기획재정부는 이 같은 방식의 기업소득 환류세제(기업환류세) 과세기준을 반영한 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내년 1월부터 적용할 방침이라고 25일 밝혔다.
◆ 해외·지분투자 제외…부동산 투자는 '업무용 건물'만 인정
기업환류세는 기업들이 쌓아놓은 과도한 유보금을 투자, 배당, 임금 증가로 유도하기 위해 최경환 경제팀이 새롭게 도입한 제도다.
이 세금의 과세 대상은 상호출자제한기업(대기업집단)이나 자기자본 500억원 초과기업(중소기업 제외)으로서 대기업 700여곳이 해당된다.
적용방식은 투자를 포함하는 알파(α)방식과 투자를 제외하는 베타(β)방식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알파방식은 투자+배당+임금증가액이 영업이익의 80% 이상, 베타방식은 배당+임금증가액이 영업이익의 30% 이상이어야 한다(그림 참조).
해외투자나 지분투자는 투자금액에서 제외되고, 부동산 투자는 '업무용 건물' 건설비나 토지매입 비용만 인정하도록 결정됐다.
이 같은 방식을 작년 말 기준 과세대상 700여곳에 적용했을 경우 세수는 약 수천억원 규모로 파악됐다. 따라서 기업들이 세금을 면하기 위해 투자나 배당을 늘릴 경우 정책효과는 최소한 수조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문창용 기재부 세제실장은 "작년 말 기준으로 적용할 경우 몇천억원 정도의 세수가 예상된다"면서도 "기업환류세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기업들이 투자나 배당, 임금증가에 나서 달라"고 당부했다.
◆ 삼성전자·현대차 기업환류세 얼마나 되나
그렇다면 삼성전자나 현대차 등 주요기업은 기업환류세를 얼마나 낼까.
현대차의 올해 당기순익 전망치는 8조 5000억원 수준이다. 80%에 해당하는 약 6조 8000억원 이상을 투자나 배당, 임금증가에 써야 한다.
현대차의 올해 3분기까지 투자액은 약 4조원이며, 배당은 작년(5344억원)보다 두 배 가까운 1조원 규모로 예상된다. 여기에 물가상승률을 상회하는 임금인상률을 감안하면 기업환류세는 거의 부과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의 올해 당기순익 전망치는 약 22조 수준으로 80%는 약 17조 6000억원이다.
삼성전자의 올해 투자규모는 24조원이며 배당은 작년(1조 4200억원)보다 30~50% 늘어난 2조원 수준을 예고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투자와 배당만 합해도 기준치를 넘어서기 때문에 역시 기업환류세가 부과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SK나 LG 등 투자규모가 큰 다른 대기업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에 대해 정부는 투자와 배당을 꺼리는 일부 대기업을 적극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과세대상 700여곳의 평균 알파율은 125% 수준으로 대다수의 기업은 이익의 80% 이상을 투자나 배당에 쓰고 있다"면서 "그렇지 못한 일부 대기업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현대차 한전부지 '업무용 건물·토지'만 인정
한편, 현대차의 한전부지 투자비용은 '업무용 건물'에 한해서 투자로 인정된다.
▲ 삼성동 한전부지 전경 |
문 실장은 "일반토지나 기존건물은 부가가치 창출효과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부동산 투자범위를 업무용 건물로 한정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현대차의 한전부지 매입비용(10조 5500억원)과 건설비용은 '업무용 건물'에 한해서 부분적으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대차가 한전으로부터 부지를 양도받는 시점이 내년 10월인 점을 감안하면 내년에는 사실상 기업환류세 혜택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한전부지 매입액은 내년도 투자규모에 포함되지 않는다. 내년 9월까지 계약금 1조 550억원을 뺀 9조4950억원을 3회로 나눠서 납입해야 하는데 이는 현금자산의 유형자산 전환으로 계상된다.
문 실장은 "현대차의 사업계획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나오면 기업환류세 적용범위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곽도흔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