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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암 탄생 105주년] '사업보국' 호암과 국제시장

기사입력 : 2015년02월12일 06:00

최종수정 : 2015년02월12일 10:14

국민 배고픔 아파하고, 부강한 나라 염원한 진정한 어른

[뉴스핌=김선엽 기자] 지난 10일 대구시와 삼성그룹 주요인사들이 대구 북구에서 열린 '대구-삼성 창조경제단지' 기공식에 참석했다.

삼성이 대구 창조경제의 씨앗을 뿌리기 위해 찾은 이 곳은 60여년 전 삼성그룹의 모태인 제일모직이 설립됐던 자리다. 삼성의 창업 정신을 되살려 향후 의류·기계·금속 등 대구지역 창조산업화의 산실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대구 창조경제의 첫 삽을 뜬 이날은 삼성 창업주인 이병철 선대회장의 탄생 105주년(2월12일)을 이틀 앞둔 날이기도 해 의미를 더했다.

이상훈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은 "삼성의 창업 정신이 살아 있는 이곳이 새로운 창업가들이 성장할 수 있고, 창조경제의 중심이 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창조경제단지 한켠에 삼성그룹의 맹아라 할 수 있는 삼성상회를 옛 모습 그대로 재현할 계획이다.

▲ 영화 '국제시장'의 한 장면

대구 창조경제의 산실에 삼성상회가 복원된다는 소식에 호암(이병철 선대회장의 호)과 삼성상회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영화 '국제시장'이 연일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면서 그 시절 배고팠던 '어른들의 시대'를 조명하는 시선과도 맞물리고 있다.

영화 '국제시장'을 보면 한국전쟁 중 부산으로 피란을 온 덕수(황정민 분)는 국제시장 ‘꽃분이네’라는 잡화점에 정착한다. 그리고 그는 동생 학비를 벌기 위해 파독 광부가 되고 여동생 결혼자금을 만들기 위해 베트남전에도 참전한다. 가난한 나라의 가난한 가장은 매우 힘들고 고단하지만 자식들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다.

관객들은 영화를 통해 단순히 부모 세대의 절절했던 아픔과 고단함에 공감하는 것을 넘어 우리 세대가 향유하는 지금의 풍족함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호암이 걸어온 역사도 '국제시장' 덕수처럼 대한민국의 근대화의 역사와 맞닿아 있다.

당장 먹고 입을 것이 없던 일제 강점기 시절인 1938년 3월 1일 그는 대구 중구 인교동에 삼성상회 문을 열고 청과물, 건어물, 국수 등을 판매하기 시작한다. 나라가 강해지려면 국민의 살림살이가 풍요로워져야 한다는 것이 호암의 생각이었다.

▲ 삼성상회 창업 당시 호암 이병철 선대회장
몇 년 후 6.25가 한창이던 1951년 1월에는 피난수도 부산에서 삼성물산을 설립하고 국민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수입해 굶주리던 국민들의 먹거리를 해결하기 위해 애썼다.

1953년 8월에는 제일제당을 설립해 국산설탕을 생산하고 1954년 9월에는 제일모직 공장을 대구에 건설해 의류산업에 뛰어든다.

“생산하는 재화가 국민에게 필요불가결하냐가 문제다. 양질의 제품을 얼마나 저렴하게 사회에 공급하느냐, 이것이 기업 사명의 전부고 존재가치다.” 이병철 선대회장은 훗날 자서전(호암자전)을 통해 스스로의 창업을 이렇게 돌아봤다.

사업을 통해 국가에 보답한다는 호암의 '사업보국(事業報國)'의 꿈은 1960년대 들어 다시 한 번 지평을 달리한다.

당시 정부는 국가 기간산업 건설에 나섰는데 이를 위해서는 농업발전을 뒷받침 할 비료의 자급화가 시급했다.

호암은 1964년 8월 한국비료(삼성정밀화학)를 설립하고 울산공업단지에 세계 최대인 36만톤 규모의 비료공장을 3년여에 걸쳐 세운다.

"여기 새로 세우려는 이 공장은 특정 개인의 것이라기보다는 전농민을 비롯한 우리 국민 전체가 보다 더 잘 살 수 있는 내일의 번영에 기여하기 위한, 이 나라의 것이요, 우리 국민의 것이다" ('호암자전'중에서)

그의 사업보국 정신 속에 우리나라는 60년대 경공업 중심에서 70년대 중화학공업 국가로 성공적으로 변모한다.

우여곡절끝에 비료공장을 정부에 헌납했지만 사업보국을 향한 그의 도전은 계속됐다.

그리고 1968년, 그는 향후 반세기 동안 우리 경제의 주축이 될 삼성전자를 설립한다.

"전자산업이야말로 당시 우리나라의 경제단계에 꼭 알맞는 산업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삼성이 이 산업에 진출해 국내에서 전자제품의 대중화를 촉진하고 수출전량상품으로 육성하는 선도적 역할을 맡아 보자 결심했다"('호암자전' 중에서)

▲ 호암 이병철 삼성 선대회장
그리고 이듬해 삼성전자는 10월까지 수원에서 45만평, 가천에서 75만평의 사업부지를 확보했다. 당시 항간에서는 삼성이 부동산 투기를 한다는 억측이 파다하게 나돌았다. 국내 다른 전자업체의 공장부지가 몇만 평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호암은 "지금은 이 땅이 크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머지않아 더 많은 땅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수원·기흥·화성·평택으로 이어지는 지금의 삼성전자 산업단지를 그는 일찌감치 꿈꿨는지도 모른다.

석유파동으로 세계경제가 장기 침체기였지만 삼성은 과감한 투자와 부단한 노력으로 세계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1978년 흑백TV 200만대를 생산해 일본 마쓰시타 전기를 앞섰고 1981년 5월에는 다시 1000만대를 돌파해 세계 정상에 올라섰다. 창립 10여년만의 일이다.

이후 컬러TV, VTR, 오디오, 냉장고, 냉난방기기, 전자레인지 등 전 분야에서 세계정상의 위치에 오르며 오늘날 수출전략 산업의 대표선수가 됐다. 그리고 1984년 완공한 기흥 반도체 공장은 30년 동안 우리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아부지, 저 이만하면 잘 산 거지예. 아부지 말씀대로 가장으로 할 만큼 했지예" (영화 국제시장 중)

국제시장 마지막 장면에 대해 윤제균 감독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로 출발했지만, 아들 역시 아버지가 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올해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탄생 105주년이자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탄생 100주년이다. 기업인들이 '국제시장' 시대를 온몸으로 관통했던 선대회장들의 사업보국 정신을 떠올릴 때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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