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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톡] 아름다운 미장센 속 배우들의 호연 ‘경성학교:사라진 소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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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경성학교:사라진 소녀들’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 엄지원(왼쪽)과 박보영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뉴스핌=장주연 기자] 어릴 때부터 몸이 약했던 주란(박보영)은 계모 손에 이끌려 외부와 단절된 경성의 한 기숙학교로 전학을 온다. 낯선 환경에 주눅이 든 주란은 좀처럼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다. 친구들 역시 이유를 말해주지 않은 채 주란을 외면하기만 한다. 그런 주란에게 다가와 주는 이는 오직 급장 연덕(박소담)과 교장(엄지원)뿐이다.

주란은 자연스럽게 연덕과 가까워지게 되고 우수 학생만 갈 수 있는 도쿄 유학까지 꿈꾸며 평화로운 학교생활을 이어간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인가 친구들이 하나둘 이상 증세를 보이더니 이내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주란은 사라진 친구들을 목격하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믿지 않는다. 그리고 곧 주란에게도 사라진 소녀들과 같은 이상 증세가 나타난다.

영화 ‘경성학교:사라진 소녀들’(이하 ‘경성학교’)은 미장센이 뛰어난 작품이다.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비주얼에 대해서는 자신 있다”고 말한 이해영 감독의 말이 근거 없는 자신감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는 아름다운 미장센으로 미스터리함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서늘하고 비밀스러운 분위기를 강조했다. ‘숲 속에 고립된 학교’라는 특수하고 한정된 공간이 주는 한계를 오히려 기회로 만든 셈이다.

실제 이해영 감독은 꽃잎, 일기장 등의 오브제를 배치하는 등 세트부터 소품, 조명, 의상까지 비주얼에 세심한 신경을 기울였다. 더욱이 단순 시대 재현에서 벗어나 독특한 상상력을 살리는 데 집중, ‘경성학교’ 특유의 감성을 살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덕분에  영화는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미장센에 있어서는 이견이 없을 작품으로 태어났다. 근래에 등장한 한국 영화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비주얼을 가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전체적으로 관객의 오감을 만족하게 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어 보인다. 더욱이 후반부에 들어서면서부터는 관객의 호불호는 극명하게 엇갈릴 법하다. 중반 이후 스토리가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며 납득할 수 없는 초현실적인 일들이 일어나는 것. 보는 이에 따라서는 퀴어적인(출연 배우들은 단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지만) 해석을 남길 여지가 다분하다는 점도 양극화된 반응을 낳을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스포일러 상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스토리 자체는 굉장히 흥미진진하다. 아무래도 과거 역사와 영화 속 설정이 맞물리다 보니 실화로 여겨질 만큼 (실제 영화는 100% 만들어진 설정이다) 이야기가 실감 나기 때문이다. 덕분에 관객은 일제의 만행에 부들부들 떨기도 하고 욕심이 과하면 화를 부른다는 가벼운 교훈도 얻으면서 영화에 몰입하게 된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 이 과정에서 종종 등장하는 허황된 장면들이 실소를 안긴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흠이다.

영화 ‘경성학교:사라진 소녀들’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 박보영과 박소담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들의 연기는 그야말로 일품이다. 주란 역의 박보영은 난도 높은 연기를 흔들림 없이 해내며 마냥 사랑스러운 ‘국민 여동생’에서 배우로 한 발짝 더 나아간 느낌이다. 그는 극 초반 병약하고 순수한 모습부터 광기를 넘어 슬픔에 이르기까지 진폭이 큰 주란의 감정 변화를 완벽하게 소화, 20대 대표 여배우로서 자신의 자리를 확실히 했다.

교장을 연기한 엄지원의 연기 역시 인상적이다. 이해영 감독이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엄지원을 위해 맞춤 집필했을 만큼 교장은 엄지원과 혼연일치 된 느낌이다. 분량이 그리 많지 않음에도 불구, 엄지원은 ‘경성학교’ 속 교장을 절대 잊을 수 없는 압도적인 캐릭터로 살려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베테랑 배우들 못지않은 대사 전달력과 감정 해석력을 보여준 ‘소녀들’의 열연을 빼놓을 수 없다. 이번 작품이 첫 상업영화인 박소담은 우수학생 연덕을 통해 충분한 존재감을 발휘했다. 주란을 미워하는 유카 역의 공예지, 발작 연기로 관객을 압도하는 키히라 역의 주보비의 활약도 눈에 띈다. 오는 18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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