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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환의 문화의 향기<14> 인생의 답이 있다, 문학의 세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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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환의 문화의 향기<14> 인생의 답이 있다, 문학의 세계(상)
  
우리 인간들이 살아가는 이 세상은 삶과 죽음, 만남과 이별, 사랑과 배신, 전쟁과 평화, 선과 악이라는 대립과 갈등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문학은 이러한 인간과 세상의 내· 외면적인 모습을 사실적으로 혹은 은유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 문학의 기능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우선 문학은 독자에게 교훈을 주고 인생의 진실을 보여주어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교시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 또한 문학은 독자에게 정신적 즐거움과 미적 쾌감을 주는 동시에, 자신의 삶과는 다른 삶 그리고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과는 다른 세계를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아울러 문학은 독자에게 문제해결, 생존, 사랑과 용기 등의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인생의 어려운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삶의 스토리에 대한 경험이 없으면 자신만의 경험과 스토리, 자신의 사고방식을 뛰어넘지 못한다. 이때 다른 스토리들은 다른 생존경험과 문제해결방식을 제공하게 된다.
 
그러면 과연 문학의 위력은 어떤 것이며 어떻게 우리를 힐링해 주는지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문학계에서의 셰익스피어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모든 세대와 모든 장르의 작가와 예술가들이 그의 영향을 받았다.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은 분명 수백만 사람들에게 심미적인 즐거움이고 지적인 자극물이다. 셰익스피어는 영국에서 단순한 문학가로만 대우받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는 살아있는 전설로 취급되고 있다.
그는 오늘날 영어가 세계의 공용어로 사용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세계적인 문학작품을 통해 상인들의 비즈니스용 언어로만 치부되던 영어의 품격을 높여놓았다. 셰익스피어가 살았던 당시만 해도 영국에서는 공문서나 학술서를 라틴어로 작성했다. 그러나 셰익스피어는 영어로 작품을 만들었다. 그리고 영어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셰익스피어와 동시대의 극작가였던 벤 존슨은 ‘그는 한 시대를 위한 작가가 아니라 온 시대를 위한 작가’라고 격찬했고, 괴테는 자신은 셰익스피어의 소유물이 되었다고 고백했다. 또 빅토르 위고는 ‘셰익스피어가 곧 연극’이라고 단언했으며, 제임스 조이스는 “무인도에 떨어질 경우에는 단테보다 셰익스피어의 책을 들고 가겠다.”고 했다.
토머스 칼라일은 “셰익스피어를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고 장담했다. 물론 이 말은 인도나 인도인을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라, 영국 식민지인 인도가 가진 경제적 가치보다는 셰익스피어가 가진 정신적 가치가 더 중요하다는 뜻을 강조하려는 것이었다.
 셰익스피어의 영향력을 돈의 가치로만 측정하더라도 천문학적인 값이 나올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은 그동안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책들로 펼쳐지고 있으며, 또 영화와 연극, 뮤지컬로도 만들어졌다. 이와 함께 문학의 내용들이 수많은 미술작품으로 탄생하였으며, 음악으로도 나오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독일의 문호 괴테 또한 그때까지 짐승의 소리 같다고 힐난을 받아오던 독일어의 품격을 높여 놓았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란 책을 통해 그는 세계 젊은이들의 아이콘이 되었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그의 작품을 읽고서 자신도 작품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행동하기를 원했고, 극단적으로 주인공처럼 자살을 선택하기도 했다. 독일은 지금도 ‘괴테 인스티튜트(Goethe Institut)’란 일종의 문화원을 만들어 세계에 독일의 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문화부장관을 지냈던 앙드레 말로는 “이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하나는 프랑스의 문학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작품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은 사람이며, 다른 하나는 읽지 않은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그만큼 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란 책의 위대함을 이야기한 것이다.
 
이제 모티브별로 몇 개의 문학작품을 들여다보자. 문학의 모티브는 인간 삶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사랑은 가장 중요한 모티브가 되고 있다. 특히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은 더욱 사람의 마음을 깊게 사로잡는다. 여운 또한 오래 남는다.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은 인생을 경건하게 살아가라는 교훈을 주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앙드레 지드는 정교한 절제를 통해 욕망의 절대적이면서도 결말이 없는 본성을 잡아냄으로써 사랑이라는 감정을 탐구하였다.
남자주인공 제롬은 매년 여름휴가를 시골의 외삼촌댁에서 보내는데, 그곳엔 외사촌인 두 살 위인 알리사와 한 살 아래인 줄리엣이 있었다. 알리사는 정숙한 반면 줄리엣은 쾌활한 성격을 지녔다. 제롬은 알리사에게 깊은 사랑의 감정을 품게 된다. 한편, 알리사의 동생 줄리엣은 제롬에게 연정을 품지만 언니를 위해 그를 포기하고 마음에도 없는 사람과 결혼한다.
제롬은 모든 괴로움과 슬픔을 넘어 하나님의 길에 이르듯이 노력한다면 알리사와의 사랑에 결실을 가져오게 되리라 믿었다. 제롬은 알리사에게 사랑을 고백하지만, 알리사는 하나님 안에서 하나가 되자고 대답한다. 실의에 빠진 제롬은 군에 입대한다. 그리고 알리사에게 사랑의 편지를 보내고, 알리사도 답장을 보낸다. 그러나 만나서 결혼을 종용하면, 알리사는 "우리는 행복을 위해서가 아니라 거룩함을 위해서 태어난 것입니다”고 대답하여 제롬을 실망시키는 것이었다.
제롬은 알리사를 단념하고 3년의 세월을 보낸다. 오랜만에 둘이는 다시 만나게 되지만 알리사는 너무나 정결한 존재였다. 그녀는 스스로 지상의 사랑을 버리고 '좁은 문'을 거쳐 행복에 이르는 길을 걸으려 하고 있었다. 제롬은 쓸쓸한 마음으로 알리사의 곁을 떠났다. 그 뒤, 제롬은 알리사가 요양원에서 숨진 사실을 줄리엣의 편지를 통해 알게 된다. 알리사의 일기장에는 하나님을 향한 ‘좁은 문’인 신앙과 제롬을 향한 사랑 사이에서 끝없이 번민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었다.
 
한편, 알퐁스도테의 『별』과 황순원의 『소나기』등처럼 풋풋하고 청순한 젊은이들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작품들도 커다란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아래에서 소개하는 실화를 바탕으로 쓴 작품의 이야기도 우리에게 커다란 감동을 안겨준다.
 
미국 뉴욕 주에 뇌종양에 걸린 채 시한부인생을 살아가는 젊은 여선생이 있었다. 그녀는 죽기 몇 개월 전부터 열정적으로 시를 쓰고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자신이 죽으면 신체의 모든 장기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주라는 유언을 남겼다. 얼마 후 그녀는 결국 죽고 말았다. 그녀의 안구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 사는 어느 시각장애 젊은이에게 기증되어 그는 암흑에서 빛을 찾게 되었다. 광명을 찾게 된 청년은 고마움에 자신에게 안구기증을 한 사람을 찾으러 떠났다. 그는 예고 없이 그녀의 집을 방문했다. 벨을 누르자 그녀의 어머니가 나왔다. 어머니는 청년을 보는 순간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마침내 기억을 해내었다. 어머니는 자신의 딸이 마지막으로 그린 그림을 찾으러 딸의 방으로 달려갔다. 그림은 딸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남자의 초상화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림의 주인공은 안구를 기증받은 청년과 너무나 닮아 있었다. 어머니는 딸이 죽기 직전 마지막으로 쓴 시를 청년에게 읽어주었다.
 
  “밤을 여행하던 두 눈이 사랑에 빠졌어라
  서로의 얼굴을 한번 바라볼 수도 없이...”
 
전쟁 또한 문학작품의 중요한 모티브가 되고 있다. 전쟁만큼 인간의 발가벗겨진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 또 있을까? 사람의 참 모습을 연구하는데 전쟁만큼 좋은 소재는 없을 것이다. 전쟁은 인간을 황폐화시킨다. 전쟁에서 설사 이긴다 하더라도 그 승리의 열매는 쓰디쓸 뿐이고 결국 인류사회에 치유할 수 없는 상처만 남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은 지금까지 인류 생존의 기본요소가 되어 왔고, 또 인간의 천성이 변하지 않는 한 그 양상을 달리하면서 계속 존재하고 있다. 전쟁은 참혹하고 폭력적이며 모든 것을 파괴한다. 전쟁 속에서의 삶은 불안과 고통, 공포뿐이다. 그러기에 인간은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온갖 추악하고 비열한 수단을 동원하게 된다.
 
이러한 전쟁의 비정한 모습을 가장 잘 고발하고 있는 작품은 『개선문』의 작가이기도 한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의 『서부전선 이상 없다』라 할 것이다.
제1차 세계대전 중 전황이 교착상태에 빠지기 시작했을 무렵, 독일에서는 조국의 위급함을 호소하며 국민의 총궐기를 요구하는 소리가 드높아진다. 어느 날 고교생인 주인공 파울 보이머는 다른 학생들과 함께 특별지원병으로 일선에 출전한다. 그러나 전쟁터는 국민을 전쟁터로 몰아넣는 정부와 장군들의 논리나, 혹은 그동안 배워서 알고 있던 세상의 논리와는 판이하게 다른 논리가 지배하는 세계였다. 자신을 포함한 모든 병사들은 이상과 신조를 잃고, 가혹하고 비정하며 부조리한 전쟁터의 암담한 현실 속에서 오로지 생존하기 위한 지혜만을 터득할 뿐이다. 그렇지만 이런 무의미한 생활 속에서도 주변의 전우들은 계속해서 죽어나간다.
1918년 가을의 어느 날, 주인공이 전사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나게 되는데, 그날의 전황 또한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것으로 기록된다. 즉 사령부에 대한 보고에는 '서부전선 이상 없다'라고 기록되었을 뿐이다. 작가는 머리글에서도 이 책의 의도는 비난도, 고백도 아닌, 생존자를 포함한 전쟁에 의해 파괴당한 세대의 이야기일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작품과는 달리 나머지 대부분의 전쟁문학들은 종국에는 선이 악을 이기게 되니 선을 행하고 살아가라는 교훈적인 내용도 담고 있다. 순간적으로는 악이 선을 이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겠지만 길게 보면 결국 선이 악을 이긴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파괴적인 전쟁 속에서도 인간의 따뜻한 모습과 사랑이 있을 때 비로소 문학의 위대성은 완성되지 않을까?
 
『전쟁과 평화』는 톨스토이 문학의 최대 걸작이자 톨스토이 예술의 극치를 이루는 서사시적 대하소설이다. 이 작품은 러시아 건국 이래 일대 역사적 사건인 1812년대 나폴레옹 전쟁의 과정 속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삶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톨스토이는, 주인공들이 전쟁이라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사랑하고 증오하면서 삶과 죽음의 의미를 새롭게 깨닫고 그러는 가운데 새로운 삶을 발견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런 흐름에 따라 ´삶´에 대해 부정적인 결론을 내린 안드레이 공작은 멸망하지만 반면에 긍정적인 결론을 내린 피에르에게는 행복한 새 생활이 주어진다. 
       
이철환 하나금융연구소 초빙연구위원·단국대 경제과 겸임교수 ('아름다운 중년, 중년예찬'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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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대전망] '달러 시대의 느린 균열'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2026년 글로벌 자산시장 지형은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바뀔 모양새다. 월가 주요 IB와 글로벌 운용사들이 제시한 내년 전망을 종합하면, 핵심 키워드는 ▲약해지는 달러 ▲강해지는 금 ▲제도권에 깊숙이 편입되는 코인 ▲전략자산으로 격상된 원자재로 압축된다.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는 유지되지만, 각종 정책·재정·지정학 리스크로 인해 달러 의존도를 낮추는 '조용한 탈출(quiet hedging)'이 진행 중이라는 분석이다. [사진=퍼플렉시티 생성 이미지] ◆ 달러: 패권은 유지되지만 '천천히 새는 배' 2026년 달러를 둘러싼 큰 그림은 '완만한 약세' 흐름 속에서, 기축통화 패권은 유지하되 매력은 서서히 떨어지는 구조다. 여기에 연준의 금리 인하 경로, 주요국과의 금리 격차, 글로벌 성장·정책 리스크, 그리고 디달러라이제이션(de-dollarization, 탈달) 흐름이 겹치며 달러의 방향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먼저 연준의 완화 경로를 살펴보면, 2026년 말 기준금리는 약 3%대 중반(3.4% 안팎)까지 내려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최근 발언들을 종합하면 인하 속도는 초기 시장 기대보다 더 느리고 신중한 방향으로 조정되고 있어, 지나친 달러 약세를 막아주는 '하방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둘째는 금리 격차다. 연준이 금리를 내리더라도, 정책금리는 유럽중앙은행(ECB)의 2%, 영란은행(BoE)의 2~3% 수준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률 격차가 과거만큼 크지는 않지만, 달러 자산이 어느 정도 금리 메리트를 제공하는 만큼 "달러가 한 방향으로 급락하는 구도"까지 보긴 어렵다는 진단이다. 이 같은 상대 금리 우위는 2026년 내내 달러가 급격히 무너지는 것을 막는 완충장치로 작용할 수 있다. 셋째는 글로벌 성장과 정책 리스크다. IMF는 2026년 세계 경제가 완만하게 성장세를 개선할 것으로 보고 있어, 극단적인 안전자산 선호가 달러로만 몰리는 환경은 아닐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다만 미국의 정치·재정 이슈, 부채한도·재정적자, 무역·관세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달러 방향성을 뒤흔들 수 있는 변수"로 남아 있으며, 상황에 따라 달러에 일시적인 강세·약세 충격을 모두 줄 수 있는 요인들이다. 장기 구조 측면에서 보면, 달러는 '패권은 유지되지만, 천천히 새는 배'에 가깝다. BNY멜론, JP모간, UBS, 냇웨스트, 피델리티 등 주요 글로벌 하우스들은 공통적으로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는 당분간 흔들리지 않는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그러나 무역정책 불확실성,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 연준의 완화적 기조 등 구조적 요인들이 달러의 매력을 조금씩 갉아먹는 국면으로 진입했다는 데도 큰 이견이 없다. 국제통화기금(IMF)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외환보유액에서 달러 비중은 2000년대 초반 70%대에서 2025년 2분기 56% 수준까지 떨어졌다. 냇웨스트와 피델리티는 이 흐름을 "빠르진 않지만 분명한 디달러라이제이션(de-dollarization)"으로 규정한다. 특히 러시아 준비자산 동결 이후 커진 '제재 리스크'는 여러 국가가 결제·준비자산을 다변화하도록 자극한 대표적 계기로 지목되며, 일부 중앙은행은 준비자산 구성에서 달러 비중을 줄이고 금·기타 통화 비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런 전제 아래에서 보면 달러는 2026년 전반적으로는 약세 쪽으로 기울지만, 중간중간 강한 반등(숏 커버 랠리)이 나올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설득력을 얻는다. 물가가 예상보다 끈질기게 높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예상 밖의 인플레이션 급등이 나타날 경우 연준의 추가 인하가 지연되면서 달러에 단기적인 지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 지정학적 충돌, 금융시장 급락 같은 글로벌 리스크오프 이벤트가 겹치면 '안전자산 달러' 선호가 살아나면서 강세 국면이 일시적으로 재현될 가능성도 크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조건이 맞아떨어질 수 있는 시점을 2026년 3~6월 구간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연준의 주요 회의와 핵심 물가·고용 지표 발표가 몰려 있는 만큼, 상반기 중 일정 구간에서는 "완만한 약세 추세 속 달러 반등 구간"이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결국 2026년 달러는 방향성으로는 완만한 약세, 경로상으로는 구간별 반등이 섞인 '요철 있는 하향 곡선'에 가까운 그림으로 그려지고 있다. 달러지수 내년 전망 [사진=캠브리지 커런시스] ◆ 금: 탈달러·재정악화·지정학이 만든 '슈퍼 헤지' 월가 IB들이 그리는 2026년 금 가격의 큰 그림은 '상승'에서 '초강세'까지, 방향성이 한쪽으로 모여 있다. JP모간은 2025년 말 온스당 3,600달러대에서 2026년에는 4,0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일부 프라이빗 뷰에서는 5,000달러 안팎까지 거론한다. 골드만삭스·UBS 등도 4,000~4,500달러 구간을 기본 밴드로 제시하면서, 구조적 강세장이 이어질 경우 5,000달러 돌파 가능성까지 열어두는 분위기다. 이 같은 '슈퍼 헤지' 논리는 세 축에 기대고 있다. 첫째,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 매수와 디달러라이제이션 흐름이다. 러시아 준비자산 동결 이후 "제재로 묶이지 않는 준비자산"을 찾는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다수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에서 달러·유로 비중을 줄이고 금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서서히 포트폴리오를 바꾸고 있다. 둘째,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재정악화와 부채 누적이다. 천문학적 정부부채와 확대된 재정적자는 통화가치 희석 우려를 키우며 "법정통화의 거울"로서 금의 역할을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셋째, 연준의 완화 전환과 약달러 구도다. 금리가 내려가면 무이자 자산인 금의 기회비용이 줄고, 달러 약세는 달러 표시 금 가격을 끌어올리는 이중 효과를 낳는다. 기관투자가들의 인식도 이를 뒷받침한다. 나티시스 설문에서 글로벌 기관의 3분의 2는 "2026년에는 금이 코인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답하며 금을 1순위 방어자산으로 꼽았다. 동시에 상당수 기관이 전통적인 60:40 포트폴리오 대신 인프라·부동산·원자재·금 등을 섞은 60:20:20 구조를 선호한다고 응답해, 금과 실물자산을 "인플레이션·재정·지정학 리스크가 겹친 시대의 전략자산"으로 재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IB들은 2025년 급등 뒤 2026년 일부 구간에서 단기 조정과 높은 변동성은 불가피하다고 보면서도, 조정이 나오더라도 "고점을 한 단계 올리는 조정"이라는 표현을 쓰며 중장기 방향성만큼은 강하게 위를 가리키고 있다. ◆ 코인: '대체 가치 저장 수단'...그러나 여전히 '실험 구역' 코인에 대한 월가의 시각은 한 줄로 "커진 건 맞지만, 아직은 실험 구역"이다. JP모간은 비트코인을 포함한 디지털 자산을 "달러에 대한 또 하나의 도전자"라고 부르면서도, 극단적인 변동성과 짧은 히스토리를 이유로 전략적 코어 자산이 아니라 위성(satellite) 성격의 위험자산으로 다뤄야 한다고 경고한다. 2024년 초 2조달러 수준이던 크립토 전체 시가총액이 2025년에는 4조달러 안팎까지 불어난 가운데, 규제 환경이 ETF·ETP 승인 등으로 제도권 친화적으로 바뀌며 비트코인을 '가치 저장 수단'으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실제 결제·상거래 규모는 여전히 수백억 달러 수준에 머물며, 일상적 화폐나 결제 인프라로서의 역할은 초기 단계라는 점이 반복해서 지적된다.​ UBS와 같은 보수적인 하우스는 이런 변화를 인정하면서도 "코인은 어디까지나 투기적 자산"이라는 입장을 고수한다. UBS CIO는 비트코인 변동성이 연 70~80% 수준으로 전통 자산 대비 현저히 높고, 70% 이상 급락하는 대형 조정이 여러 차례 반복된 탓에 포트폴리오의 전략적 축으로 편입하긴 어렵다고 본다. 대신 장기 잠재력을 믿는 투자자라면 "완전 손실이 나도 전체 계획이 흔들리지 않을 정도의 극소 비중으로, 장기 보유하는 전략" 정도만 고려하라고 조언한다. 반대로 SSGA나 모간스탠리, 반에크 등 디지털 자산에 우호적인 기관들은 비트코인이 전통 자산과의 상관관계가 낮고 장기 위험조정 수익이 높다는 점을 들어, 1~4% 수준의 소규모 전략적 배분이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기관 머니의 온도차도 뚜렷하다. 나티시스 2026 인스티튜셔널 서베이에 따르면 글로벌 기관의 36%는 향후 크립토 투자 비중을 늘릴 계획이라고 답하지만, 동시에 66%는 "2026년 성과는 금이 크립토를 이길 것"이라고 응답했다. EY·코인베이스가 2025년 초 실시한 설문에서도 응답 기관의 59%가 "AUM의 5% 이상을 디지털 자산에 배분할 계획"이라고 답해 성장 잠재력을 보여줬지만, 가장 큰 우려 요인으로 여전히 변동성과 규제 리스크를 꼽았다. ◆ 원자재: AI·에너지 전환·안보가 만든 '전략자산'의 귀환 2026년 원자재 시장은 더 이상 단순한 인플레이션 헤지가 아니라, AI·에너지 전환·안보 이슈가 맞물린 '전략자산'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BNY멜론, JP모간, UBS, 냇웨스트, 피델리티 리포트는 접근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원자재·에너지·전환 메탈에 구조적인 강세 요인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BNY멜론은 AI 데이터센터 구축, 전력 인프라 확충, 에너지 전환과 함께 각국의 방위·인프라 지출이 향후 수년간 원자재 수요를 떠받칠 것이라고 본다. JP모간은 천연가스와 전력을 "AI 혁명의 병목(bottleneck)"으로 규정하며 가스 발전, LNG 프로젝트, 송전망 등에 장기 투자 기회가 많다고 짚었다. UBS는 구리·알루미늄 등 산업금속 비중 확대를, 냇웨스트는 희토류·전략자원이 '공급망 안보'와 직결되면서 지정학적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제시하고, 피델리티는 구조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실물자산·절대수익 전략이 전통 60:40 포트폴리오의 필수 보완재가 된다고 분석했다. 나티시스 설문에서도 기관투자가의 65%가 전통 60:40 대신 인프라·부동산·원자재·금 등을 섞은 60:20:20 구조가 2026년에 더 높은 수익을 낼 것이라고 답해, 원자재·실물자산을 '필수 축'으로 보는 인식 전환이 확인된다.​ 블룸버그NEF와 IEA 자료를 인용한 보고서들은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확충 수요만으로도 2030년까지 전 세계 구리 수요의 2~3%포인트 추가 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추정한다. AI 데이터센터는 단일 시설당 수만 톤 단위의 구리와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만큼, 이미 공급 부족이 우려되는 구리·은·희토류·갈륨 등 핵심 금속 시장에 추가적인 타이트닝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전기차·배터리·재생에너지 확대로 리튬·니켈·코발트 등 전환 메탈 수요가 2026년 한 해에만 30~40% 급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에너지 전환과 AI가 결합된 새로운 '미니 슈퍼사이클' 가능성이 거론된다.​ 인플레이션·무역·정책 측면에서의 환경도 원자재에 우호적이다. 모간스탠리 등은 미국·유럽에서 관세·보호무역 정책이 상수로 남는 한, 명목 물가가 2%를 상회하는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과거 데이터상 인플레이션이 2%를 넘는 구간에서 원자재 상품 수익률이 평균적으로 기타 자산 대비 20%포인트가량 우위였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에너지 안보 우려와 탄소 규제가 섞이면서, 가스·LNG·원유·우라늄은 "절대 줄일 수 없는 베이스 에너지"로, 구리·알루미늄·리튬·희토류는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전략 금속"으로 포지셔닝이 재정의되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월가 IB와 기관투자가들은 2026년 포트폴리오에서 원자재 비중을 한 단계 높이는 전략을, "달러·채권·전통 주식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에너지·인플레이션·안보 리스크를 헷지하는 가장 실질적인 방법"으로 제시했다. kwonjiun@newspim.com 2025-12-15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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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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